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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잡을 수 없는 M에게

안서울 |2019.08.02 01:09
조회 369 |추천 1
타임 캡슐이야. 오늘을 기점으로 내 마음 전부 이 글에 묻어둘 거야. 시간이 지나서 그 즈음이 됐을 때 다시 꺼내볼 거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 생각 안날 때까지 쓸 거야

너는 인기가 많아. 귀여운 목소리에 얼굴도 예쁜 네 주변에는 항상 남자도 많고. 다들 나이가 많다는 둥, 아줌마라는 둥 볼 때마다 놀려대지만 그러면서도 은근히 호감을 내비치는 것 같았어. 나도 그랬다? 그래서 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마다 속으로 질투하게 되고 너무 신경 쓰이는 거야. 아니 대체 언제까지 얘기하느거야!!!!!! 악 부러워!! 대충 이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제넘고 누가 들으면 질색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겉으로 티는 안냈지만. 네가 즐거우면 그걸로 된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기려 애썼어. 무슨 소리냐면 나 너 좋아해

그러면 너는 '나를 얼굴 때문에 좋아하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 툭 까놓고, 위에선 예쁘다고 해줬지만 콩깍지 때문에 그런 거지 객관적으로는 너나 나나 그냥 흔남흔난 그냥 네가 좋아. 실제로도 얼굴을 보기 전부터 좋아했어. 아닌 말로 너를 좋아하게 된 즈음, 네가 못생겼다고 해도 상관없다 생각했어.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했어 아마.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된 건 함께 보낸 시간 때문이지, 서로 품평질하는 데이트 앱 같은 것들 때문이 아니니까? 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지금의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쭉 이렇게 생각할 거야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너와 함께하기만 해도 좋았어. 물론 지금도 그래. 둘이 아무 것도 안하면서 같이 있기만 해도 좋았고 통화로 목소리만 듣고 있어도 좋았어. 정 할 거 없으면 같이 영화만 봐도 좋았어. 그 중에서도 어바웃 타임이 가장 기억에 남네. 당장 저번 학기에도 성적 장학금 받은 걸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둥기둥기해줘서 솔직히 기뻤어. 이제 그만 호들갑 떨만도 한데. 입으로는 또 둥기둥기라면서 앗쉬 짜증나~! 이랬지만...ㅎ 음 또 내 말에 웃어줄 때면 그야말로 행복했어. 네 웃음소리는 듣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주니까. 그래서 건방지지만ㅋㅋㅋㅋ 너도 내가 그렇게 싫진 않나보다 같은 생각도 들었어

그러자 문득 네가 사는 도시의 일기예보를 체크하기 시작했어. 정작 서울 날씨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거기. 그곳의 하늘이 유독 맑고 예쁘다는 날이면 네게 문자를 했어.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좋은 날마다 내가 생각났으면 좋겠다는 심보였거든. 네 퇴근 시간과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멍하니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고 있으면 괜히 욕심도 나더라. 사랑한다는 말을 풀고 풀어 희석시키면 좋아한다는 말이 됐어. 반쯤 장난으로 받아들이게끔 시도 때도 없이 말해댔지만, 네가 좋다고 말하는 순간만큼은 피곤에 쩔어있다가도 청량감이 들었어. 덤으로 너도 나한테 그렇게 말해줬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지. 나한테 넌 그런 사람이야

언젠가 한 번은 네가 나한테 필요한 게 있냐고, 있으면 다 가져가라고 물어봐줬는데, 그때 내가 무심코 "OO씨요." 네가 필요하다고 했어. 이런 데 적기엔 많이 오글거리는 얘긴데 뭐 쨌든 사실이잖아. 너는 잠깐 당황하는가 싶더니 장난으로 받아들였는지 아! 가져가 가져가! 제발 가져가! 이러고 웃어넘겼는데, 나도 아 진짜 가져가? 크흨흐흐흨 하면서 맞장구 쳤지만 물어본 건 진심이었어. 그래서 순간 정색하고 진짜 가져가도 되냐고 묻고 싶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2절까지 하기엔 멘트가 너무 구린 것 같아서 참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잘데기 없는 소리긴 한데 기양 그랬다이가

상황만 받쳐준다면 진심으로 사귀자 말하고 싶었거든? 그런데 이런 속내는 쉽사리 꺼내선 안되는 거더라. 그야 너는 스물아홉이고, 네게 있어 스물하나인 나는 마냥 어리기만 한 애로 보일 테니까. 내가 지금 아무리 확고하다고 어필해봤자 시간이 지나면 이 마음이 옅어질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 너는 슬슬 연애를 가벼이 할 수 없는 시기기도 하니까 더욱 그럴 거야. 어느 정도는 결혼을 전제로 하는 연애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더라도 친한 친구 A에서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네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내 욕심은 어쩌면 이기심이야. 지금까지 너와의 관계를 작은 욕심 하나 때문에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걸지도

덧붙여서 내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만에 하나, 정말 감사하게도 네가 나를 승낙해준다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을 것 같더라구. 지금의 나는 경제력이 없어. 분명 받기만 할 거야. 근데 난 그런 거 좀 극혐이야... 결론적으로는 우리 스스로 좀먹는 짓이라고 생각해. 네게 해주고 싶은 건 많은데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도 많이 괴로울 거야. 나는 네게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어. 게다가 우린 사는 곳도 남북부 단위로 머니까.... 정말 많이 힘들겠네. 내가 쓰면서도 참 쭈구리된다 응

대충 생각나는 것만 늘어놓아도 현실적인 문제가 이렇게나 산재해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고백할 수 없을 것 같아. 지금 이 마음은 내가 혼자서 접어두는 게 맞는 것 같아. 당장은 감당하기 버겁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대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너는 너대로 네가 살고 있는 그 주변에서 비슷한 나이의 좋은 남자를 만나는 편이 더 좋겠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도 네가 편하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어 만족할 거야. 그렇게만 된다면 시원하게 털어낼 거야. 그런데 만약, 정말 만약에 네가 서른셋이 될 때까지도 남자친구가 없으면 그땐 내가 데려갈 거야. 그때쯤이라면 괜찮겠지?

마지막으로 어제 한 말실수 다시 한 번 죄송해요. 그리고 사과 받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며칠은 안 받아주실 줄 알았는데... 좀 울었어요. 많이 울었나? TMI지만 근 몇년 간 목놓아 운 기억은 없거든요. 그만큼 당신은 제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에요. 쨌든 M씨 제가 많이 아끼는 거 아시죠???? 여태껏 같이 놀아주셔서 고맙고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쓰면서 힘들었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마지막 문단 다 읽을 때쯤엔 손발 다 없어져있겠지?? 오랜만에 글쓰다 보니까 엄청 길어졌는데.. 그러네 그만 써야겠다. 그 날이 오면 맑게 웃으면서 이 글을 보여주고 싶어.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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