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1살 여자고 오빠와 남동생이 있습니다. 썩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구요.
어디 물을 곳이 없어 오랜만에 네이트판을 열어 글을 적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3년 전, 제가 고등학교 1-2학년이었던 시절, 저는 엄마의 핸드폰을 보다가우연히 엄마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남자는 엄마의 직장동료였고 엄마도 그 남자도 모두 가정과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너무 놀랐고, 충격 먹었지만 저는 여전히 엄마를 사랑했고 엄마의 품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을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가 충격 먹는 것은 물론이고 엄마가 저를 어려워하다가 결국떠나갈 것 같았습니다. 저희 아빠가 저를 서먹서먹해 하시다가 저와 돌이킬 수 없게 멀어지신 것 처럼요. 물론 아빠는 제가 아는 한 바람을 피우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그 때도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안좋으셔서 이혼 얘기가 오가던 상황이었고, 제가 엄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후 몇 개월 쯤 뒤, 부모님은 이혼하신 후 어머님이 집을 떠나셨습니다. 현재는 엄마 집이 따로 있지만, 평일에는 아빠가 지방에 내려가 계셔서 평일에만 엄마가 저희 집에 와 계십니다. 동생이 아직 학생이라서요.
아 그리고 이혼 하신지 얼마 안돼서 그 바람난 남성 분이랑 다른 동료 1명, 엄마 까지 총 3명이서 함께 식당을 차린 후 아직까지 함께 장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심지어 저에게 그 식당에서 알바까지 시키셨었습니다... 지금은 미쳤구나 싶지만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부탁하는 대로 했습니다.
이게 아무래도 더 큰 상처가 된 것 같아요. 두 분이 티가 났거든요. 모르는 척 하려고 해도...
저는 저만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제가 엄마의 불륜을 잊고, 그냥 평범하게. 다른 모녀지간 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커서 이유없이 엄마에게 화를 내거나 울며 소리치기도 했지만, 절대 불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그냥 무서웠습니다.
이 기억이라는게, 무뎌지긴 했지만. 그와 함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냉소적이고 차갑게 변해버렸습니다. 무뎌졌다고 해도 아직 새벽에 그때 생각을 하며 우울해지고, 펑펑 울긴 하지만요. 아직은 저에게 아픈 약점으로 남아있나 봅니다.
제가 엄마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안쓰러운 사람으로 생각할 정도로요. 지금도 그냥 다른 모녀지간 처럼 아무 일 없는듯이 웃고 떠들때도 많습니다.
그냥 저만 가만히 아무렇지 않게 살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이 제 뜻대로 되지가 않습니다.
엄마가 아프다고 해도 피곤하다고 해도 고민이 있다고 해도 전혀 궁금하지 않고 불쌍하지도 않고 관심도 잘 안갑니다.
가끔 이유없이 보기도 싫고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아서 짜증내다가도 이런 제 불효녀 같은 모습에 자책하며 괴로워하곤합니다. 엄마를 보면 그냥 짜증이 납니다. 하지만 엄마를 사랑은 합니다. 엄마의 관심을 원하기도 하구요. 엄마가 늦게 들어오면 화가 납니다. 그 남성분이랑 같이 놀다가 헤어지기 싫은데 억지로 들어온 것 같아서요. 엄마가 저희에게 봉사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직 고등학생 때의 철없는 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끝나서 차갑게 식어버린 관계를 제가 어찌저찌 붙잡고 질질 매달려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엄마라는 존재마저 없어지면 제 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억지로 이어가는 것 같아요.3년이 지났지만 저에게 그 상처는 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말하는 순간 엄마와 저는 끝일 겁니다. 엄마에게 말한 후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제가 엄마를 이해하고 그 남자분을 인정하는 건데 못하겠습니다.
엄마 인생이니까 관심을 가지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했고, 3년이라는 시간동안 저 자신에게 끝없이 요구했지만 이게 안됩니다. 못하겠어요 정말...
엄마를 사랑하는데 엄마가 밉습니다. 언제까지 제가 이 기억에 고통스러워 할까요. 엄마와의 관계가 끝이라고 해도 엄마에게 말하는게 나은 걸까요?
저도 말해야 된다고는 생각하는데 혼자가 될까봐 두려워요. 엄마를 떠나보낼 준비가 아직 안됐습니다. 말을 하지 않고 잊도록 노력하는게 옳은 길일까요. 제가 뭐라고 할 자격이 있는건 맞겠죠?
참고로 오빠나 동생에게는 말할 생각이 없습니다.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빠랑 동생을 위해서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귀찮으시겠지만 현명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저는 물어볼 곳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