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초반 여성이구요, 한달 전 녹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퇴근 후 지하철을 타려는데 글씨가 보이긴 하지만 시야가 맞지 않고 글이 읽히지 않더라구요.
그 날 두통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신경쓰지 않고 휴대폰을 보며 집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서 번쩍번쩍 빛이 보이고 안구 통증이 느껴졌어요.
너무 놀랐고 어지러워서 잠시 다른 역에서 내려서 쉬다가 다시 지하철을 탔습니다.
집에 도착했는데 그때 부터 한쪽눈이 침침하고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6년 전에 렌즈삽입술을 한 이력이 있어서, 다음 날 다니던 안과에 방문했습니다.
꾸준하게 안과에서 검사를 했기 때문에 이런 병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어요.
녹내장 전문의는 아니셨지만, 우선 시야검사와 CT 등등 검사를 했는데 녹내장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분명 수술 전에 검진 했을 때에는 증상이 없었는데 선생님도 많이 놀라셨나봐요 ;;
그때부터 눈물이 나는데.. 처음에는 아무생각이 없어서 저녁에 퇴근하고 치킨도 먹고 잘 놀았어요.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녹내장=실명' 이라는것 때문에 우울함이 시작되었어요.
알아볼수록 너무 무섭달까..
왜 나에게? 난 정말 열심히 살았고, 누구에게 피해주며 살지 않았고,
힘들었던일, 많은 도전들 다 이겨내고 여기까지 살아왔고, 이제 드디어 먹고살만한데?
엄청.. 절망했어요.
10년 연애 후 결혼한 남편과.. 끌어안고 몇 날 며칠을 울었습니다.
진단 확인 후 두통도 너무 심하고,, 눈이 빠질 것 처럼 아프더라구요.
시야는 오른쪽은 다행히 다 보이고, 왼쪽눈의 25%~30%정도 시야가 좁아졌어요.
녹내장은 끝 부분 부터 점점 시야가 좁아져서 말기에는 가운데만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좁아진 시야도 너무 걸리적 거리고, 불편하고, 우울하고, 그냥 계속 울었습니다.
여러분 힘든일 얘기하려고 글을 적은 것은 아닙니다.
한달 반 정도 지난 지금은 마음이 정말 많이 괜찮아 졌습니다. 몰랐던 때와 비슷합니다.
진단 직후 회사에 휴가를 냈는데, 병이 발견되서 휴가를 낸 게 아니라, 그냥 여름휴가 일찍 다녀오려고 며칠 비웠는데.. 너무 우울 한 거에요.
회사에 가면 일이라도 하고,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데,
제 자신이 이렇게 나약한 가 느꼈습니다.
눈을 쓰지 않으려니 TV, 휴대폰, 공부 등등 아무것도 할 게 없더라구요.
일상에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구나 눈을..
또 거기에 좌절을 해서 울고.. 그때 남편이 저를 데리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경주에도 다녀오고 담양에도 다녀오구요!
사람 많은 곳에 다니니, 오히려 났더라구요.
그래서 하루하루 눈물 흘리는 횟수가 줄어들어서, 5일쯤 지나니까 하루도 울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는,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할 수 없지만
예민한 몸 덕분에 일찍 발견해서 천만 다행이고, 안약을 넣어서 안압만 낮춰준다면
조금 아주 조금씩 나빠질 순 있지만, 아얘 실명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20년 30년 동안 잘보고 잘 지내시는 분들께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녹내장이라고 무조건 실명되지는 않아요! 관리의 중요성!!
저의 녹내장이 발병한 이유는, 제가 고도근시라 안구가 정상인들에 비해 크기 때문에
안압이 정상이라도 시신경이 끊길수도 있고,
저는 저혈압에 맥박도 적어요. 시신경도 매우 얇아요. 그래서 조금의 강한 안압에도 끊길 수 있나봐요.. 피 뽑을 때 혈관도 너무 약해서 항상 애를 먹으니까요.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해서 피를 빵빵 온 몸 구석구석에 쏴 줘야 한답니다.
7월 초부터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저는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라디오도 듣기 시작했어요.
1~2년 전에 요가를 하며 물구나무를 서서 안압에 많은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제는 유산소 위주로 매일 30~40분 무리하지 않고 하고 있어요.
오히려 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것 같아요.
매일매일 두통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전혀 아프지 않아요.
녹내장 전문 병원에 가서 제대로 진단 받고 약도 처방 받아서
하루에 2번씩 12시간에 한번 시간 꼬박 맞춰서 안약 잘 넣고 있습니다.
그냥 양치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지 않더라구요!ㅎㅎ
나약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는 강하더군요^^~~
말로만 듣던 수용의 5단계를 다 겪었습니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ㅎㅎ
10대, 20대에도 올 수 있다고 하네요.
혹시나 저와 같은 병에 걸려서 너무 당황하시고 슬프시다면 운동을 시작해서 마음을 달래시고,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고, 조금 늦게 발견하시더라도, 저처럼 안약 잘 넣고
규칙적인 습관으로 지내시면!! 절대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계기로 저는 가족의 소중함, 작은것의 소중함, 여러가지의 행복함 많이 느끼고 있어요.
내가 불만으로 느꼈던 사사로운 것들은 정말 사사로울 뿐이구나. 느낍니다.
작은??(전혀작지는 않지만ㅎㅎ)것의 희생으로 앞으로의 인생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모두들 우울하지 말아요. 절망하지 말아요. 건강해요.
운동 하루에 30분 자전거 타거나 빠르게 걷기만 하셔도 좋아요.
제 질병과 관련없는 다른 병을 가지신 분들도 힘을내세요^^!!! 힘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