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날,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꽤 오랜만인가요.
그동안 사실 잊고 지내다가, 또 써야지 생각했다가, 또 잊고 지내다가, 오늘 문득 아차, 싶어 글을 써봅니다.
잊혀진 이유는 또 마음고생을 좀 했기 때문이고요.
그러다 사이가 좋아지면서 써야지, 했다가 너무 사이가 좋을 때는 글을 적고 있기엔 괜히 시간이 아까워 또 잊어버리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반지를 줬던 얘기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반지를 보고 W가 가만히 반지를 응시하다가, 내거야? 하고 묻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라고 대답했죠.
W의 보일듯말 듯 미소를 머금은 표정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때의 상황은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던 것 같은데 W도 크게 티내지는 않았지만 좋아했다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만, W는 반지를 끼고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상황이 있기 때문에 저도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고요.
저 역시도 반지를 끼고 다니는게 앞으로 생길 귀찮은 일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결심하고 끼기 시작했던 거라서 W에게는 강요하고 싶지 않았고요.
커플링이라고 해서 같이 반지를 끼고 다니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에겐, 제가 W에게 반지를 준 의미가 중요했던 거니까요. 같은 의미로 W 또한 받아들였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러고 한두달인가 뒤에, W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집에 있을 때는 W가 전화를 잘 안 받는 편인데 그 즈음엔 항상 나가서 전화를 받더라고요, 절 피해서. 문자도 자주 오고 전화도 자주 오고. W가 술을 그다지 자주 먹는 편은 아닌데 그 즈음엔 술을 일주일에 너댓 번은 마시고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약간 저를 피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늦게 들어오거나, 그럴 일은 거의 없었지만 외박을 하게 되면 꼭 미리 말을 했거든요. 그게 연인사이에서 필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제 마음이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W도 그렇게 해주길 바랐던 것 같기도 하고요.
언젠가 W가 제게 그러더라고요.
늦는다고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돼. 나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래서 제가 말했죠. 그냥 너랑 공유하고 싶어서.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너는 안 그래도 돼.
제가 그렇게 말해놓은 게 있어서, 한동안 W가 술을 많이 마시고 늦을 때에도 제가 왜 늦냐고 묻거나 언제 오냐고 묻지는 못 하겠더라고요. W가 원래 자주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렇게 한동안 술을 마셔댔고, 집에 안 들어오는 날도 적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또 만취해서 들어왔던 날, 씻고 나서 방으로 안 들어오고 소파에 기대있더라고요.
안 자고 있었는데 자는 척을 해야 하나, 하다가 못 참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W 옆에 앉아서, 무슨 일 있어? 물었죠. W가, 아무 일도 없어. 라고 말하는데 그 대답이, 그러니까 묻지 마,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W에겐 그런 게 있어요. 아무리 연인이건 친구건 간에, 약간 사람을 어렵게 느껴지게 하는 그런거요. W가, 아무 일 없어, 라고 대화를 차단해버리면 더 이상 물어볼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몰랐지만, 무슨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라는 암묵적 표현에 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죠.
그 시기엔 같이 저녁을 먹거나 같이 시간을 보냈던 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W는 항상 늦거나 술에 취해있거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저는 뭐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W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확연히 느꼈던 건, W가 나와 있는 시간을 힘들어하는구나, 싶었어요. 그러다가 저도 지쳐서 저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출이라고 표현하면 웃기지만 사실 말도 안하고 나간다는 거 유치하기도 하고 연인사이에서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엔 제가 집을 나가든 나가지 않든 W는 궁금해 하지 않을 것 같았죠. 아니 그보다, 제가 당분간 저희 집에 가 있겠다고 말을 하든 카톡을 하든 W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것조차 제겐 힘들었어요. 괜히 부담 주는 것만 같아서.
그리고 W가 저 때문에 밖으로 도는 거라면, 그냥 편안히 집에 있게 해주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면서도 계속 W의 연락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핸드폰도 자주 보고, 집에 가는 길에 괜히 두리번거리기도 하고요.
집에 가면 매일 혼자 맥주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W와의 집이 아닌, 나의 집에서 혼자 보내는 밤 시간은 또 왜 그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그러기를 한 일주일 됐나.
어김없이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어요. 불도 안 켜고 안주도 없이 그냥 식탁에 앉아서 맥주만 마시고 있었죠. 혼자서 네 캔 정도 마셨을 때였나.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죠. 그 소리만으로 당연히, W인걸 알았습니다. 올 사람도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아마도 처음으로, W가 벨을 누르지 않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곤 제 앞에 서서 절 가만히 바라보더라고요.
저도 아무 말 안하고 W를 쳐다봤습니다.
W가, 제 손에 들고 있던 맥주를 가져가더라고요. 그리곤 한 입 마시더니 다시 저한테 맥주를 건네기에 받으려고 손을 뻗으니 W가 맥주캔을 본인 쪽으로 당기면서 안 주더라고요.
전 뭐하는 거지 싶어서 W를 쳐다봤고 W가 다시 저한테 맥주캔을 내밀더라고요.
다시 맥주캔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다가, 봤습니다.
W 손에 끼워진 반지를.
제가 웃으면서, 고마워. 라고 말하니 W가 그러더라고요.
니가 왜 고마워. 사과하고 있는 건데 나는.
W의 한마디에, 그에게 있었던 제가 모를 복잡한 일들이 해결됐나 싶어 안도했죠. 그리고 W의 손을 잡아 제 앞에 앉혔습니다.
사과할 필요 전혀 없는데. 라고 말했죠.
W가, 그럼 왜 여기 있어? 하고 묻더라고요.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돼? 라고 물었죠.
W가, 안 돼.
라고 하기에,
그럼 앞으론 안 올게. 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이제 다 해결된 거냐고 묻고 싶었는데 묻지 못했습니다.
W가 농담하듯이 그러더라고요,
너가 같이 살자고 했을 때 너네 집 놔두라고 하지 말걸 그랬어. 화나도 안 나가게.
사실 당시의 저는 거의 쫓겨나다시피 나왔기에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황이었는데, W는 제가 화가 나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화나서 나온 거랑 나올 수밖에 없어서 나온 거랑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앞으로 말 없이 안 나갈게. 그리고 화난 거 아니야. 내가 화 낼 입장이 되냐.
라고 말했죠.
화가 난 게 아닌데... 당시의 저는 굉장히 비참했는데 W는 정말 모르나 싶어서 조금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가 이 글을 두시간 동안 썼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더듬으면서 자세히 쓰려다보니까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 글을 더 쓸 시간이 안 돼서 이렇게 급하게 올리지만 조만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안 좋은 상황으로 끝이 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요.
제가 오늘 그 이후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꽤 있었는데 글 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네요.
최근에 좋았던 얘기 하나 쓰고 가자면,
제가 저도 모르게 스킨십이 좀 거칠어요. 예전에도 말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러다가 제가, 괜찮아? 하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건 허락을 구하는 괜찮아? 였습니다.
W가 그러더라고요.
진작부터 괜찮았어.
앞뒤 다 잘라먹고 말하니까 감흥이 없겠지만,
그 말이 너무 기분좋았어서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금방 다시 봅시다. 조만간 오늘 쓴 글 마무리 지으러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