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동안(?) ‘아메바’에게. 안녕? 나야, 잘 지내고 있지? 난 지금 도서관이야. 점심 먹고 잠깐 쉬다가,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휴게실에서 너를 생각하면서 편지를 써봐. 우리 딱 10일 알고 지냈더라? 그런데 난 그 10일이 마치 한 달처럼 느껴졌어. 우리가 그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더라고. 서로의 전 남친 & 썸부터 시작해서 사고방식, 세상을 보는 관점, 사소한 주제인 공부 방식까지, 거의 모든 게 너와 똑같을 만큼, 마치 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있다고 느꼈어. 넌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지금이 오후 12시 31분이니까,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한 잔 하고 있을까? 넌 그 차를 누구랑 마시고 있을까? 이따가 퇴근하고 무엇을 할까? 이제 곧 대만으로 여행을 가니깐, 비키니 입으려고 운동을 할까? 발가락이 아프다고 했는데 무리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그 남잘알(?)친구를 만날까?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까? 혹시 내 얘기도 할까? 너도 나처럼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네가 그랬지?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이라고. 그래서 꿈을 좇다가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고.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그 사람이 떠나고서야 안다고. 너한테 내가 뻔뻔함 왕이라고 놀렸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참 간사하고 뻔뻔한 사람인 것 같아. 난 왜 너의 소중함을 모르고 그 날 너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데, 난 왜 그걸 항상 확인받고 싶어서, 너의 의중을 떠보고자 장난으로 포장한 말을 했던 걸까? 왜 내가 너한테 표현한 만큼, 너는 나한테 표현을 안 했다고 매번 서운함을 느꼈던 걸까? 너는 분명히 부끄럽고 민망해서 나한테 직접적으로 표현을 못 했던 거고, 간접적으로나마 나한테 마음을 전달했는데, 나는 그것으로는 만족을 못 했던 것 같아. 이걸 통해 느꼈어. 나는 욕심이 참 많은 아이구나. 난 말이야. 널 알기 전까지는 인정을 하지 않았어. 내가 이렇게까지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 사람이라는 걸. 특히 감정보다는 이성이 반드시 앞서야 하는 상황에서, 꼭 감정이 앞서게 돼서 일을 그르치는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마음이 여리고 소심해서, 말 한마디에 상처를 쉽게 받는 편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 상처를 나한테 상처를 준 사람에게 그대로 돌려주려고 하는 아주 못된 습관이 있다는 것을 너를 통해서 발견했어. 난 어떻게 보면 너한테 매우 이기적이었던 거야. 내가 과CC 친구랑 군대에서 헤어졌다고 한 거 기억나지? 실은 이 친구와도 같은 이유로 헤어졌어. 그때도 분명히 다시는 이러지 말자고, 진심이 아닌 상대방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크게 상처받지 말자고. 반드시 고치자고 다짐을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이런 나의 최대 단점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너라고 생각해서 너한테 그런 심한 말을 하고 상처를 주었어. 아메바야, 정말 미안해. 너는 분명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회사 슬럼프 생활을 극복하고자 했는데, 결국에는 네가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 힘들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가슴이 미어져서 눈물이 나와. 또 너는 분명히 괜찮다고 하면서 나를 다독이겠지? 네가 너무 착하고 순수한 나머지, 네가 뭘 잘못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나한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느꼈어. 너도 분명히 많이 힘든데 나를 위해서 그런 좋은 말들을 했다는 것을. 그리고 이 사람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대로 나 자신을 자책하는 게 아냐. 그래서 한편으로는 너한테 너무 고마워. 너를 통해서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봤고, 내가 어떻게 하면 더욱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어. 너는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빠른 년생이어서 실은 너보다 오빠인데, 너한테서 이렇게 도움을 받고 배워가네. 현재 너한테 다시 연락하자고 떼쓰는 것도 아니고, 지금 너를 만나고 싶다는 건 더더욱 아냐. 단지, 이런 널 향한 내 진심을 통해 너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가 되었으면 좋겠어. 넌 비록 이 편지를 못 보겠지만 말이야. 너한테 보내고 싶지만, 혹여 피해가 갈까봐 이렇게나마 네이트판에 올려. 그런데 아메바야. 나 한 번만 더 뻔뻔해져도 될까? 정말 만약, 아주 만약에 말이야. 신이 허락해서 우리가 인연이 닿는다면, 우리가 약속했던 대로 내년에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너 눈을 보면서 이 편지를 읽어주고 싶어. 그리고 너의 손을 잡으면서 말해주고 싶어. 그동안 너무 고생이 많았고 고마웠다고. 그리고 이 은혜 꼭 너한테 갚고 싶다고. 그때까지 나, 내 단점들과 나쁜 습관들을 고치고 있을게. 정말이야! 나 그래서 관련 책도 구매했고, 내년에는 강의도 들으면서 정말 진지하게 나 자신에게 임하고자 해. 이것은 너를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깐. 그리고 그때는 너랑 같이 꼭 샤브샤브를 먹고, 너한테는 앞 접시에 따로 덜어주고, 같이 노래방도 가고, 스타벅스도 너랑 같이 가고 싶어. 왜냐하면 너와는 달리, 내가 뉴요커고 된장남이거든.^^ 네가 정말 많이 생각날 거야. 그럴수록 나 열심히 살고 있을게. 그러니깐 너도 꼭 그랬으면 좋겠어! 넌 분명히 잘 할 수 있을 거야. 넌 고연이잖아^^ 그럼 아메바야. 정말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알겠지? 안녕. 정말 동안인 ‘되랑 돼랑 헷갈려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