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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하나, 백조가 된 이야기좀 들어줄래

1234 |2019.08.27 22:45
조회 2,635 |추천 3
판에는 글 처음 써보는데 익명이니까 편하게 반말로 쓸게

나는 4년제 대학 나온 서른한살이고 얼마 전, 다니던 회사를 때려쳐서 현재는 백조가 됨
놀다보니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가? 일안하고 노는 삶이 심심하고 무료하더라 그래서 다시 취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어

경영을 전공했지만 얼마전까지 했던 일은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디자인 일이었어 처음 해보는 분야였지만 운 좋게 성격이랑도 잘 맞고 일도 재밌어서 빠른시간 안에 승진도 하고 월급도 많이 받았어 최종 월급이 500만원+a이었어, 내 디자인에 대한 인센이 별도로 있었거든
그런데 내가 일한곳이 자영업 시장개념이라 4대보험도 안되고 업무량, 노동량이 정말 장난아니야.. 디자이너인 동시에 매장관리, 자재관리, 정산 등등 모두가 내 일이었고 거의 사장님 노예?처럼 일함
우리사장이 배포는 큰데 전형적으로 일벌리고 수습은 남에게 넘기는 기질이 있음, 게다가 본인한테 관대하고 타인한테 엄격한 전형적으로 스스로는 젊은마인드를 지녔다고 착각하는 개꼰대였음
4년 정도 일했는데 공휴일, 토요일 모두 출근이었고 연차? 월차? 절대 없었지 명절만 쉼 당연히 반차? 조퇴? 말도 안됨. 나 기브스 했을 때랑 장염 걸렸을 때 모두 출근하고 아프면 몸관리 못했다고 눈치줌...시즌 돌입되면 새벽 1-2시까지 야근도 하는데 진짜 몸도 정신도 너무 피폐해져서 결국은 퇴사를 선택하게 도더라

부모님이랑 함께 살기 때문에 쓸꺼쓰면서 모은 돈은 1억, 그 돈은 1% 이자를 받고 아빠 사업에 투자했고
부모님이 내 앞으로 해주신 비서울권 집 하나랑 엄마랑 반반비용으로 구매한 국산 승용차가 현재 내가 가진것들이야
남자친구는 있지만 비혼주의라 결혼생각은 없고 일도 다시 할건데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들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새로 일하는건 돈은 적어도 워라벨이 맞는 일이었음 좋겠어

살면서 일에 대한 욕구는 큰 편이라 일은 꼭 하고 싶어 요새 너무 심심하기도 하고, 그런데 얼마전까지 했던 일은 최악의 경험이라 그런가 다시 하고 싶지 않네.. 전공을 살려서 취직을 하고 싶은데 내 경력으로는 직무경력이 인정이 안 되서 중고신입으로 지원해야 될것 같아ㅠㅠㅠㅠ

토익이랑 스피킹도 졸업할 때 시험봤던거라 갱신해야하는데 졸업이후로는 영어 담쌓고 살아서 자신없어.. 게다가 학교다닐 때, 노는거 좋아해서 공부를 열심히 안했더니 졸업학점이 3.2/4.5.. 최악이네ㅠㅠ
이력서에 쓸수 있는 경력은 정부기관처에서 6개월 인턴한거랑 금융권에서 외국인 담당 심사자로 1년 일한 것 두가지 정도? 그리고 영어권 어학연수1년 다녀온거랑 얼마전까지 일한 회사경력인데 증명서발급도 안 되고 4대보험 안 했었고 월급도 주로 현금으로 받거나 가끔 계좌이체 받았어

나이 31에 신입으로 입사하긴 조금 부담스러운 나이일까? 외국에 잠깐 있을 때,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나라 특유의 정해진 코스로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기낳고 나이들면 퇴직해야하는 이런 일반적인 삶이 정말 싫게 느껴졌어... 한번은 노숙하는 홈리스가 나랑 친구한테 커피를 사준적 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유명한 대학 경제학과 졸업했더라고 근데 개 한마리 데리고 노숙하면서 사는 사람이었어 거긴 워낙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자기네들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데 나한테는 정말 충격이었지 우리나라에서 상상이 불가한 일이잖아ㅋㅋㅋㅋ
무튼 그때 대화를 꽤 오래 나눴는데 생각도 깊고 사회나 정치 경제 등 전반적 지식도 많은 사람이라 놀랬었음ㅋㅋ 무엇보다 사회가 정하는 기준이나 기대에 맞지 않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이 신기하더라 그때의 인상깊은 경험이 내 동기들처럼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입사하려고 지원하거나 공무원이나 전문직이 되기 위해 공부를 선택하지 않고 전혀 관련 없었던 곳으로 발을 들어설 수 있던 용기가 됬었던듯싶어

내가 여기서 첫 월급이 180이었거든?? 그때 친구들이 나 완전 바보취급했어 자영업 신생회사라 배울것도 없고 4대보험도 안 되고, 나중에 경력도 안 되고, 돈도 적은데 왜 가냐고 대학은 뭐하러 졸업했냐고ㅠㅠ
그리고 지금의 나 역시 비웃더라 대기업급 월급을 받는데 왜 그만두냐고, 버텨서 니꺼 차리고 그때 직원들 뺑뺑이 돌리면서 편히 일하거나, 좀더 돈이나 모아서 부동산 투자나 하라고...
서른넘어 중고신입으로 운좋게 입사해도 너보다 어린 상사가 태반이고 회사에서 나이 부담스러워서 중고신입 싫어한다 등등 ㅠㅠ

물론 나도 돈 많이 벌고 싶지, 근데 정말 내가 했던 일은 일하는거에 비하면 그냥 적당히 받는 정도였던거같아 게다가 창업은 전혀 관심없어 지켜본 결과 자영업도 전혀 쉬운게 아니라는걸 난 알거든ㅠㅠ
월급이 적어도 덜 힘들게 일하면서 중고신입으로 새로 시작하고 싶은데 내가 바보 같은 생각한거야?
행복해보였던 그 홈리스처럼 나도 남들 시선 신경 안쓰고 나만 행복하게 살고싶은데 친구들 말에 흔들리는 내가 바봉스럽당

별 의미없는 글 읽어줘서 고마워!
사진은 마지막 월급이랑 퇴직금 인증샷이야
한달 유럽여행 다녀오니 사라진 스쳐간 돈이지만ㅋㅋㅋ
무튼 나는 모든 사람들이 타인과 사회가 정한 기준이 아닌 자기 스스로가 선택한 삶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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