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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 왜 이랬던걸까요?

|2019.09.09 09:56
조회 1,299 |추천 0
방탈 죄송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겪었던 일인데,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에 와서도 이따금씩 의문이 드는 일이라
아무래도 담임선생님들과 마주칠 일이 많은 분들이라면 뭔가 시점이 다르지 않을까 싶어 여기에 올립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일인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왜 어딜 가나 있잖아요.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똑부러진 학생도 아니고, 말썽꾸러기도 아니고, 그냥 말수 없고 조용하면서 성적도 그냥 적당히 아, 잘하는구나~ 싶을 정도로만 나오는 무난한 학생들.
그중 한명이 저였습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더 심했던거 같네욬 선생님들한테 먼저 말을 걸기는 커녕 눈도 잘 못마주치는 소심한 학생이었거든요ㅋㅋㅋ

그래도 선생님들이랑 관계는 무난했어요.
사고 안치고 적당히 잘 따라가니 단체기합을 제외하면 크게 혼날 일도 없었고, 말수가 없었다 뿐이지 시키시는건 또 곧장 해와서 ‘우리 비서~’ 하면서 옆에 두고 예뻐해주시는 분도 계셨고요.




문제가 생긴건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저한테는 첫 남자 담임선생님이었어요.
나이는 40대 후반~50대 정도...?
사실 당시엔 너무 무서워서 얼굴도 똑바로 못 쳐다봤을 정도라 이것도 확실하지 않지만 젊은 분은 아니었어요.

학기초엔 별 마찰이 없었어요.
어쩌다 눈이 마주쳐도 왠지 모르게 절 노려보는 것 같아서 눈을 잘 안마주치기도 했는데, 저한테만 그런건지 다른 애들한테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네요.
당시의 저는 정말 어른이랑 눈 마주하는걸 어려워해서...게다가 덩치도 상당히 있으셔서 아마 실제보다 더 위압적으로 느껴졌던거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급식시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시에 제가 못먹는 나물 종류가 하나 있었는데, 먹기만 하면 혀에 혓바늘이 돋고 온 몸이 가려워서 늘 피하고 있었어요.
다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무척 소심한 성격이라 누구한테 말도 안했고, 그래서 당시까지만 해도 그게 알러지인줄도 몰랐죠.

근데 마침 급식으로 그게 나온거에요.
당연히 먹고싶지 않았는데, 당시 반 규칙중 하나가 급식 남기지 않기 였거든요.
그러니 급식을 남기면 안됐고, 저는 이게 알러지인줄도 몰라서 말도 못했고, 그러니 선생님은 편식인줄 알고 무조건 먹으라며 밥먹는데 눈 앞에서 감시를 하시더라고요.
급식시간을 꽉 채우도록 실랑이를 이어가다가 결국 ‘너 하나때문에 점심시간 다 끝나도 수업 시작 못하게 할거냐’는 말에 울면서 먹었어요.
먹으면 아픈거 억지로 울면서 먹었지, 눈 앞에선 선생님이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날 내려다 보고 있지, 반 친구들 시선은 다 나한테 쏠려있지,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없고 그냥 교문을 나온 순간부터 친구 손 붙잡고 엉엉 울어서 친구가 집까지 데려다줬던 기억만 나요.

그런데 이 다음날 문제가 터집니다.
당시에 학교 홈페이지 학부형 게시판에 누가 항의글을 올렸대요. 아이가 싫다는 음식을 강압적으로 먹였다면서.
당연히 선생님은 저희 엄마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날 조회시간에 저를 교실 맨 앞으로 불러내서 친구들 앞에서 다그쳤습니다.
네가 말해서 너희 엄마가 글 올린거냐고.

아마도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가정에 컴퓨터 보급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던 시기라 저희 엄마는 컴퓨터 켜는 법도 모르셨고, 학교 홈페이지에 그런 게시판이 있는줄은 더더욱 모르셨으며,
애초에 아이에 대한 일로 학교에 찾아가거나 담임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을 무척 싫어하셔서 제 학창시절 내내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저한테 무심했던건 아닙니다. 단지 어떤 일에든 엄마가 개입하는 순간 제가 노력으로 얻은 결과들마저 전부 엄마가 해낸것처럼 보이는게 싫었다고, 제가 성인이 되고나서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애초에 그런 낯간지러운 일을 싫어하시기도 하고요(그리고 이건 그대로 저한테 유전됐습니다ㅋㅋ)

아무튼 그런 분이셨지만 누누이 강조했듯 저는 무척이나 소심한 학생이었고,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상황에서 이걸 논리적으로 설명할 자신은 더더욱 없었죠.
결국 너네 엄마지? / 아니에요... 하는 문답만 계속 오가다가 수업 시작 종이 울리면서 어영부영 마무리 됐습니다.
이때 울린 종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전 아직도 종소리가 기억이 나요. 중고등학교 시절 종소리도 기억이 안나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날 또 글이 올라왔다는거에요. 그렇게 아침에 애들 보는 앞에서 공공연하게 절 다그쳤다는 점에 더해서, 평소에 담임이 학생들 앞에서 욕을 한다고.
평소에 욕을 한건 맞습니다. 근데 전 이걸 엄마한테 한번도 말한적이 없거든요. 당시의 저는 욕이 뭘 말하는건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고요.
전날 있었던 일도 애가 울면서 집에 들어오는 바람에 놀란 엄마한테 ‘학교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는데 선생님이 엄마가 올린거 아니냐고 하더라’라고 말한게 전부였고요.
물론 엄마는 ‘그런데다 글을 올릴 정도였으면 차라리 직접 찾아가서 따졌겠지’ 라며 어이없어 하셨고요.

아무튼 연달아 글이 올라오니 결국 다음날엔 교감선생님이 반에 찾아오십니다.
그리고는 선생님을 내보내고 교단에 서서 담임선생님이 욕을 하는게 사실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근데 내보내기만 하면 뭐해요. 교실 옆 창문으로 담임선생님이 흉흉하게 노려보고 있는데.
결국 아무도 말을 못하다가, 한두명쯤 작은 소리로 아니요...라고 대답하면서 일은 마무리되고,
저는 종례시간에 또다시 불려나가 질책을 들었습니다.

그 후로 소소한 괴롭힘이 반복됐어요.
급식을 받아가는데도 옆에 버티고 서서는 ‘또 못먹는다고 버티기 전에 쟤는 밥 조금 줘라~‘, ‘쟤는 음식 고마운줄 모른다~’ 라면서 비아냥거리고,
무슨 일 있을때마다 ‘어휴 이러다 또 누구네 엄마가 글 올리지~’하면서 노골적으로 절 쳐다보시고,
애들한테 장난을 치다가도 ‘너는 엄마한테 이르지 마라~’ 하면서 또 슬쩍 절 쳐다보시고.

어른이 된 지금 와서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괴롭힘이지만 당시 어렸던 저에게는 단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그 악의가 너무 버티기 힘들었고,
나날이 학교에 가기 싫어해서 엄마 입에서 기어코 “엄마가 선생님 한번 만나볼까?” 소리가 나오기까지 합니다.
근데 싫다고 했어요. 게시판에 글 올린것만으로도 날 괴롭혔는데, 엄마가 찾아가면 얼마나 더 심해질까 무서워서요.

그러다 불행이 겹쳐서 이 무렵쯤 아빠가 위암 3기 판정을 받으시고,
(지금은 완치해서 20대인 저보다도 더 건강하십니다)
엄마가 간병으로 늘 아빠 곁에 붙어있어야 했기 때문에 저는 외삼촌 댁에 맡겨지면서 자연스레 전학을 가게 됩니다.
아빠 걱정이 우선이어야 하는데 저는 솔직히 그 선생님한테서 벗어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물론 그 다음 학기에 아빠가 퇴원하시고 다시 원래동네로 돌아오면서 또다시 같은 반으로 가게 됩니다ㅠㅠ
반 배정할때 제발 그 반으로 가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는데, 학생수 때문에 갈 수 있는 반이 거기밖에 없대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원래의 반으로 돌아갔는데, 이상하게도 그 후로부터는 괴롭힘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신 누구야 싶을 정도로 사근사근하더라고요. 1학기땐 한번도 안 웃던 사람이. 물론 저한텐 그 모든게 다 끔찍해서 빨리 내년이 되기를 늘 바랐지만요.

당시 전학수속을 하면서 엄마가 선생님을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무슨 대화가 오간건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만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엄마한테 물어보자니...그 담임선생님 이름 세글자만 들어도 해도 부모님이 화가 나서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로 저희 가족 사이에서 반쯤 금기시 되어있다보니 영...




이렇게 담임선생님한테 벗어났는데, 저한텐 아직도 이날의 기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알바도 여럿 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내 생각을 말하는 법도 배우고, 사람들이랑 눈도 잘 마주칠 수 있게 된 지금 와서도 가끔씩 이때의 일이 생각나요.
지금의 말빨 그대로 당시로 돌아간다면 뭔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요.

그렇지만 여전히 궁금해요. 당시 선생님의 반응이 고작 게시판에 글 올렸다고 생각했단 이유 하나때문이었을까요?
초임도 아니고, 상당히 경력이 쌓인 사람이 겨우 12살짜리 초등학생 앞에서 그렇게 유치하게 굴었단걸 여전히 이해할수가 없어요.
다시 전학을 가니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단번에 바뀌었던 것도요.
애초에 저를 교단 앞으로 불러내서 보란듯이 다그치는 것 외에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을텐데 말이에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제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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