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말 그대로 우린 어제 헤어졌구나
난 너를 기다리는 고무신이었고 현재 넌 일병이야
일 년 후 제대하는 너
나는 내가 지금 가진 감정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나봐
우린 헤어졌어 9월 17일에
일요일에 넌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내게 물었고
정말 난 말문이 막히더라
연애할 여유가 없다고 나에게 쓸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나는 지금 연애 할 상황이 아닌 거 같다고 말한 너에게
왜 여유가 없는지 물었어
15일 일요일 16일 월요일
펑펑 울었고 난 계속 널 잡았어
내가 다 잘못했다고 내가 다 고치겠다고
나도 사실 알았어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사실 마음이 식어간건데
자존감 낮은 나는 내 사람이, 내가 아끼는 사람이
나를 떠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너를 붙잡았나봐
난 공시생이야 현재
우리 둘 다 스물 한 살
작년 18학번 새내기일 때 너가 나를 먼저 좋아하게 되서 나도 너한테 마음이 쏠렸어
난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어
하지만 내가 정을 줄 땐 한 없이 정을 주는 사람이였지
그런 내가 너한테 정을 줬구나
한 없이 내 모든 걸 바쳐 사랑했어
작년과 올 10개월 너를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어
우리가 헤어진 이유
알겠더라
노량진에 공부하러 온 나는 타지생활과 외로움에 힘들어했고 너에게 많이 의지했어
너는 올 해 봄 군대에 갔고
우리는 서로의 길을 묵묵히 잘 걷고 있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있잖아
그제, 어제 너를 잡는 내가
나를 돌아보며
그리고 현재의 너를 되짚어보며
생각하건대
나는 너에게 솔직했고 너에게 의지를 많이 했더라
반면 너는 나에게 솔직하지 않았고
나에게 의지를 안했더라
내가 너에게 의지할 때마다 넌 그게 부담이었던 거야
그 부담이 너를 옭아맨다는 걸 나에게 말 못했어 넌
내가 더 힘들어할거라 생각해서
하지만 그걸 난 너의 배려로 볼 수 없고, 그런 너에게 고마움을 갖을 수가 없구나
나는 우리의 속 깊은 대화를 원했어
내가 너에게 속 깊은 얘기를 할 때
너는 묵묵히 들었고
너의 얘기는 꺼내지 않았지
너는 즐거운 대화, 시시콜콜하지만 웃긴 대화, 그런 평범하면서 유머러스 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거든
이렇게 설명하면 쉬우려나
나는 진지충, 너는 개그캐
대화가 달라도 이건 가치관 차이니까
너와 진지한 대화, 무게감 있는 대화, 그리고 진짜 너의 생각을 듣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지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
사람을 진정으로 알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진중한 대화를 자주 나눠봐야 한다고
웃고, 떠들고, 작은 것에 행복해한 와중에
너를 알고 싶었어
너가 어떤 사람인지
나를 생각해서 공시생인 내가 힘들까봐
나에게 너의 생각과 힘듦을 말하지 못했다는 너에게
말해
나를 생각했다는 점이 고마움으로도 배려로도 느껴지지 않구나
누구야
너의 그 생각 속에는
내가 남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게
깔려있구나
너가 나에게 힘듦을 얘기하면 내가 버티지 못할 거라는게 깔려있구나
하지만 누구야
사람이 사람에게 힘들 때 의지하는 것
그리고 사람이 의지하려는 사람의 손을 붙잡는 것
그게 사랑이야
나는 너에게 손을 건넸고 너는 내 손을 받아줬지
너는 나에게 손을 건넨 적이 없구나
내가 너에게 손을 건넸다고
나 자신이 나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내가 나약해서 손을 건넨게 아니라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이 필요했던 거야
따뜻한 말 그리고 푸근한 감정이
나에겐 내가 힘들 때 나를 위해 오롯이 쓸 수 있는 마음만 있는 게 아니야
내가 힘든 상태여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아끼는 사람이 힘들 때
그들이 나의 어깨를 필요로 할 때
아랑곳하지 않고 내 마음을 내어 줄 수 있는
그런 마음도 한 켠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누구야
나에게 용기를 내보지 그랬어
나는 너에게 들은 게 없어서 너가 속앓이 하는 것도 몰랐구나
그 속앓이가 너에게 스트레스가 되었고,
너는 앞으로도
이 스트레스를 계속 받을 거라는 생각에
헤어지면
이런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다 했지
그리고 이 점도 헤어지려는 마음에 일부분이었다고 하였고
나는 그런 너에게 이렇게 말했어
사실 조금 실망이야
그리고 미래의 스트레스가 두려워서
헤어질까 생각한다니
그건 기우야
그런 기우 때문에 넌 용기를 내지
못했구나
나에게 의지할 수 있었던 부분에 의지하지 못했구나
그래서 넌 스스로 말하는 구나
너의 감정이 곪았다고
우리가 헤어진 이유?
우린 대화가 부족했어
난 너에게 솔직했고 모든 걸 말했지
내 생각, 내가 요즘 이래서 기분이 좋고, 이걸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어
라고
근데 너는 나에게 솔직한 적이 없구나
너의 내심을 말한 적이 없어
이게 우리가 헤어진 이유야
대화가 부족했어
일방적인 사랑이었던 거지
난 너에게 물었어
내가 너에게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야?
한 순간의 정적
그 정적에서 알 수 있었던 건
너는 확실치 않았다는 점
내가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해
나는 말했어 네게
너는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야
그런데 너는 아직 너의 마음을 스스로 잘 모르는 것 같네
너는 동의했어
내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물었지
힘들게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그 때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어리석냐구
순간 난 화가 났어
지금 너가 너의 감정도 제대로 모른 채 나에게 친구로 지내면 안 되겠냐고 하는데
나중의 미련과 후회로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을 때
그 때 널 만나도 괜찮을까 라는 질문이라고 들렸거든
화난 난 너에게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소리쳤어
난 너의 감정에 따라 버려지고 다시 주워오는 사람이 아니리고 말하고 싶었거든
그리고 물었지 이 질문은 왜 하냐고
모르겠대 넌
자신이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그 때 또 생각했어
정말로 자기가 무슨 생각을 갖는지 자기도 잘 모르구나
그리고 이 질문을 했다는 거 자체가 나중의 후회를 담보 삼고 싶었던 거구나
그런데 누구야
오늘 우리가 한 마지막 대화에서 알 수 있었어
너가 나에게 이 질문을 한 진짜 이유를
작년, 스무 살 때 나는 너에게 종종 말했어
너를 너무 빨리 만나서 아쉬워
너처럼 좋은 사람을 스물 후반에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요즘 너가 내가 한 말이 자주 떠오른다며
그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고 내게 말했지
그래서 난 물었어
내가 너에게 좋은 사람이야?
넌 내가 좋은사람이라고 답했어
너는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놓치고는
싶지 않았구나 그래서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길 바랬지만 지금의 넌 나와의 관계에서 힘드니까
친구로 지내자고는 말하고 싶구나
나는 그제랑 어제 헤어지자는 너에게 말했어
내가 너에게 기대서 생긴 부담이 응어리가 되어 곪고 있다면 그 응어리에 대해 우리 서로 노력해보자
그 응어리가 너에게 큰 부담이 되어 스트레스가 되었다니
우리 함께 그 응어리를 없애보도록 노력해보자
너는 나에게 속마음, 힘든 것들을 말하고
그리고 난 그것들을
잘 받아주고
안아주는 것
잘 포용해주는 것
이게 바로 나의 제안이였어
며칠간의 나의 제안에
너는 스스로 충분히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어
그리고 헤어진 당일 이렇게 말했지
진짜 자기가 나에게 의지하면 내가 힘들꺼라고 그래서 다시 또 안 좋은 일이 일어날거라고
그 때 알았어
너의 마음은 헤어졌구나 벌써
누구야 너의 노력은 혼자 한 노력이었어
같이 해야했어
누구야 지금 내가 애원해서 어떻게든 다시 너를 만나도
난 더 이상 너를 계산 없이 진심으로 널 사랑할 수 없어
마음 한 구석에 언제든 헤어질 수 있도록 그렇게 계산적으로 사랑하게 될거야
그런데 난 그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우리 여기서
그만하자
지금 내가 너에게 마음을 갖고 있지만
불안감 속에서 너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계산적으로 내 마음을 따지면서 사랑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난 어제 헤어졌어
넌 나에게 미안하다 말했고
난 너에게 고맙다 말했지
너는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너에게 배운 게 많았고 너와의 연애로 작년과 올 10개월 행복했으니까
누구야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어
최선을 다해 사랑했어
좋았고
즐거웠고
행복했어
그리고 말했지
아이구.. 이제 일병이고 전역까지 일 년 남았네?!
그 때까지 항상 몸 건강해 그리고 잘 지내야 하고
그리고
너가 하는 모든 일이 잘 되길 빌어
많이 고마웠고
많이 미안했고
많이 사랑했었어
너무 끝 같은 말이었나
내게 묻더라
나랑 더 이상 연락 안 할꺼냐고
좀 처럼 대답을 할 수 없겠더라
연락..
긴 침묵 끝에 말했지
연락할거야 할 건데 그래도 너가 잘 지내길 바란다고 직접 말로 하고 싶었던 거야
너는 정말 많이 슬프다고 말했어
나는 추억이 너무 많아서 잊히기가 힘들거 같다고 말했고
맞아 우린 추억이 많았지
작년 스무살, 나의 꽃 같던 시기에
수업도 자주 째고 매일
붙어있었으니까
여행도 종종 다녔어
그래서 추억이 많았고
너랑 걸었던 교정, 대학가, 동네
그리고 손 때 묻은 커플링
이제 다 안녕이구나
2018년 3월 말 그래서 2019년 9월 17일
나의 스무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스물 한살의 초가을까지
나를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넌 헤어질 때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
넌 나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했구나
그런데 나도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한테만 적용되는 노력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너에겐 잘못된 노력과 사랑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내가 어른스러운 척 사랑했지만 실상 너보다 어렸구나
부족해서 미안하다고
아니
나도 성숙하진 않아 어른스럽지도 않고
아직도 문득문득하구나
너의 모습이
너와 보냈던 시간들이
얼굴이 아른거려
콧물감기에 급성 결막염 알레르기가 온 걸 보니
초가을이구나
밤엔 공기가 쌀쌀하다
이렇게 초가을의 한 밤에 너와의 연애에 마침표가 찍혀
정말 많이 사랑했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