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아니었구나.. 예상은 하고 있었다.
너의 모든 복잡한 상황들 속에서도 나 혼자만 잠자코 기다려준다면, 모르는 척 둔감한 척 평소처럼 밝게 웃으며 대하다 보면 금방 괜찮아지겠지, 넌 다른 남자와 달라, 하나씩 매듭지어 나를 안심시켜줄 거라 생각했다. 기다린 만큼, 감내하고 희생한 만큼 넌 내 가치를 알아줄 거라고 기대했고 보상심리도 있었겠지 물론.
대체 내가 너에 대해 뭘 안다고 혼자 그렇게 믿고 판단하고 애꿎은 내 마음만 닳고 닳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미련하게 버티려고 안간힘을 썼을까..
그러다 문득 나 자신에게 측은지심이 들었다.
너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만큼 스스로 왜 내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려주지 않는 걸까?
정작 내 마음을 내가 하대하는데 네가 날 존중해줄 리가 없겠구나.
역시나 맞았다.
왜 안 좋은 촉은 틀린 적이 없는 건지..
별다른 마음은 없어.
그냥 오랜만에 재미있고 잘 통하는, 조금은 어른스러운 연애를 해서 들떴었고 그 연애가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나서 좀 아쉬울 뿐.
내가 그 짧은 시간 동안 너를 얼마나 사랑했겠어.
인연이 아니었던 거라 생각한다.
끝까지 착한 남자 코스프레하며 결론은 헤어지자는 말을 예쁘게도 포장해서 내 입으로 꾸역꾸역 말하게 만드는 네 태도가 역겨웠지만.
뭐... 늘 하는 네 말버릇처럼
그럴 수 있지.
그래, 잘 지나쳐 가렴.
행복을 빌어주기는 싫다.
아마 너도 나만큼 똑같이 힘든 날이 분명 올 거야.
상처는 돌고 돈다니까. 그래야 공평하지.
그때는 한 번 잘 버텨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