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업주부라는 것을 인정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뭔가 어색했을까? 아니면 그냥 싫었을까?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어쩌면 남을 너무 많이 의.식.하기 때문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흔하디 흔한, 그런 사람”
사람들이 나를 이런 시선으로 보는게 싫었을 테지...
꽤 오랫동안 허우적거려보고 나서야 알았다.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애초에 그런 시선은 존재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의 삶에 관심이 없고
나한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그들은 내가 쌍둥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기특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흔하디 흔한 전업주부.
생각해보면 나는 그전에도 그냥 흔하디 흔한 직장인이었다.
또한 생각해보면 나는 전업주부라는 직업이 나에게 가져다 주는 소소한 행복을 이미 꽤나 즐기면서 살고 있었다
아이들 등원 후 간질거리는 오전햇살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무언가 콧노래라도 흥얼거려야 할 것 같았고,
성공한적이 없는 생활비절약 계획은 육퇴 후 남편과 함께하는 야식이 너무 맛있어서 라는 이유로 늘 그 정당성을 부여 받았다.
아침마다 익살스럽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었고
구석구석 내 손길이 닿아 깔끔해진 집을 보면 뿌듯해 했고,
그리 맛있지도 않은 직접 만든 반찬을 참으로 정성스럽게 냉장고속에 차곡차곡 쌓았다.
어쩌면 계절을 핑계 삼아 한껏 센치해지는 이 시간도,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내 삶이 나한테 주는 이 모.든.게
이제 나는 조금씩 좋아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