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큰 딸이 한 말이 저를 울게 하네요
ㅇㅇ
|2019.11.07 20:29
조회 36,223 |추천 271
5살, 돌 지난 딸 둘 키우고 있어요.
큰 딸은 5살인데 생일이 늦어 아직 네 돌도 안 됐어요.
얘도 아직 아기인데.. 둘째 동생이 있다보니 가끔 저도 모르게 5살짜리를 초등학생 정도로 생각하고 대할 때가 있더라구요.
저도 첫째로 자라서 첫째의 설움(?)을 알면서도..
그래서인지 큰 딸을 보면 사랑스럽다는 감정 외에 안쓰럽고 미안한 감정도 많이 들어요.
그래도 제가 이 아이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약 1400일이 넘는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해주는 게 있어요.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거요ㅎㅎ 대단한 건 아니지만...
내가 100% 옳은 엄마, 좋은 엄마, 훌륭한 엄마는 못돼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매일 표현해주고 싶어서 첫째가 갓 태어나 말도 못 알아들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적어도 하루 두 번 이상은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거든요.
그러다보니 아이도 엄마 사랑해요 라는 말을 자주 해주고요.
작년에는 "엄마.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있자! 난 엄마를 너무 사랑하니까." 요런 앙증맞은 말을 해주기도 하고ㅎㅎ
그런데 며칠 전에는 저랑 같이 있다가 말을 안하고 저를 빤히 쳐다보는 거에요.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엄마. 나 슬퍼." 하며 울먹울먹..
"엄마 나 눈물이 나와. 엄마 보고있으니까 엄마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애."
...
사람이 왜.. 너무 좋거나 행복하면 눈물날 때가 있잖아요.
저는 그게 어른들만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이 작은 아이도 그런 감정을 다 느끼고 있었던 거에요.
그냥 좋으면 웃고 슬프면 울고.. 아이들은 단순한 줄만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애 앞에서 저까지 울면 안될 것 같아서 "엄마도 네가 너무 좋아." 하고 그냥 안아줬는데.. 그 날 이후 이 말만 떠올리면 가슴이 막 울렁거리고 울컥하네요ㅎㅎ 눈물도 찔끔 나고..
가만히 자는 아이 얼굴을 보다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처음으로 어딘가에 글 써봐요.
아직은 말 잘 못하는 둘째도 금새 커서 이렇게 예쁜 말로 저를 울리는 날이 오겠죠?
지금은 '엄마 아파. 우유우유! 안녕?' 하고 자기 필요한(?) 말만 하고 있지만ㅎㅎ
늘 열여덟에 있을 것 같던 내 나이는 어느덧 서른 중반을 바라보고
너무 예뻐서 못 보겠다며 첫 데이트때 눈도 못 마주치던 수줍은 내 남자친구는, 이제는 거친 육아전쟁을 같이 치른 전우처럼 느껴지고
내 인생인데 나는 조연이고 아이들이 주연인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말을 또 누구한테서 듣겠어요.
남은 삶 동안 누가 나를 이렇게 맹목적으로 사랑해 주겠어요.
힘들지만 힘들지 않아서 행복한 날들이네요.
근데 쓰다보니 왜이렇게 글이 길어졌죠..
그만 쓰고 어질러진 거실 치우러 가야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