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소속사의 원조 아이돌 선배는 이제 결혼해서 애가 이제 걷기 시작했고 그렇게까지 안 가도 당장 같은 소속사의 한참 선배는 데뷔 십오 년만에 첫 공개 연애 했대 그 분 그 전에 연애 안 해봤는 줄 알아? 이제야 웃으며 하는 얘기라면서 자긴 자기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자 친구가 사진 찍자고 해도 안 찍고 어떻게 보면 여자 친구가 서운해 할 수도 있지만 이거 이해 못해 주면 자긴 못 만난다고 해가면서 연애했대 이거야 본인이 직접 방송에서 한 말이니까 워낙 유명할 거고. 그냥 적당히 연애 정도만 하면 우리가 그걸로 흔들릴 나이고 팬덤이니 그 정도 뒷 처리는 우리랑 소속사가 다 알아서 해줄 테니까 넌 이제 인기에서 인정 받는 날만 기다려라 그 때가 지금이니 이제 우리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안정기 맞고 했으니까 시간 좀 지나서 축복 받는 결혼 하라는 게 그게 그렇게 큰 바람이었나 우린 널 남자로서 사랑해서도 아냐 까놓고 말해서 야 너 남자로 안 보여 널 가둬 놓거나 구속 하려는 게 아냐 그냥 너라는 사람이 가족 같아서, 나랑은 비교도 안 되게 이미 잘 사는 사람이지만, 그간 아이돌이란 이미지와 고정 관념 편견에 갇혀서 사느라 뽐 내지 못했던 네 실력들 더 뽐내고 살라고 말 그대로 더 잘 됐음 하는 마음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더 이해를 못해 주는 거야 네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고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다 아니까 또 아이돌로서 더 인정 받고 싶어도 한계가 있으며 그건 시간이 서서히 너의 숨겨진 실력을 드러내 주며 해결될 거란 걸 다 아니까 근데 오늘 사람들이 다 그러더라 아이돌계 역대급 병크래 넘사래 엑소 팬 아니라서 내 멘탈 다행이라더라 왜 널 좋아한 걸 다행이 아닌 일로 만드니 막말로 내가 좋아서 한 내 덕질 내가 소비한 게 맞는데 그럼 내가 내 행복 지금 당장 내 감정에만 신경 써도 되는 거 아냐? 뭐 예쁘다고 당장 축하해 주고 응원해 줘야 해? 데뷔 후 일 년 너무 힘들었고 뜨고 나서는 온갖 머글 대중들 희롱에 조롱 받아 가며 살았고 그래도 풋풋했던 젊음으로 이겨 내려고 해보니 여기 저기서 병크 터졌고 그래 거기까진 뭐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여기 팬들도 이제 나이도 찼으니 그냥 바람 좀 들고 들떴었다고 생각해 음악 좀 하겠다고 데뷔한 애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정상을 누렸는데 그 정도도 안 들뜨면 멋 대가리 없지 근데 이건 아니지 않냐 손 편지에 축하, 축복이 앞서도, 그게 우선일지라도 예의상 하나도 안 미안하고 안 죄송해도 '죄송합니다' 그 다섯 글자가 그렇게 힘들었니 빈 종이에 나 혼자 죄송합니다 쓰고 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다섯 글자였나 하고 더 허무한 건 우리 함께 한 지난 9년의 시간에 비하면 90초도 안 걸리는 시간에 그 다섯 글자가 써지는 게 참 비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