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렸을때 맨날 할머니집에 가면 오자마자 밥 차려주셨거든?
근데 언제는 할머니가 동생한테는 미역국이랑 오렌지 쥬스 주고 나한테는 올갱이국이랑 식혜 주신 거야.
솔직히 난 미역국이 먹고 싶었고 식혜보단 오렌지 쥬스 먹고싶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올갱이국이 뭔 지 몰랐으니까 막 비쥬얼도 이상해보이고 그래서 속으론 할머니께 되게 서운했고, 할머니는 나보다 동생을 더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가졌음.
그렇게 서운한 마음을 뒤로 하고 한 입 뜨는데...
세상에 쉬밤 진짜 맛있었어...진짜 너무 맛있어서 할머니께 한 그릇 더 달라 그러고 할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앞으로 할머니집 자주와 ○○야~할머니가 우리 ○○이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라고 말씀하셨어.
아무튼 마지막으로 식혜를 마시며 완벽한 식사를 했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할머니께서는 몸이 많이 편찮으셨어. 우리 가족은 내가 올갱이국을 먹은 날로부터 몇 년동안 (그때가 8살이었는데 지금은 19살이니...11년 됐네...)할머니집을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었고 가장 쉬운 문자나 연락 조차 하지 않았지.
근데 어제 왠지 모르게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은 거야.
안 보면 미칠 거 같고 꼭 할머니께 가고 싶었어.
그래서 오늘 할머니집에 찾아갔는데..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보다 너무 왜소하셨고, 나보다 큰 줄 알았던 할머니가 이젠 내가 더 커져있고..얼굴에 주름이 많아지셨어. 난 할머니를 뵙자마자 부둥겨 안으며 울었어. 할머니 보고 싶었다고. 그동안 할머니께 안 와서 죄송하다고..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할머니께서 나에게 배고프지 않냐고 물어보셨어. 그래서 나는 배고픈 거 같다고 말씀드렸지ㅎㅎ.
그렇게 말하고 나서 얼마 안 지나 할머니가 밥 먹으라고 날 부르셨는데...나에게 어렸을 때 주셨던 올갱이국을 끓여 주신 거야. 그러고선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00이 어렸을 때 할머니가 동생한테만 맛있는 거 주고 00이 한테는 이거 줘서 서운했지? 할머니도 우리 00이가 서운해해서 동생이랑 똑같은 거 줘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지만 할머니는 우리 00이가 분명 할매가 만든 올갱이국이랑 식혜 좋아할 거 같아서 만들었단다. 그리고 할머니 예상대로 우리 00이가 너무 좋아해줘서 이 할머니는 너무 기뻤어. 00아, 할머니는 우리 00이 많이 사랑해."
라고.. 난 진짜 이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너무 나와서 밥을 먹을 수가 없었어. 그래도 우리 할머니께서 오랜만에 차려 주신 밥이니까 맛있게 먹었지.
지금 할머니는 내 옆에서 주무시고 계셔.
정말 꿈만 같아.
이제와서 생각해보니까 그때 할머니는 나를 너무나도 잘 알고 계셨고 절대 내가 못 나서가 아닌, 되려 손녀 생각에 정성들여 만들어 주신 음식을 내게 주신 거란 것을.
이제 할머니는 많이 연로하셔서 앞으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난 할머니의 남은 시간들을 정말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해드릴 거야.
할머니 너무 죄송하고 감사드려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