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요팬의 관심을 모은 신선한 뉴스가 있다. 그룹 쥬얼리의 1기 멤버로 활약한 정유진이 은행원으로 변신했다는 소식이다.
박정아·이지연·전은미와 함께 쥬얼리 1집 <디스커버리>를 발표하고 2년 가까이 연예계 활동을 했던 정유진은 최근 국민은행 ‘명품여성종합통장’의 사원 광고를 찍으며 얼굴을 드러냈다. 2002년 팀을 탈퇴. 용인대 중국학과에서 공부했고 올 8월 국민은행에 입사해 인사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성 댄스그룹의 멤버에서 은행원으로. 전혀 다른 제2의 삶을 시작한 정유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팬들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 ‘그 많던 댄스 그룹 멤버들은 어디서 뭘할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은 ‘그룹의 시대’라 할만큼 많은 그룹들이 나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룹 출신 중 지금까지 가수 혹은 연기자로 얼굴을 비치는 경우도 있지만 팬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잊혀져가는 옛 스타들도 많다. 이제는 팬들의 시야에서 멀어진 ‘왕년 스타’의 오늘을 찾아봤다.
●동종업계에서 일해요
소방차의 김태형·정원관·이상원이 간혹 얼굴을 비추며 활동을 하는 가운데 통 소식을 알길 없는 멤버가 있으니 바로 도건우다.
이상원이 탈퇴한 빈자리를 메운 도건우는 당시 화려한 덤블링으로 주목 받은 멤버. 도건우는 광고 에이전트의 대표가 됐다. 한때 피플크루·mc몽·리치 등이 소속된 음반기획사를 운영하다 1년 전부터 광고 쪽 일을 하고 있다.
도건우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소방차 멤버들과 가끔 만나며 지낸다. 재결성 때 다시 활동하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절대 다시 얼굴이 알려지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너에게 원한건> 등으로 높은 인기를 얻은 남성 4인조 그룹 노이즈의 멤버들은 대부분 연예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다. 홍종구는 음반기획사·외주 프로덕션 관련 회사에서. 천성일은 박효신·박미경 등의 작곡가로 활약했다. 김학규는 영화 <신라의 달밤> 등에서 배우로 일하다 최근엔 연예기획사에서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한상일은 최근 남성 2인조 그룹 헬프미로 오랜만에 가수 활동을 재개했다.
솔리드에선 김조한 만이 가수로 활동 중이다. 정재윤은 미국·대만 등에서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중저음의 랩으로 인기를 모은 이준은 학업을 계속해 현재 미국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
현영을 키워낸 sr엔터테인먼트의 이사 김다령씨도 그룹 출신. 그룹 잉크를 거쳐 <젊은남자>로 인기를 얻은 남성그룹 gq의 멤버로 활동했다.
gq 해체 이후 주영훈의 로드매니저로 시작. 연예 매니지먼트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가수 출신이 제작자로 변신한 경우는 많지만 로드매니저부터 단계를 밟은 경우는 드물다.
또 여성그룹 오투포(o-24)의 멤버 안미정은 sbs tv <뉴스와 생활경제>에서 리포터로 활약 중이다. 본인이 가수 출신임을 알리지 않았지만 팬들이 먼저 ‘오투포의 안미정 뉴스 진행 장면’이라며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 놓아 유명세를 탔다.
●전혀 다른 분야로 진출
연예계와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분야에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왕년 가수들의 소식도 간간히 전해진다.
쥬얼리의 정유진은 “활동을 하다보니 노래·춤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박)정아 언니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 밖에 못하는 것이 싫었다”며 과감히 팀을 떠났다. 이후 중국 어학연수를 마치고 수능에 도전해 대학에 합격. 은행원이 된 경우다.
h.o.t와 쌍벽을 이룬 그룹 젝스키스의 멤버 중 유난히 소식이 뜸한 고지용(26)은 올겨울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난다. 현재 군 복무를 대체해 방위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고지용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군복무가 20일 가량 남았다. 12월께 la의 한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며 비즈니스를 전공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연예계 복귀에 대해서는 “학위 취득 후 귀국해 사업을 할 생각이다. 난 연예계에 잘 맞지 않았던 것같다. 앞으로도 연예 활동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윤현숙 등이 소속됐던 그룹 잼의 리더 조진수는 현재 부산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활약 중이다. 부산 남천동‘하이 클라스 헤어’의 원장이다.
잼의 또다른 남성 멤버 황현민·김현중은 고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성빈은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다.
<뿌요뿌요> <바다> 등으로 인기를 얻었던 그룹 up. 멤버 김용일의 변신도 놀랍다. 그는 웨이크보드 국가대표가 됐다. 2004년 5월에 열린 iwsf(세계수상스포츠협회)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회에서 3위에 오른 경력의 실력자다. 현재 서울 청담동 ‘피코수상스키장’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또 다른 남성 멤버 이켠은 현재 연기자로 활동중이다.
●먼 미래를 내다봐라
과거 그룹의 멤버로 활약한 이들 중엔 전혀 새로운 일터에서 새 삶을 일구는 경우도 있지만 무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밤무대 가수나 dj로 살아가는 경우가 흔하다.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왕년의 가수들은 후배가수. 혹은 가수 지망생들에게 “현재 인기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인생을 준비하라”고 입을 모아 충고한다.
현영를 키워낸 김다령씨는 “그룹 해체후 가수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당시 연예인으로 내 모습을 볼 때 현재는 있지만 미래는 없었다. 가수로서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가수로 계속 남고 싶다면 꾸준히 공부해서 능력을 키우고 재능이 없다면 과감히 인생의 항로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김다령씨는 로드매니저로 일하며 초반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4년 동안 가수하면서 밴을 타고 다니다 매니저가 돼 밴을 운전한 날 소주를 마시며 펑펑 울었다. 한때 같이 일했던 김종국 등 가수들과 부딪히면 부끄러워 숨곤했다. 하지만 이젠 내 스스로 대견한 생각이 든다. 순간의 부끄러움보다는 인생의 미래를 생각하게됐다.”
오투포의 안미정도 연예인 출신이란 꼬리표 때문에 맘고생이 많다. “어린시절 가수라는 좋은 경험을 했지만 특별한 이력이 부담이 될때가 많다. 뉴스가 좋아 이 길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연예인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내 목표에 과거 이력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이라고 전했다.
정유진 역시 “어린 학생들이 연예인을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정말 끼를 갖고 있는지 냉정히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충고를 잊지 않았다.
h.o.t.god 등을 키워낸 스타에비뉴의 정해익 대표는 “학업도 모두 포기한채 가수 하나에만 매달리다 10대 20대 초반을 낭비하는 청소년들을 많이 봐왔다.
수 천 명이 데뷔 하지만 그 중 스타가 되는 것은 단 몇 명뿐이다. 또 스타가 되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면서 “인기보다는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평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