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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3달 남았습니다. 현실적인 조언들이 필요합니다.

힘내요 |2020.02.13 13:19
조회 46,929 |추천 12

안녕하세요, 올 5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던 32살 예신입니다.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일들이 있어서 항상 자주 보던 결시친에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사족이 길고 서두가 길어도 여동생의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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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저는 학창시절 동창으로 이십대 후반에 만나서 거의 3년째 연애중이에요.

양쪽 집안 형편은 비슷해요. 대신 남자친구보다 제가 연봉이 더 높고, 좀 더 안정적이에요.

결혼 얘기가 나온건 작년 4월.

성격도 취향도 잘 맞았던 우리가 결혼을 결심한건 당연한 얘기였고 학창시절 때 부터 각자의 부모님을 뵈었던 지라 좀 더 무난하게 일이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있었던 진행과정들에도 사실상 무난하게 진행된 것 같았어요.

모든 문제는 돈과 예상외의 남친의 게으름에 있었습니다.

성향도 가치관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건 그저 문화적인 부분, 취향적인 부분만 맞았었나 봐요. 

전 계획적이고, 현실적이며 성격이 급해요. 감정보단 이성적인 면에 더 치중하고 논리에 맞는걸 좋아해요. 그리고 힘든 일이 생기면 먼저 그거부터 끝내고 여유 부리는걸 좋아하는 성격에 가깝죠.

남친은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낙관적이고 모든게 느려요. 힘든 일이 생기면 일단 여유부리고 나중으로 미루는 스타일에 가깝죠.

첫 문제는 이런 부분이었어요. 결혼준비과정에서 남친의 참여도는 0.1%, 그리고 제 참여도가 99.9%였어요.

물론 알아보는게 내가 더 빠르고 디테일하며 계획적이니 서운한 마음이 들어도 결국은 내가 이러는게 더 마음이 편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넘어갔어요.

이건 거의 모든 과정에서 그랬어요. 식장부터 식, 촬영들, 하다못해 신혼여행부터 남자친구의 예복마저 전부 저 혼자 찾고, 알아보고 결정했죠.

항상 촉박하고 바쁘며 정신없었어요. 할 일은 태산같은데 회사생활을 하며 모든 일정을 짜맞추느라.

내가 알아보고 준비해야 호구잡힐 일도 없을건데 사실상 처음 하는 결혼이라 난 모르는게 투성이고, 그럼 또 알아보고 찾아보고 결정하고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남자친구의 태도는 항상 뭘 그렇게 촉박하게 해?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되겠지~ 였어요.

우리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일이 넘치고 넘치는데 왜 이 친구는 항상 여유로울까.. 이걸 생각해봤는데 이건 결국 제가 알아서 하기 때문이라는걸 알게 된게 얼마전이에요.

어차피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남자친구 입장에선 정말 시간이 지나면 되는거였고. 그래서 어느정도 번아웃이 왔었어요.

그러다 이런 모든것들이 터진건 결국 집 문제에요. 집이 구해지지 않고 아무런 계획이 없는데 결혼을 진행하는건 말이 안되니까. 근데 결혼준비과정처럼 난 처음해보니 모르는게 투성이고.. 그럼 공부를 하고 알아보고 촉박해해야 하는데...이걸 하는건 오직 나뿐이고...

결국 우리는 결혼을 3개월 앞둔 지금까지 집에 대한 플랜이 전혀 없어요. 물론 전 있었어요, 덕분에 가입한 부동산 카페만 수 여개, 문의글만 수십개, 플랜도 생각도 없는건 오직 남자친구 뿐. 그리고 더 심각한건 돈도 없는거죠.

둘 다 모아놓은게 크지 않으니 양쪽 부모님들의 힘을 빌리기로 상견례 때 부터 합의가 되었고 저와 성격 똑같으신 저희 부모님은 이미 상견례가 지난 후 부터 모든 계획을 짜놓으셨었어요. 은행들도 다니며 자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래서 어느 지역을 어떻게 보는게 좋은지,

심지어 결혼을 반년이나 남겨놓고는 벌써 가전 가구 까지 대충 보러 다니셨더라구요. 유행하는 가전들(스타일러나 건조기)은 연세 많으신 부모님이 잘 모르시니 미리 알아두시고 싶으셨나봐요. 

그런 과정들에 촉박한건 저와 저희 부모님뿐이었어요. 시부모님이 되실 분들은 다분히 개인적이고 남자친구 같은 성향을 가지신 분들이라 어떻게든 되겠지~ 뭘 서둘러? 하고 넘기신 부분이 대부분이고 

덕분에 반년전부터는 집 얘기만 나오면 전 울고 싸우고, 그래서 너희 부모님과는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어? 라고 해도 걱정하지마~ 가을 중에는 가능하실거야~ 로 넘긴 가을이 이미 몇 달 전이네요.

이젠 누구든 절 보면 물어요, 그래서 너네 집은? 당연히 전 할 말이 없어요, 저같이 집도 없이 결혼을 진행한 경우를 보지 못했거든요.

아버님이 건축가셔서 짓고 계신 건물이 있었고 그게 가을중에는 완공이 되어 그 자리에 전세를 놓으면 전세금을 주신다는게 최초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물론 결혼이 3개월 남은 이 시점에 건물은 완공되지 못했습니다. 80%만 지어진 채로 콘크리트 그대로 있어요. 작년여름부터 촉박한건 오직 저 혼자였습니다.

이걸 모르고 계셨던 저희 부모님이 몇달간 말을 안해주는 절 보며 애만 닳으시다가 결국 이걸 저번주에 알게 되셨고 당연히 부모님이 노발대발. 당장 돈이 준비되지 않으면 파혼하라는 얘기가 계속해서 오고갔어요.

심지어 상견례 자리에서 남자친구의 아버님이 짓고 있는 건물은 절 너무 예뻐하셔서 같이 살고 싶어서 초기부터 고민해서 지은거라며 좋은 얘기를 잔뜩 해주셨었죠, 물론 저희 부모님은 그 마음에 감사하게 여겼고.

하지만 문제는 부모님이 그 지역과 건물의 쓰임새를 잘 모르셨을 때 이야기였어요. 직접 가보신 그 동네는 지역에서도 굉장히 외지이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저한테는 출퇴근만 4시간 (현재 친정집에서는 왕복 1시간30분) 주변에는 가로등도 편의점도 정류장도 없는 동네였으니까요. 건물의 모양새도 부모님이 생각하셨던 예쁜 전원주택과는 거리가 멀고 일반 상가건물에 가깝고. 심지어 그마저도 다 지어지지 않아 콘크리트만 덩그러니.

당연히 이건 너에 대한 무시며 우리에 대한 무시라고 생각하시게 됐어요. 덕분에 우시고, 화를 내시고, 집안이 몇 번이고 뒤집어 엎어졌어요. 집안의 늦둥이 막내딸로 자라 정말 곱게 컸던 제가 대못을 여러번 박게 되는 거였죠. 

덕분에 이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남자친구가 은행이며, 이민 가 있는 누나며 여기저기 돈을 융통해 보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준비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죠. 준공나지 않은 건물로 대출을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 부모님이 계신 집을 당장 뺄 수도 없고.

저희 아버지의 의견은 다 필요없다. 당장 다음주까지 돈을 마련해와라. 였으니

1-2주 되는 시간동안 덕분에 남자친구는 한숨과, 투정과, 고통스러운 말들만 했어요. 이게 촉박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당장 구해지는건 없으니

하지만 저희에게는 9-10개월이 있었어요. 저희 부모님도 저도. 이걸 내내 모른척하고 관망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결국 이 사단이 난건 사실 시부모님들도 아니고 남자친구의 탓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더 크게 생각하자면 쓸데없이 과하게 부지런하게 굴었던 내 탓.

모든건 내가 알아서 했으니까. 이 친구는 그저 가만히 있었으면 되었으니까.

그러다가 어제가 됐어요. 남자친구를 통해서 그럴거면 그 짓고있는 건물로 들어와라. 라는 시부모님의 의견을 들었어요. 가로등도 편의점도 없고 아직 80%밖에 지어지지 않은 시골의 그 건물로. 저는 초창기부터 반대했던 그 곳으로. 심지어 저희 어머니는 그 곳을 찾아가는 내내 말도 못하셨는데...... 논길을 밤에 달리며 여긴 젊은사람 살 곳이 아니야, 하시며 건물 입구조차 들어가시지 않았는데.

그게 시부모님의 생각이셨나 봐요, 해보다 안되면 들어와서 살라고하지 뭐, 하시는 생각이. 전 이게 너무 상처를 받아요. 제 10개월간의 고민과 저희 부모님의 10개월간의 애닳음이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부모님께는 보다 가벼운 문제셨던 거죠.

내내 예쁨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의 시부모님은 예쁜 며느리라며 각종 가방에 귀금속에 난리를 치셨어도 우리 시부모님이 더 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거 안해주셔도 전 예쁨받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와선 그런게 뭐라고 그런 세속적인 것들마저 사람을 엄청 비참하게 하네요.... 집에 문제가 없었다면 생각도 안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은 별의별게 다 비참해요.

예단도 예물도 폐백도 함도 아무것도 안하기로 한게 이제와서는 그냥 내 변명거리를 위해서, 내 자존심을 위해서 였던 것 같아요. 난 내가 안하는거야! 라고 말할 수 있게..... 근데 사실은 아무것도 해주기 싫으셨을지도 몰라요. 이제와선 그렇게 생각이 되요. 한번 비참해지고 나니 지쳤어요. 비교를 하고 싶지 않은데 다들 왜 이렇게 날 가만두지 않는건지 모르겠어요. 왜 안해? 넌 이러는 와중에 아무것도 받는게 없다고? 나는 이런데? 라는 말들이 계속해서 비수에 꽂혀요. 제가 점점 더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사람이 되가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런 모든걸 만든게 남자친구 같아요. 관망하고 안일한 태도들 때문에..

그래서 결국 파혼하자고 했어요. 나는 우리 부모님 가슴에 대못박으며 이렇게는 못해 그래서 너 당장 다음주까지 1억을 해올 수 있어? 현실적으로 못하잖아 아무런 수도 없잖아 왜 항상 상처받고 촉박해하는건 나와 우리 부모님의 역할이어야해? 하며,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오래된 친구를 웨딩촬영까지 끝낸 지금 놓는게 맞는건지 우리의 문제는 정말 현실적인 것 밖에 없었던건지, 아니면 그냥 제가 지친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서든 당장 돈을 구해온다면 난 괜찮은건지,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결국 남자친구는 더 이야기를 진행해보겠다는 쪽이고, 이제와서 뒤늦은 10개월간의 사과를 새벽내내 전부 들었어요. 울더라구요, 돈과 게으름 덕분에 절 잃게 될테니. 근데 전 내가 10개월동안 한달에 한번씩 울 땐 넌 뭐했어? 무슨 생각했어? 라는 생각만 들어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추천수12
반대수203
베플남자ㅇㅇ|2020.02.13 13:23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시작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사람을 뭘 믿고 평생을 함께 하려고 하나요?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 현재로서는 가장 빠른 시점입니다. 접고 지옥 앞에서 나오세요.
베플흐음|2020.02.13 13:33
청첩장돌리고 결혼식 일주일전에 헤어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근데 님은 아직 청첩장 돌리기전이고 3개월이나 남았잖아요~ 결혼식준비조차도 그러는데 앞으로 살면서 생길일들은 안그러겠나요..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는 어른들 말씀 괜히 나온거아닙니다.
베플ㅇㅇ|2020.02.13 13:36
앞으로 모든 일들의 루틴은 정해졌어요. 결혼후, 아이낳고, 결혼하며 생기는 모든 일들은 님혼자 아둥바둥 알아보고,계획하고 뺑이치고 남편과 시가식구들은 발등에 불떨어지면 허둥지둥 알아보고 포기하고 그거 아니면 이거 식으로 여태 조사하고 골머리앓던 일을 돌리게 만들고 원래부터 그렇게 살아왔던 분들은 그게 문제가 될거라고 생각안해요. 그래서 성향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는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결국, 지금은 그집으로도 들어가지 못하는거 아닌가요? 80프로 지어진 집을 결혼하고 바로 들어갈수있게 해주신대요? 그것도 아닐듯해요. 잘 생각하세요, 바로 몇달만 생각하지 마시고, 결혼후 수십년을 함께 할 부분들을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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