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항상 재미있다고 낄낄거리던 네이트판에 글을 쓰는건 처음이네
2010년 4월 16일, 그때 처음 만난거 아직 기억하는지 모르겠다다만, 나는 아직도 강렬하게 남았던 네 첫 인상을 잊지 않았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개학하고도 한달 넘게 학교를 나오지 못했던 너였지그 당시 너는 내 짝지였고 나는 개학하고 한달만에 짝지 얼굴을 처음 봤어
뭐...그렇게 나름 순탄한 학교 생활이 어느정도 순조롭게 진행되다가여름방학때 담임 선생님이 짝지끼리 해오라고 하셨던 숙제아닌 숙제"서로 마음에 담고 있는 여행지 및 지역을 선택해서 공유해와라" 이런 느낌의 숙제 였던 것 같아사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숙제를 받자마자 넌 나한테 "니는 여행지 담아둔거 있나?" 라고 물었고나는 너에게 "난 그냥 집 근처 뒷산이나 가려고" 라고 답했지
그러고 우리는 서로 누구한텐 뜨겁고 또 다른 누구에겐 차가웠던 여름방학을 맞이했지
방학이 얼마나 지났을까....내 친구를 통해 내 전화번호를 받고 넌 내게 문자를 보냈어"아직 뒷산 안갔으면 같이 갈래?" 라고 정말 뜬금없이 연락 했지
어차피 짝지와 해야하는 숙제이니 만큼 같이 가서 친해진다는 메리트도 있었기에나는 흔쾌히 너에게 같이 가자고 답을 전했어
그리고 차마 뒷산은 갈 수 없어서 집에서 좀 떨어진 절과 비슷한우리 또래 학생들이 현장학습 체험으로 자주 가는 곳을 갔고
나는 그때 처음 너의 웃는 모습을 봤네, 그때 너 무척 예뻐보인거 아는지 모르겠다.뭐 그렇게 사진만 잔뜩 찍은 숙제아닌 숙제가 끝나고 우리는 개학을 맞이했지
너는 티 안나게 줄인 치마, 그리고 어설프게 묶은 머리로 등교했었고
나는 무슨 자신감인지 네 옆자리에서 밥 먹어도 되냐고, 그 당시엔 누가 들으면짝사랑 한다고 착각 할 만하게 말을 먼저 걸었고 너는 이번엔 웃으며 좋다고 같이 먹자고 하더라
그렇게 우리는 등교, 하교를 같이하며 수업시간엔 같이 엎드려 잠을자고복도에 나가서 무릎꿇고 손 들면서 누가 먼저 손 내리나 하는 쓸데없는 내기도 했었지
그렇게 8월이 되었고, 나는 네게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도 확실해서저녁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살짝 얼버무리며 나는 네가 좋다고, 우리 사귀면 어떨까 하고 물었고너는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하냐며 바보, 멍청이라며 나를 막 놀려대곤 했지
평범한 짝지에서 이제는 평범하지 않은 짝지로 발전 한 우리는수중에 돈도 부족하고 연애는 처음이라 너무 서투르기에 형, 누나들이 하는 데이트또래들이 하는 데이트를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하며 지냈지
대신 다른 커플들과 좀 다른게 있었다면우리 사이가 특별해 진 이유로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등교할땐 널 마중하러하교할땐 널 데려다주러 1년 365일을 매번 반복했다는 점?
그리고 매일 니가 다니는 미술학원을 데려다주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집에서 조금 휴식을 취한 뒤 네가 매일매일 달고 살던 딸기우유 2개를 사들고너의 학원 앞에서 니가 마치기만을 기다렸어, 물론 너에겐 집이라고 거짓말 했지
니가 학원을 마치고 나와서 날 발견하고 "언제 왔어?" 라고 물어보면내 대답은 항상 "한 3분 전에 도착했지" 하며 딸기우유를 네 손에 쥐어줬어
이런 일상도 매일매일 1년 365일 반복 되었더라, 물론 딸기우유는 아니야ㅋㅋ돈이 없었거든...
그렇게 우리는 매번 같은 일상, 그리고 나는 너의 한결같은 미소와 웃음소리를 들으며우리는 고등학교 졸업을 했어
너는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고 미술에 재능이 있어서 미술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고나는 우연치 않게 프로게이머 연습생으로 데뷔를 해서 서울로 가게 되었어
거의 3년을 가까이 붙어있던 우리가 단 하루아침에 400km 가까이 떨어지니서로가 참 많이 불안함을 느꼈는데 나는 회사에서 쉬는 날 만들어 주면연습 끝나고 기차타고 널 보러가고, 기차가 없다면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널 만나러 갔어
왜냐면 네 미소가 아직도 너무 예뻐보였기 때문에, 너무 보고싶었거든
너도 학교 다니느라, 미술학원 다니느라 바쁠텐데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하면서생활비로 사용해도 부족한 돈 나 한번 보겠다고 서울까지 올라와주고 너무 고맙더라
그렇게 나는 연습생에서 2군 선수로 올라갔고 경기에 한번씩 참여 할 수 있는 카드가 되었지너는 내 경기가 있을 때 마다 학점을 포기하고 내 경기가 더 중요하다며 보러왔고
해외에서 있던 경기엔 부모님이 오실 수 없으니 티켓과 입장권을 너에게 주며"열심히 잘 하고 올게, 응원해줘" 라고 말만 하고 갔더니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보러와주고
경기 끝나고 국내에선 너와 맛집 데이트를, 해외에선 내 카메라 렌즈와 내 눈에 널 한모금 더 담으리라다짐하며 카메라 셔터 버튼을 수 없이 눌러대곤 했어
내가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가 악플에 시달려 아무 연락도 받지 않고 혼자 시무룩 해 있으면너는 아무 말 없이 우리 숙소 근처까지 찾아와서 딸기우유 사진을 보내며 "보고싶어 내 딸기"라는 메세지를 그것도 아주 귀엽게 보내더라
그리고 너와 파스타 집 처음가서 오일파스타 먹고 "나 이거 너무 좋아 매일 먹고싶어!" 라고 하니미술전공인 네가 알바하면서 모은 돈으로 왜 양식 요리사 자격증을 딴다며 학원을 갔을까네 생활이 풍족해지는게 나는 더 중요했는데...
하연아, 너를 먼저 떠나보낸지 벌써 4년이 지났어이벤트 해주겠다며 서울로 몰래 올라오던 너에게, 신께서 질투를 하셨는지천사같던 너를 진짜 천사로 만들어버리셨네...
난 아직 네 납골당을 혼자 관리하고 너와 함께 손을 꼭 잡고 걷던 거리를 매일 걷고있어그리고 아직 딸기우유 매일매일 마시고 있고, 파스타는 이제 먹지 못하겠더라
얼마 전 너의 부모님께서 나도 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니널 잊고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라고 말씀 하시더라
나 같은 남자가, 너 같이 너무 과분한 천사를 만난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 괜찮을까
요즘 다들 나한테 그러더라."너 보고 있으면 하연이랑 너무 닮았다, 성격도 말투도 행동까지"
이 말 듣고 눈물은 많이 났지만 너무 좋았어왜냐하면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착한 사람이 아닌데날 보고 착하다고 말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성격과 행동 말투가 너를 꼭 닮은 것 같아서
이젠 눈을 마주 할 수도, 손을 잡을 수도, 너를 사랑한다며 꼭 안아 줄 수 없지만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네 모습이 담겨져 있다는게 그게 너무 행복해
하연아,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널 내 품에 안고 있다가 보내줄게아직은 널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아서, 천사가 된 널 더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해줘야하는데너의 날개 끝 자락을 아직도 내가 잡고 있어서 미안해
그리고 이 말은 꼭 하고 싶더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