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는 글, 미련으로 쓰는 글도 아니고
이거 네가 읽어도 다시 돌아올 사람 아닌 거 다 알아.
나도 기다리겠다고, 돌아와 달라고 쓰는 글 아니고,
그냥 마지막으로 네 생각하려고 쓰는 글이야.
사실 네가 말하기 꽤 오래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어.
우리의 끝이 보인다는 걸. 외면하려 무던히도 노력했는데,
노력으로도 안되는 게 있더라.
어느 순간부터 짧아져가는 문자들과, 시간을 쪼개서라도 나와 연락을 이어가려던 네가 점점 시간을 핑계로 연락을 미루더라.
짧아져가는 문자들에 지쳐가던 내가 자주는 못해도 길게 해줄 수 없냐고 물은 날, 너는 애꿎은 발렌타인 데이를 못챙겨줘서 미안하다는 문자와 자신이 잘 버티고 있다는 말이 다였어.
솔직히 힘들었어. 나 노력 많이 했어.
매일 네 학원 시간 맞춰서 스터디카페에서 네 전화 기다리며 공부하는 척이라도 했어. 그럼 네 목소리 10분이라도 들을 수 있으니까. 네 알바 시작할 시간에 15분거리 5분만에 뛰어가서 네 얼굴 잠깐 보면 하루종일 행복했고, 다시 카페에서 뭐라도 하면서 네 알바 끝날 때까지 기다렸어. 그런데도 너는 버스가 오면 바로 가버렸어.그래도 좋았어. 5시간 기다려서 3분을 보는데도 그 3분이 너무 행복했으니까. 못 본 날에는 다정히 연락해주는 네가 좋았어. 그런데 그것도 어느순간 점점 뜸해지더라.
사실 너한테 말 못했는데, 나 우리집 가는 법 알아.
네 목소리 1분이라도 더 듣고 싶어서 매일 집앞에서 길 잃은 척 같은 길 두 번씩 돌았어. 추운 겨울에도 항상 비염, 감기달고 살았는데 춥다고 하면 너랑 전화하려고 멀리 돌아가는 나 빨리 들어가라고 할까봐 안춥다고 거짓말했어.
매번 기다려도 너는 내가 기다린 시간의 반의 반도 봐주지 않더라고. 혼자 아닌 둘이라 더 외롭다는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메아리쳐도 나는 꾹 참고 기다렸어.
널 생각하는 시간도,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행복했으니까.
어깨 아프다는 너 생각해서 백팩사고,
가끔은 내 생각도 해줬으면 해서 커플폰케이스 사고,
피곤하다는 말 달고 사는 너 생각나서 영양제사고,
체중관리 해야겠다는 너 생각나서그냥 간식 주면 안먹을까봐
며칠을 인터넷 검색해서 다이어트 간식사고,
박카스 먹으면 잠도 잘 못자면서 박카스 좋아하는 너 박카스 한 병 다 먹고 잠 설칠까봐한 번에 먹지 말라고 젤리로 사고,
내년에 하기로 한 것들 생각하면서 소원쿠폰까지 만들었어.
솔직히 묻고 싶은 거 많았어.
쓰지도 않을 소원쿠폰 왜 내년에 잘 쓰겠다고 가져갔어?
어차피 곧 헤어질 거면서 커플폰케이스 주는 내게 소중하게 끼고 다니겠다며 행복하게 웃어줬어?
왜 그 날 다정하게 평생가자고 하며 입맞춰줬어?
묻고 싶은 거 많았지만, 이것마저 물어보면 너랑 다신 못보는 사이될까봐 친구는 하고 싶어서 끝까지 참았어.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선물이 생일선물인 줄 알았으면 신발 사줄걸 그랬다.
그럼 미안하다고 하는 네게 신발 준 내탓하겠다고 좋은 사람 찾아가라고 할 수 있었을텐데.
내가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시작한 연애였는데도 자꾸 네가 다정하면 다정할수록 욕심이났어. 그래서 욕심냈어.
언제나 너만 바라보면 언젠가 너도 나만 바라봐줄줄 알았어.
바보같이 질릴 줄도 모르고.
사랑은 처음해봐서 할 줄 아는 게 사랑한다고 내 마음들 쏟아내는 게 전부였어. 그게 네게 부담이었나보다.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 헤어져야하는 이유가 분명해진 날부터
매일 사랑한다는 내 말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고,
자꾸만 기대오는 내가 버거웠을 것이고,
자꾸만 기다리겠다고 하는 내가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을 것이고,
네 생각과는 달리 하루하루 과한 사랑을 쏟아내는 내게 상처주는 것이 무서웠겠지.
하지만 네가 헤어지자는 데에는 너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건 내가 어떻게 해서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어. 너는 너의 것에 분명하고 단호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마지막 연락을 주고 받던 날,
전화하면 이성적 판단을 못할 거 같다고 말하는 네 말들이
마치 네가 흔들린다는 것처럼 느껴져서 구차하게 두 번이나 잡았어 미안해.
너랑 함께한 시간은 가장 예쁜 시간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어.
우리 서로 가장 힘든 시간에,
가장 흔들리는 시기에 만나서 정말 많이 사랑했다. 그치?
서툴렀지만 가장 순수하고도 뜨거운 딱 사춘기에 어울리는 사랑을 했다고 생각해.
그동안 수고 많았고 많이 고마웠어.
가장 힘든 시간에 옆에 있어줘서.
사랑하는 법 가르쳐주고, 사랑해줘서 고마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연인으로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 못하겠어.
아직도 못해준 것만 머릿속에 가득해서.
다시 돌아간다해도 더 잘해줄 자신은 없어서,
다시 매달려도 넌 잡힐 사람도, 난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서.
그저 외면하던 끝이 올 때가 되어서 왔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해도 난 한 발짝 멀리 있는 친구일 때 더 좋은 사람같아. 그래서 마지막에 했던 친구 하자는 말 진심이었어.
내게 너도 좋은 친구였고, 나도 네게 좋은 친구였던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너와 친구였던 시간도 내겐 너무나 소중하거든.
넌 정말 잘맞는 친구였으니까. 네 생각에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 비록 약속했던 말과는 다른 의미가 되었지만,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시 만나요. 친구로.
아직은 너무 이른 거 같다. 나는 괜찮지만, 너는 모르겠어서.
다시 다른 우리가 되기에는.
꼭 잘 지내고 대학 가고 싶은 데 붙었으면 좋겠다.
넌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야 축하해주면서 다시 친구하자고 연락할거 아니야.
마음같아선 내일이라도 당장 친구하자고 연락하고 싶지만,
네 마음도 모르겠고 더 이상 부담주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네가 가장 행복할 때, 부담 없을 때 친구하자고 할게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황이 미웠던거지,
사람이 밉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너랑 다시 친구하고 싶은거야.
그 말을 할 수 밖에 없던 네 입장도 이해가 가거든.
그러니까 다시 내가 연락한다면 친구라도 말고,
그때는 진짜 친구해요.
우리 연애보다는 장난끼 가득한 친구가 더 편하고 잘어울려.
우리 내년 이맘때엔 서로 응원해주는 친구로 다시 만나요.
이제 이 글 끝내면 나도 네 생각, 네 걱정 더 안할게.
조금은 어색할지 몰라도 지나가다 마주치면
그냥 기분좋게 인사하자.
진짜 안녕.
내 모든 처음이 되어줘서 고마워.
많이 사랑했어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