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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는 나한테 못해준 게 하나도 없어. 그런데도 나는 불안했어. 참 웃기다. 너를 좋아하게 될 수록 너한테 밉게 대했어. 사실 너가 하는 말들이 다 맞아. 그런데도 나는 지고 싶지 않았어. 일단 반박부터 했어. 너의 행동, 너의 말들이 모두 맞았고, 너가 완벽할 수록 난 겁이났어. 헤어진 전 날, 너가 혼자 있고 싶다고 했을 때, 너무 무서웠어. 날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될까봐.

난 항상 바보같아. 머리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괜히 질투심 유발하고, 상처주는 말 하고. 너무너무 사랑해도 사랑한다고 말하기 무서웠어.

헤어진 그 날, 너의 모든 말들이 이별을 암시하는 것 같았어. 무섭고 두려웠어.

너는 사랑해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어.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나봐. 풀들 옆에서, 나는 너에게 나를 좋아하냐고 물었어. 좋아해라고 말해달라고 하고 싶었어. 하지만 너는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했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실제로 내 세상의 하늘은 무너진 것 같아. 결국 헤어지자는 말은 내가 했지만, 너의 입을 빌린 거였어. 하지만 내가 도망쳤고, 평소에 무심했던 탓이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믿고, 대화하고, 이겨냈어야 했는데 말이야. 사랑한다는 말이 새어나올 뻔했을 때마다, 많이 참아, 사랑한다고 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속상해. 꾹꾹 눌러놨던 사랑들이 이제서야 흘러나와.

내가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때, 너는 정말로 더 이상 참지 못 해 흘러나올 수 밖에 없을 때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했어. 나는 매번 사랑한다고 하고 싶었지만, 너무 가벼워보일까봐 꾹꾹 참았어. 있잖아, 너무 많이 사랑해.

미련하게도 헤어지자고 하면 너가 붙잡으면서 아직 날 사랑한다고 말할 줄 알았어. 사람들이 어떻게 헤어지자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었어. 그런데 그런짓을 내가 했더라. 헤어지자고 하자마자 정신이 확 들었고, 미안하다고 다시 만날 수 없냐는 내 말에, 너는 이미 마음이 떠났다고, 너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 응원해줄 수 있다고 했어.

며칠 뒤 너에게 연락했을 때, 너는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다시 연락하면 차단한다고 했어. 나를 그렇게 사랑했던 너가, 나를 그렇게 미워하는 사람이 됐다는 게,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게, 너무 미안해.

한 번 알고 난 뒤에는, 다시는 알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인생을 비극일 수밖에 없다고. 평생을 너를 모르고 살다, 인생의 한 순간에 너를 만났고, 다시는 너를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게 되었어. 너는 내 삶에 스며들어 나를 휘저었고, 내 모든 가치관과 삶의 이유를 바꿔놓았어. 너를 알게 된 후, 내가 마주하는 세상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야.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사람이야. 수백권의 책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관점들보다, 너를 만나면서, 볼 수 있는 세상들이 더 아름다워졌어.

사람을 무너뜨리는 방법은, 그 사람의 일부가 되었다가 빠져나가는 거라고. 나는 한편으로는 무너졌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세울 수 있게 되었어. 기둥들은 너의 조각들로 채워지겠지만, 지금까지 산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더 많기에, 벽과 지붕, 내부들은 다른 것들로 채워질 거야.

너와 삶을 채워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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