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꿈에 나와서 걱정돼 죽겠다고 울었잖아 그러면 안 돼 할머니 나 그 말 듣고 나서부터 할머니 생각하면서는 한 번도 안 울었어 근데 지금 할머니 사진 몇 개 없는 거 보니까 또 가슴이 좀 아프다
노인네 찍어서 뭐하냐고 맨날 싫어하면서 핸드폰 들고 셀카찍자고 하면 멋쩍게 웃었잖아 지금 그 사진 말고는 이제 난 못 봐 이럴 줄 알았으면 전화할 걸 이럴 줄 알았으면 찾아갈 걸 찾아가서 밤새 할머니 손 잡고 옆에 누워서 자 볼 걸 눈 뜨자마자 사랑한다고 하고 예쁜 짓 좀 할 걸
안 운다고 해놓고 울어서 미안해 근데 걱정하지 마 나 잘 살게 할머니는 진짜 날 키워줬는데 그치 내 어릴 적 기억에 엄마아빠보다도 할머니가 더 많은데 유독 왕래가 많았으니까 그냥 할머니는 있는 게 자연스러운데 이제 할머니가 없어 집 오는 길에 먹을 거 좀 사다가 아 이건 우리 할머니가 해준 게 제일 맛있지 하고 몇 걸음 더 가면서 생각해보니까 할머니는 이제 없어 동생한테 내 어릴 적 얘기 해주다가 정신 차리면 할머니 얘길 했던 거야 이런 순간마다 속이 빈 기분이야
입관식에서 할머니를 오랜만에 뵀는데 억울하더라 난 내가 미친 줄 알았어 화장하고 곱게 두니까 우리 할머니 살아있는데 그 차가운 냉동실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거친 옷 입고 손발이 묶여있는데 그냥 우리 할머니 깨워서 나가면 되잖아 말할 뻔 했어 보통 차가우면 시체같아서 아 돌아가셨구나 한다잖아 난 아니더라 우리 할머니 그렇게 멀끔하셔서 어떻게 돌아가신 분이라고 하겠어 단정하고 곱고 언제나 추하지 않게 사시려던 그 모습 그대론데
근데 그냥 눈물은 나더라 뇌로는 아 할머니 일어나셔야 되는데...하는데 난 울고 있더라 할머니 보고 싶어 차라리 그 때라도 많이 봐둘 걸 아냐 그 전에 내가 할머니를 좀 더 많이 찾아갔으면 내 사정이고 뭐고 할머니한테 맨날 붙어있었으면 할머니한테 좀 더 좋은 손주가 될 수 있었는데 할머니가 내 얼굴 좀 더 오래 볼 수 있었을 건데 아쉽고 서럽고 억장이 무너져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할머니 미안해 사랑해 할머니 있을 때 많이 해줬어야 하는데 이제 할머니가 없어 할머니가 왜 없지... 할머니집을 그 후로 한 번도 안 갔어 일부러 혹시 할머니 찾아갔는데 할머니가 없으면 어떡해 할머니가 침대에서 일어나 나오시면서 아이구 우리 손주들 왔나~ 하셔야 되는데 할머니가 없으면 어떡해 왜 이렇게 빨리 사람을 데려가셔서 왜 우리 할머니가 뭘 잘못했는데
이젠 이미 늦었지만 할머니가 살아생전에 꼭 보고 싶어 했던 걸 내가 좀 이뤄볼게 우리 할머니 나 보면 또 함박웃음 지으시면서 별 것도 아닌 거 동네 할머니들한테 다 자랑하고 다니신다 그 할머니들 사이에 내 소문 엄청 부풀려져서 날 걸 할머니가 안 봐도 돼 내가 다 이루고 한 번 찾아갈 테니까 그 때 그냥 확인만 해
사랑한다고 잘 가시라고 하고 끝내려 했는데 아직 할머니 잘 가시란 걸 내 입으론 못 말하겠다 그래서 오늘은 사랑한다고만 할게 할머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