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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 일어나던 그 아파트

느그전여친 |2020.04.16 01:19
조회 816 |추천 0

1. 나는 6살쯤 구미로 이사를 갔다. 아빠의 회사 이전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그때 급하게 집을 구한다고 허름한 5층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갔었다. 아파트는 1동 2동 3동 5동 6동 까지 있는 아파트였고 맞은편에는 높은 아파트가 있어서 여름에도 그늘이 진 그런 위치였다.

 

맞벌이로 늦게 들어오는 부모님과 입시 학원을 다니느라 늘 늦게 집에 들어오는 언니로 인해서 나는 저녁엔 꼭 혼자 집에 있고는 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다녀오면 대략 6시쯤에 마쳤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때는 겨울이라서 해가 일찍 저물었다. 해가 지면 유독 어두운 아파트였고 3동 맨 안쪽에 있는 곳이라서 나는 집으로 가는 길을 늘 무서워했다.

 

그날도 다름없이 무서움에 떨며 집으로 가는 도중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따라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고 나는 뒤를 돌아봤는데 누군가가 차 뒤로 숨었다. 나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였고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도망가면 잡힐 게 분명했다. 무언가가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두려움에 휩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이 몸을 숨긴 차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참을 쳐다봤을까 차 뒤로 숨었던 사람이 살짝 고개를 내밀어 나를 쳐다봤다. 많이 어두운 상황이라서 그 사람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으나 실루엣으로 대충 성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열심히 굴리다가 바닥에 있는 돌멩이가 보여 그 사람에게 집어던졌다. 그 사람이 돌에 맞은 순간 도망을 치기 위해서.

 

 분명 그 돌은 그 사람의 방향으로 정확하게 날아갔는데 그 사람에게 닿았는데 그 사람을 통과하고 바닥에 떨어졌던 것은 왜일까.

 

나는 소리를 지르며 집으로 뛰어갔고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뛰었던 날이었던 거 간다.

 

 

2. 나는 언젠가부터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집에 돌아오면 큰 방과 거실을 이어주는 문과 화장실 문을 제외하고 집 안의 모든 문을 닫는 버릇이. 나는 그 이유를 빨간 마스크라고 생각한다. 그때쯤에 한참 빨간 마스크가 유행했고 빨간 마스크는 창문으로도 집에 들어올 수 있다는 괴담을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학원을 마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부엌 창문, 부엌 문을 닫고 나와 언니가 사용하는 방문을 반쯤 닫았을 때쯤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분명 집에는 나 혼자 있었는데. 나와 언니가 사용하는 방에는 남자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데.

 

10년은 더 된 일이지만 아직도 그 남자의 얼굴을 선명히 기억한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훨씬 더 큰 눈에 사백안 눈동자, 반틈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엄청나게 찢어진 커다란 입. 그리고 그 남자는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그대로 굳어버려서 1분 정도 그 남자와 눈을 맞추고 있었던 거 같다.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사고 회로라는 것이 내 몸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었다.

 

조금 지나니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방문을 세게 닫은 후 TV가 있는 큰 방으로 달려가 소리를 키우고 이불 속에 들어가 덜덜 떨었다.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엄마가 집에 왔을 때 내 방문 좀 열어보라고 울면서 징징거렸더니 엄마는 방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방문을 닫는 습관을 고쳤다.

 

3.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 반에 여자애가 전학을 왔었다. 그 아이는 신기하게도 나랑 같은 아파트에 같은 동이었다. 내가 살던 동은 한 층에 한 개씩만 집이 있었다. 우리 집은 그 당시 2층이었고 그 아이는 4층에 살았었다.

 

항상 등교를 같이 했고 하교도 같이 했고 자주 붙어 다녔다. 그 아이는 나에게 너무 의지를 하려고 했고 어린 나는 그게 조금씩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아이와 서서히 멀어지던 중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그 아이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다시 갔다.

 

몇 년 전 엄마가 나에게 그 아이를 기억하냐고 물었다. 나는 물론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했고 우리 엄마는 그 아이 아빠가 참 무섭고 미친 사람이라고 해서 나는 왜냐고 물었다. 엄마의 말로는 그 때 당시에는 1층에는 부부와 나랑 동갑인 여자아이 나보다 몇 살 어린 남자아이가 살았고 2층은 우리 집이 3층과 5층은 비어있었고 4층엔 그 아이와 아버지가 살았는 밤에 그 아이가 아빠에게 맞으며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자주 질렀다고 했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많이 낡아서 소리를 좀 크게 지르면 크게 울리고는 했다. 4층에서 2층까지 여자아이의 비명소리와 아이를 때리는 소리가 꽤 자주 들려왔고 아빠와 엄마는 항의를 하러 4층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항의를 하고 내려오니 조금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했다.

 

아이를 무언가로 감싸고 때리는 듯한 그런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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