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레즈인데 남자랑 결혼?

|2020.04.17 18:32
조회 3,272 |추천 3
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일단 이 글 내용은 주작이 아니고 제가 정말 힘든 고민 끝에 다른 의견들을 듣고 싶어서 쓰는 거라고 먼저 말 하고 싶어요. 저는 레즈비언이고 고등학생 때부터 여자만 만나왔어요. 지금은 1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별 고민 없이 여자만 사랑하고 만나왔어요. 물론 가족한테는 숨겼지만 나름 진지하고 해외에서 결혼까지 생각할만큼 진심인 연애를 여자와 해 왔고요. 딱히 저의 이런 면에 대해 제 자신을 혐오한 적도 없고 그냥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왔어요. 여자친구와도 정말 잘 만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 달 전쯤 시작 됐어요. 친척들과 모여서 얘기를 하는데 결혼과 학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제 가족 모두가 하는 말이, 연애는 누구랑 하든, 결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이랑 하는 거다 라고 하셨어요. 제가 재벌 집 왕자님과 결혼하는 것도 안 어울리지만, “명문대 못 나온” (부모님 말 그대로) 집에 돈이 많지 않은 사람과 결혼하는 걸 절대 반대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너무 수준 낮아보이고 같은 가족인 게 부끄러웠는데 생각해보니 현실적으로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해요. 저희 부모님은 카이스트/서울대 출신이시고 친척들, 심지어 80살 넘으시고 여자인 외할머니까지 모두 서울대 나오셨어요. 어릴 땐 아무 생각 없었고 다들 이런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이게 우연이 아니고 일부러 이런 사람들끼리 만나서 결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사촌언니가 고려대학교를 붙었을 때 재수를 강요하고 서울대를 가게 만들 정도로 학벌이 저희 가족에겐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알게됐어요.

저는 서울대 나오진 않았지만 작년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를 졸업했고 저희 부모님이 저도 “아이비리그 내에서“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이 처음으로 나왔어요...

지금까지 항상 결혼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고, 그 사람의 학벌, 능력, 집안 상관 없이 사랑만 하면 다 된다고 생각해왔어요. 근데 이건 정말 현실적이지 않고 제가 여자와 결혼하는 건 제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어요. 저희 부모님은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여자랑 결혼하는 건 부모님 이름 망신이자 불가능 한 일이더라고요.

현실적으로 결혼하거나 부모님에게 소개 시켜줄 수 없는 걸 알면서도 계속 여자친구를 만난다는 것도 여자친구한테 너무 미안해요. 저도 부모님 이름을 물려 받을 건데 그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게 처음으로 두려워졌고 그냥 사람은 만족하지 않아도 주어진 대로 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 제가 만나서 결혼할 수 있는 “명문대 남자”는 정말 너무 주변에 많아요. 편하게 만나서 감정이 별로 없어도 결혼하고 가족 만족시키고 재산과 이름 물려받아서 아이들 잘 키우는 평범한 인생을 사는 게 나을까?라는 고민이 요즘 너무 커요.

여자친구와 결혼하려면 가족과 인연 끊고, 이름 바꾸고, 해외로 도망쳐서 결혼하고, 물려받을 재산 없이 혼자 알바하면서 대학원 학비 내고 취직하고 살아야 돼요. 남자한테 감정이 없어도 남자가 싫은 게 아니고 섹스도 하려면 할 수 있는데 그냥 저에게 주어진 삶을 사는 게 자연스럽고 맞는 걸까요? 아니면 “낭만적”이게 돈 한 푼 없이 해외로 사랑하는 사람과 도망쳐서 사는 게 맞을까요?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면 남자한테 미안한 건가요, 아니면 결혼은 친구 같은 사이가 하는 게 맞나요? 안 좋아하면 이혼하게 되나요? 후...

글 절대 주작 아니고 자랑하려는 마음도 없어요. 갑자기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고민이 생기고 이제는 혼자 감성에 젖어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엔 나이도 너무 먹은 것 같아서 진심으로 힘들어요. 진지한 의견과 조언 있으시면 부탁드려요 그리고 욕하는 댓글은 안 해주셨으면 해요 ㅠㅠ 감사합니다
추천수3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