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별 극복과 재회에 있어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힘듬 |2020.04.17 21:51
조회 1,249 |추천 0
안녕하세요?저는 서울에 사는 20대 후반 남자입니다.
아픈 이별을 겪고 난 후, 네이트판에서 많은 글들을 찾아보다가 결국 글까지 쓰게 되었네요.제목대로, 재회에 대한 현실적인 도움을 인생 선배님들 혹은 연애 고수님들께 여쭙고자 몇 자 적어봅니다.

1. 시작부터 이별하기까지의 과정제가 추측하기로는, 그 친구가 저에게 느낀 매력은마음의 여유, 부드럽지만 남자다운 포용력, 유머감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닷가에서 우연찮게 합석을 하게 되고 번호를 물어봐서 연락을 하게 되었어요.이야기를 편안하게 이끌어가고, 간결하지만 용기있게 번호를 물어보는 제 태도에 왠지 모르게 번호를 줬다고 해요.
그 친구는 밝고 명랑하고 감정이 풍부하고, 섬세하지는 못한 성격이에요.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사랑받았고, 자기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에 익숙한 사람입니다.연애하며 큰 상처(바람)를 받은 적이 있어서 연애에 큰 의욕이 없고, '고프레임녀'인데, 자기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결국 자기 마음이 크지 않아 헤어졌다고 합니다.
인생관, 경제관념,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 등등, 서로가 서로를 너무 좋게 생각하고 급속도로 이끌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애를 지속하며 문제가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습니다.저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자존감이 낮고, 대학 시절을 가난하게 보내서 마음 속에 분노도 어느 정도 쌓여 있는데, 취업을 하고 삶의 여유를 찾으면서 이런 것들이 다 치유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겁니다.
별 뜻 없는 말과 행동에 저의 상처받은 부분이 건드려져서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제 의견만을 고집했습니다. 그 친구가 섭섭함을 이야기해도 저는 다 이유가 있었고,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 그렇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그 친구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해결책을 찾으려고만 하고, 그 친구의 기분을 알아주려 하지 않았습니다.그 친구는 내 별 뜻 없는 말과 행동이 오빠한테 상처가 된다는 게 자기한테도 상처가 되어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그 순간에 저의 감정과 기분만을 생각하며 매서운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심리상담을 받으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는 성격장애에 가까운 자기애성 성격과 강박성 성격이 있다고 해요. 부모님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서 낮은 자존감이 형성되고,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큰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상처가 건드려지는 순간, 저는 수치심을 느끼고, 상대방을 신경쓰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해요.
어쨌든 당시에는 그걸 제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던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친구에게 반복적인 상처를 주게 되었습니다.설상가상으로 제가 급작스럽게 서울 발령이 나게 되어, 장거리를 하게 될 상황에 놓였고,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큰 마찰이 생겼고, 그 친구는 결국 행복한 기억보다 상처가 커지게 되어, 수없이 고민한 끝에 저에게 이별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설득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제가 그 친구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 걸 깨달았고, 미안한 마음에 다음 날 집 앞에 찾아가 울며 사과했습니다. (붙잡는 게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기에 붙잡지 않았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너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그 친구는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난 아직 오빠 좋아해. 근데 상처 받는게 너무 무섭고 오빠가 또 나 때문에 화 날까봐 무서워. 나 이제 연애 안 하고 싶어.''오빠는 대단한 사람인걸, 난 아무 것도 아니야. 서울에 가서 멋진 여자 만날 수 있을 거야. 내 연애는 이제 끝이구.'
그렇게 일단락이 되고, 얼마 있지 않아 그 친구의 생일이 되었습니다.그 친구가 항상 예쁘다고 이야기하던 디테일들이 모두 담겨 있는 선물을 사서 택배로 부쳤고,연락이 왔습니다. (잡으려는 전략이 아니라, 축하해주고 싶은 제 진심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빠 생각 안 나려고 일부러 친구들과 시간 보냈는데, 결국 오빠와 이야기하게 되니 미안하고 고맙고 원망스럽고 모든 감정이 다 들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각자 서로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그래도 너무 원망스러워. 그게 내 결론이야.'
'난 오빠와의 기억을 모두 잊고 싶은 거야.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지만 상처가 너무 크니까. 그래서 모든 기억을 놓아주고 싶고, 다시 시작하기에도 너무 멀리 와서 이제는 도전하고 싶지 않은 거야. 오빠도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주면 좋겠어. 마지막 순간에 헤어짐에 있어서 상처받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나도 오빠를 알았던 한 사람으로서 오빠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래.'
저는, '지금 그렇게 생각되는 거 너무 공감되고 이해해. 내가 너에게 완성된 사람이 되지 못해서 상처줘서 너무 미안해. 내 문제들을 알게 되었으니 잘 치료받아서 앞으로 더 따뜻하고 단단한 사람이 될게. 우리 앞으로 더 멋진 사람이 돼서 인연이 된다면 웃으며 인사했으면 좋겠다. 여린 마음에 나 신경써주느라 고생 많았고, 성장의 계기를 줘서 고맙다' 라고 답장했구요,
'그렇게 생각해줘서 너무 고마워. 나도 오빠가 좋은 사람인 거 너무 잘 알아. 단지 지금 상황에서 서로 안 맞을 뿐. 멀리서 서로 응원하자' 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그 이후로 연락은 따로 하지 않았고, 이제 18일째가 지나가고 있네요.


2. 이별 이후 저의 행동그래도 나이를 먹어서인지, 첫사랑의 아픈 경험이 있어서인지,식음을 전폐하고 폐인처럼 지내지는 않았네요.다행히도, 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계기는 그 친구와의 이별이었지만, 그 친구와 다시 인연이 닿든 닿지 않든,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관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심리상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제가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 어떤 상처를 받았고, 그게 지금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알게 되었고,심리학과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읽었고, 제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PT도 시작했습니다. 제 나태함과 게으름을 고치고 싶었고, 자존감을 높이고 싶었고, 스스로가 느끼는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겉모습에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아직 변화는 크지 않지만, 언젠간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해요.
여지껏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제 사람들과 만나서, 그들의 감정을 공감해 주고, 좋은 기운을 전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별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그 친구의 마음은 알 수 없고,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살다 보면, 그 친구건 아니건 간에, 더 좋은 인연이 언젠간 찾아오겠지라고 머리속으로는 알고 있는데요,
문제는, 그 친구의 생각이 나면 아직도 너무 힘들다는 겁니다.그 친구에게 줬던 상처들에 대한 미안함,여지껏 내 성격이 이렇게 되게 만든 환경들에 대한 원망,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데 하는 억울함부터 해서, 
저를 생각하기는 할까, 정말 저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졌을까,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등등, 제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와는 관계없이, 이별한 남녀가 할 법한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와서, 많이 힘이 드네요.


3.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제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는, 심리상담사님의 조언과 여러 간접경험들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네, 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고, 이대로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이 친구가 아직도 너무 사랑스럽습니다.차인 사람 입장에서 상대방은 잘못이 없고 모든 게 완벽한 숭고한 존재라는 환상도 깨졌고,그 친구도 결국엔 저란 개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지 않은, 혹은 노력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비하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 살아온 환경 등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의 자유니까요)저를 매정하게 떠나간 그 친구에 대한 미움과 원망의 단계도 지났고,저의 문제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그 친구의 성향을 생각해봤을 때 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에 운명의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아요.그런데도, 저는 이 친구의 주체 안되는 감정과 변덕과 여린 마음까지도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인생 선배님들과 고수님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을요.
1. 지금 그 친구가 어떤 상태일지, 어떤 상황일지가 궁금해요.물론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기 할 일을 하며, 이별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을 되찾고 즐겁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은 합니다. 프로필 사진도 종종 바뀌더라구요.
그런데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감이 잘 안 오네요.정말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건지, 종종 생각나고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건지, 이별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을지,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을지 등등, 경험에 비춘 조언과 진단을 부탁드립니다.같은 지역이면 그래도 여지가 있었겠지만 서울 지방 장거리라는 점도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2. 제가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는다면, 혹은 되찾는 도중에, 그 친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저에 대한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요.
사실 이 부분에서 많이 헷갈리는 게, 재회심리학 뭐 이런 걸 보면, 프레임을 높이고 그 사람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는 문자를 보내라는둥, SNS에 잘 사는 척을 하라는둥 여러 이야기가 많은데,그들의 용어로 말하자면 저는 그 친구에게 '고프레임, 저신뢰감'인 상태인 것 같거든요.지금은 카톡과 배경 사진을 다 내린 상태이고, 연락을 하지 않을 자신도 있는데,혹시라도 저의 어떤 행동을 통해 그 친구에게 지금 상황보다 저에게 더 좋은 감정, 혹은 재회에 도움이 되는 감정이라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밝게 웃는 모습을 프사로 해놓을까도 생각이 되고,다음 달에 그 친구가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 시험 날을 기다렸다가 잘 보라고 짧게 문자를 보내볼까 생각도 들어요.
적어도 지금만큼은, 제가 느끼기에 최선의 결과는, 이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남은 시간을 헌신하는 겁니다.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 또한 많은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해봤으니,별 생각 없이 나쁜 놈이라는 댓글은 달아주지 않으셨으면 해요..제게 상처가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좋은 밤 되세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