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시간이 사람을 잊게 해준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내가 좀 더 견딜 수 있도록 강해진다는 말인가봐요.
몇 년을 사랑하는 연인으로, 가족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과 하루아침에 헤어지고 한달을 꼬박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사람들과 만나지도 못하고 폐인처럼 지냈어요.
그러고 몇 달이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요, 그래도 이제는 억지로 더 바쁘게, 더 열심히, 더 많이 웃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매일밤 울던 것도 이젠 몇 일에 한 번, 몇 주에 한 번, 억지로 울려고 해도 눈물도 잘 안나와요 이제는.
그런데 이상하죠. 계절도 지나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잘만 지나가고, 흘러가는데 그 사람은 여전히 몇달전 그대로 지워지질 않고 제 옆에 남아있네요.
미친듯이 아프고 보고싶었던 마음은 사그라들었지만, 저의 매일, 매시간, 매 순간 순간에는 여전히 그사람이 가득 차있어요. 길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좋은 곳을 갈 때에도, 일이 지칠 때에도 제 머릿속엔 거의 항상 그 사람이 맴돌고있어요.
그렇게 막 슬프거나 힘들지도 않아요. 그냥 예쁜 꽃을 보면 '아 그 사람과 함께 보고 싶다', 맛있는걸 먹으면 '그 사람도 좋아했을텐데', 그냥 뭐 그렇게 사소하지만 일상처럼 익숙하게 제 삶이 그 사람으로 가득 차 버렸네요. 이젠 옆에 있지도 않은 그 사람이요..
그래도 힘들어서 죽고싶었던 때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살만하다 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는데요,,
참 오랜만에 정말 아무것도 아닌일로 무너져버리고 말았어요.
오늘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거든요. 서랍 한구석에 박혀있던 그 사람의 편지들도 애써 못본척 잘 넘겼는데, 옷장에서 툭 떨어진 그 사람의 목도리가 너무나도 반가웠던 걸까요.
매번 춥다고 자기 것까지 풀어 매어주던, 고이 접어 다시 그 사람 집에 가져다 놓아도 어느샌가 또 다시 제 목에 포근히 감싸져있던 그 목도리, 차지만 기분좋은 겨울바람을 크게 들이마시면 목도리에 잔뜩 밴 그 사람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던 그 목도리.. 혹여나 너무나 그리웠던 그 사람의 온도와 향이 남아있을까 저도 모르게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네요.. 참 이상한 사람 같죠 저...
오랫동안 옷장안에 넣어두어서인지 약간은 꿉꿉해진 섬유냄새만이 제 코에 맴도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구요.. 그렇게 목도리를 품에 안고 한참을 혼자 서럽게 펑펑 울었어요
보고싶어요. 많이, 아주 많이요.
차라리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해볼까 했지만, 달 보는걸 좋아하던 그 사람이 어디선가 저 달을 함께 보고 있을 것만 같아, 그것만으로 위안삼아 매일 밤 그렇게도 수없이 하늘만 바라봤어요.
그런데 오늘은 저 달빛마저 저를 너무나 아프게 찌르네요
저만 이렇게 아픈거 아니죠? 다들 아프지만 오늘도 잘 버티신거죠?
미친사람처럼 한참을 울어놓고 당장 내일 아침 눈부을 걱정부터 하는거보니 그래도 저 조금은 살만한가봐요.
오늘은 그 사람 꿈에서라도 절대 안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