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내.
나 없이는 아무데도 가지 못하던 당신이 그 먼길...
혼자 어렵사리 갔을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구려
당신이 떠나던날 세상이 무너지는 그 느낌을 어찌 말로 표현할수 있을까
왜 그리 먼길을 그리도 빨리 같는지...조금만 더 살아주지...
당신이 떠난 다음날 새벽에야 민우가 도착 했다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 나오는 우리 아들의 모습은
1년전 과는 아주 다른 모습 이었어.
한눈에 성숙해져 있슴을 알수 있었지......하지만....
당신이 이세상을 떠나고 없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암담 하기만 하더군
14시간을 아무것도 모른채 엄마 아빠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얼마나
가슴 설레이며 왔을까...
"엄마 잘있지?" 당연한듯 물어 보는 민우의 질문에
나는 무어라 할말이 없어 그만 "응-" 이라고 대답하고 말았어...
여보 ! 하늘이 또한번 무너지는것 같더군...
달리는 차속에서 아무 이야기도 할수없어, 언제인가 민우 보내고 새벽에 잠안 온다
바람쐬러 나가자고 해서 다녀간 기억이 있는한강 고수부지로 갔지...
그때 한그릇 시켜서 당신과 같이 먹던 우동은 참 맛이 있었는데....
민우는 음료수를 나는 캔 맥주 하나를 들고 15개월만에 우리부자는
당신의 투병이야기로 말문을 트기시작했어. 암의 재발을 알게된 날로부터
당신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나날속에 민우에게절대로 알리면 안되다는 엄마의 간곡
한 부탁에 수없이많은 전화통화에도 불구하고 입원 사실은 커녕
발병에 대하여도 말할 수 없었던 아빠의 무지함을 사과했어...
그리고 두시간여의 긴이야기의 끝은
민우를 거의 실신에 가깝도록 만들수 밖에 없더군...
울었어...하염없이...
그리고 지금도 울고있어... 당신이 보고 싶어서...
여보! 이제 아프지는 않지? 고통은 없을거야...
당신이 마지막으로 집에 왔을때...
혼수 상태에 빠진 당신을 부둥켜 안으며
처음으로 당신이 내곁을 떠날거라는 생각을 했어..
오개월 여의 투병기간 동안 당신을 먼저 보낼거라고는
상상도 해본적이 없었는데...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다니....
야속하구려.
당신도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민우는 의연하고 덤덤하게 당신의 장례를 치루더군..
당신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며
예쁘디 예쁜 당신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오열하는
민우의 모습을 보며, 당신을 지키지 못한 내가 한없이 미워 지더군...
여보 미안해...그리도 하늘같이 믿던 내가...
마지막 가는 당신을 위해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바라보고 바보처럼 울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눈물과 한숨으로 벌써한달이 넘어 보냈구려
그동안 또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당신의 보살핌 인지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오.
여보! 주변의 사람들이 세월이 약 이라고 하더군.
과연 세월이 약이 될까....!
우리 부자 걱정은 하지마....
지금은 슬픔에 젖어 있기는 해도 어머니가 잘 보살펴 주시거든....
아마 당신이 아펐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어머니가 안계셨더라면 많이 힘들었을꺼야.
몸도 성치 않으신데도 불구하고 당신을 간병 한것를 생각하면
내가 살아 생전에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이제 10일후면 당신이 세상을 떠난지 49일 되는 날이야
당신이 떠나기 전날 나와 나누었던 이야기 생각나
제주도에 제일 가보고 싶다고 한말...
비행기는 못타니까 우리차 타고 가고 싶다고...
그러니까 내가 당신 처음에 입원했다가 퇴원 할때 제주도 가자고 했잖어
얼마전 당신이 떠났다는 소식을 늦게 알게된 정선생이
당신이 생전에 해남 보길도에 가보자고 했는데 못같다고 하며 많이 슬퍼 하더군...
그래서 민우와 상의 끝에...당신이 하늘나라에 잘갈수 있도록 49일째 되는날
당신과의 마지막 여행을 하기로 했어...우리 세식구가...
비록 당신은 한줌의 재로 우리와 같이 가겠지만...
우리 평소 하던데로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할 예정이야
천도제를 지내야 한다더군...
그날 우리 주례 서주셨던 칠보사 큰 스님이 제사에 참석 하신다고 하더군
그리고 스님이 당신은 복이 많아서 이승에서는
그복을 다 받을수가 없어서 저승으로 가서 나머지 복을 받는데...
제를 지내고 해남 보길도를 들려서 당신이
조금 불편하겠지만 배를타고 제주도로 갈꺼야..
당신은 배도 별로 좋아 하지 않았잖어
여보! 그곳에서 이제 우리의 이승에서의 연을 마지막 으로 합시다.
19년 남짓 같이 살아온 당신과의 인연...
너무 행복한 날들 이었오...
못내 아쉬움이 있다면...
내내 고생만 시키다가 이제 좀 살만 하니까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지만...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 후회없었다는것과 당신의 분신인 민우를
남기고 간것에 대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오.
당신에게 못다한 이승 에서의 사랑 민우에게 주어,
당신 눈 감을때 약속 했듯이 잘키울 테니 너무 걱정 말구려...
여보! 당신 부모나 형제들과도 잘 지낼테니
그또한 걱정하지 말고, 당신이 항상 바라던데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께.
내가 지금 당신을 따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은 너무 간절 하오만...
천애 고아가 되어 슬퍼하며 세상을 살아야할 우리 민우를 생각하니
그리 하는것은 당신의 뜻이 아닐듯 싶어 훗날로 미루기로 하였으니
너무 야속해 하지 말았으면 하오.
아무리 슬프고 어려운 일도 생각 하기에 따라서
즐거운 마음으로 해 나갈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당신과 헤어지고 못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힘든 일이기는허나...
우리 이승에서의 인연이 있었기에 저승에서도 함께 할수 있을것 아니요
나는 믿고 있을거요..저승 에서 우리의 해후를..
여보! 사랑하오!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메어지는 아쉬움에 편지를 그만 써야겠어....
어떡 하겠오...
또 하루를 시작 해야할 시간이 되었으니....
내 또 편지 하리다.
우리 걱정 일랑 하지 말고... 고통없고 헤어짐도
없는곳에서 편안하길 빌겠오.
사랑하오...
2003. 6. 21
내일은 비가 오지 말았으면....
오늘 하루종일 내일 떠날 우리 세식구의 여행을 위해 분주 했다오.
아침 일찍 일어나 무슨 준비를 먼저해야 할지몰라 한동안 멍하니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지.
어떤옷을 챙겨야하나...세면도구는 무얼 가지고 가지... 가방 어디 있더라...가다가 커피라도 끓여 먹어야 할텐데...배를 탈거니까 멀미약도 준비 해야 할텐데...
여보...뭘 또 준비 해야하지...?
부질없는 생각인줄 알면서도 나는 끝끝내 당신의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어..."여보! 내가 할께"
어느날 이었던가.....
그날도 나는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어...자정을 넘길 즈음...
여느때와 다름없이 속도계는 백킬로를 훨씬 넘기고 있었을꺼야,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무심코 핸드폰에 저장된 숫자를 누르고 벨이 서너번 울렸을까...
들려야 할 목소리가 아니더군. 액샐레이터를 밟고 있던 발에 힘이 빠지는가 싶더니...
얼마나 지났을까...이곳저곳을 헤매다 낯선곳에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경포대 앞 바닷가더군.
당신이 암진단 후 첫수술을 받고 퇴원한뒤 성공적인 수술 이라는 의사의 말에 너무기뻐 우리 세식구가 자축 여행을 왔던 콘도 생각나...?
동이 트려고 동편 저쪽 하늘이 붉으스레 물들어 오는것을 보며 또 다시 오열을 하고 말았어.
지난날의 가난 했지만 함께 할수 있어서 행복했던 마음은 어쩌란 말이요...
부모님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형제를 뒤로한체 단칸 월세방 이라도 함께 할수 있는것이
행복 하다며 목을 끌어 안고 추위를 녹이던 당신을 어찌 잊으란 말이요...
우리 민우가 당신의 몸안에 있을때 맛있는 반찬 해주겠다며 쌈짓돈 움켜쥐고 시장 같다가 가진돈 오천원을 모두 잃어 버리고 빈손으로 돌아와 저녁도 굶고, 가난이 서러워 부등켜 안고 밤새껏 울며 미안 하다던 당신을 위해 이제 내가 해야할일은 무엇이란 말이요...
어렵사리 시작한 사업의 실패로 빛장이 에게 몰리어 일본행 비행기를 탈적에 당신이 나에게 한말 기억해? "우리 걱정 말고 몸 건강 해야돼!" 라고 한말...다시 캐나다로 갈때 영어책 보내주며 편지에 썼더말 기억하지? "멀리 있어서 걱정되지만 그래도 당신이 있어서 기운이나요" 라고 해놓고서.....
이렇게 될꺼면 가진것도 없고 배운것도 없는 이 보잘껏 없는놈의 사랑은 무엇 때문에 받아 주고 이제껏 살았단 말이요....
돌아 올수 있는 길이라면 돌아와주오. 내 어떤 댓가라도 치루리다...여보...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또 아침이 오겠지?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분주한 하루가 시작 될꺼야. 하지만 내일은 특별한 하루가 될꺼야...왜냐하면 우리 세식구가 이승 에서의 마지막 여행을 하는 날이거든.
나름 대로는 준비를 많이 했는데 당신이 마음에 들어 할런지....
먼 여행이라 오늘 차도 고쳤어...많이..이것저것...청소도 말끔하게 했고...항상 당신이 정리정돈은 맡아서 해주었는데....이 가 부실 하다고 챙겨주던 이쑤시개며 버릇처럼 즐겨쓰던 면봉이며...당신이 생전에 챙겨주었던 것이 아직은 남아 있더군. 아마 이번 여행 까지는 쓸수 있을거야.
여보! 병원 에서 당신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네...
숨을 거두기 두시간전...숨이 가뻐하는 당신의 혈압을 재려고 온 간호원에게 "우리 용호씨 혈압좀 재주세요" 라고 부탁하고 정상 이라는 말에 "이제 됐어요" 라는 마지막 말을 하며 빙긋이 미소를 짖고는 이내 혼수 상태가 되어 버렸지...그것이 당신이 내게 보여준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야.
병상에 누워 언제인가 나에게 죽움이 두렵다고 죽기 싫다고 이야기 한것과는 다르게 몇시간 후면 세상을 떠날 사람이 그리도 초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한치의 고통 스러움도 보이지 않고 태연하게 눈을 감었다는 것이, 지금도 당신이 어디에서 인가 잠을 자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네.
여보! 이제 마지막 담배를 피우려해..4년 이나 끊었던 담배를 속상한다고 다시피우기는 했는데...이제
더 속상할 일도 없을것 같고...당신이 걱정 할것도 같고...민우와의 약속도 있고...
이제 자야 할까봐.
내일 당신의 49제를 지내기전에 원주공장에 다녀와야 하거든.
그리고 먼 여행도 가야 하잖어....당신과 함께...마지막 으로...
이번 여행의 종착지는 당신이 가보고 싶다던 제주도야...알지?
7월3일날 제주의 성산포 앞바다 에서 동이 틀적에 당신이 나보다 1년 먼저 태어났던것 처럼
저승 으로도 먼저 간다고 생각하고 보낼꺼야...정말로 보내기는 싫지만...
잘 갈수 있겟지? 잘 갈수 있을거야.....좋은 곳으로...
나도 민우랑 잘살께...당신 그리워 하며 또 때로는 지난 이야기하며...
당신 보고 싶을 때면 편지 할께...
여보! 사랑해......
2003. 7. 1 당신이 세상을 떠난지 49일째 되던날...
*지난번 제가 집사람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위로 해주시고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이렇게 지면으로 나마 전합니다.
집사람의 바램도 있을 것이고, 여러분들의 관심과 배려에 보답하기위해서라도 상심하지 않고 열심히 살
겠습니다 .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용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