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이로운 심해 안에는 절박한 고독이 있었다. 그는 마치 바다 같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나를 가라앉게 할지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해서도 안 되는 광활한 바다. 대지와 해양의 경계를 찾기 위해 몇 번이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어봤지만, 결국 발목이 붙잡혀 빠져들고 말게 하는 그 끝없이 어둡고 깊은 바다.
나를 몇 번이고 죽였다가 다시 살려냈던 그 잔인한 해저.
그 차가운 물속에서 나는 몸부림 쳤던가, 발버둥 쳤던가.
2.
3.
경ㅅ는 언젠가부터 백ㅎ을 형이라고 불렀다. 그 외엔 달리 부를만한 호칭이 없었다. 선생님은 백ㅎ이 싫다고 하고, 백ㅎ씨는 아무래도 이상하고. 그러니 형이 제일 무난했다. 그리고 그건 두 사람에게 가장 건전했다. 경ㅅ가 형이라고 부를 때마다 둘은 서로가 남자라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었다. 의무처럼 그걸 상기해야하는 건, 멈추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왜 멈추지 못 하고. 우리는 여기 와 있는 걸까.
4.
정말 그만 둬요?
응.
돈 줄 거예요?
응.
펑펑 놀아도 돼요?
응.
진짜, 돈도 주고 몸도 주고 마음도 주고 막 그러는 거예요?
응.
내가 원하는 건 다 해줘요?
응.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응.
아는데 왜 안 도망가요?
나도 원하는 거니까.
5.
「여름이잖아.」
「근데요?」
「울기 힘들어. 더워.」
「그래서 여름엔 슬프면 안 돼.」
「그렇게 해요 형.」
「응.」
「여름엔 울지 마세요.」
「응.」
「여름엔 슬프지 마세요.」
헤어지기 일주일 전, 어느 화창한 날의 오후였다.
6.
백ㅎ의 이삿짐을 풀고 첫 식사를 할 때. 경ㅅ가 물었다. 이런 날은 짜장면을 먹어야 하지만 너무 더워 그냥 냉면을 시켰다. 신문지에 냉면과 탕수육과 맥주와 중국집 나무젓가락을 펼쳐 놓고서 경ㅅ는 말했다.
「왜 이혼 했어요?」
그리고 백ㅎ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아직 너 좋아서.」
냉면 비닐을 벗긴 백ㅎ은 따라온 겨자소스와 식초를 뿌렸다.
뚝. 반으로 갈라지던 중인 경ㅅ의 나무젓가락이 ㄱ자로 부러졌다.
7.
「기억났어. 천천히. 차근차근. 세 달에 하나씩. 한 달에 하나씩. 그러다 일주일에 하나씩. 그러다 하루에 하나씩. 하루에도, 몇 개씩. 그렇게.」
「...........」
「아직 사고 당시의 일과 그 몇 달 전의 일은 여전히 생각나지 않지만,」
「...........」
「기억났어. 나,」
「...........」
「너 좋아했잖아.」
그제야 백ㅎ은 경ㅅ의 눈을 마주보았다. 경ㅅ는 멍하니 있다,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미란이 눈 피해서 바람 폈잖아 우리.」
나 완전 개새ㄲ였잖아.-
8.
“나는 너랑하는 거 다 처음이야.”
“거짓말.”
“아닌데, 거짓말.”
“동궁의 정사는 나도 다 알아…….”
“네가 아는 정사를 말해 줘.”
“놀리지 마.”
“정사政事인지, 정사情事인지.”
“왜 이런 것만 여전해?”
“알려 줘, 경ㅅ야.”
“…….”
“나는 너랑, 정사를 하고 싶어.”
“이제는 니가 나로 가득 찼으면 좋겠어…….”
“백ㅎ아. 밤은 길어.”
백ㅎ의 눈동자가 아찔하게 깊어졌다. 경ㅅ는 백ㅎ의 눈동자를 또렷이 바라보며, 그의 욕망을 확인사살한다.
“밤이 길어, 전하.”
9.
「나 좋아하지.」
「응.」
「너 내가 뽀뽀해줄까?」
「아직 그정도는 아냐.」
창문에 걸터앉은 채로, 고개만 반쯤 돌린 경ㅅ는 홀로 고요히 운동장을 내다보고 있었다. 냇물에 떨어진 풀잎 한 장처럼, 처마 끝에 달린 묵직한 풍경처럼...경ㅅ는 고즈넉하고, 침묵했다. 그, 옆모습. 허벅지 위로 힘없이 떨어진, 아직은 어린 손과, 소년의 우아한 속눈썹.
모래를 실은 바람이 운동장을 훌쩍 건너왔다. 뿌연 바람은 이내 경ㅅ에게 도착해 녀석의 모든 가벼운 것들을 여름 하늘이 펼쳐진 허공에 흩날렸다. 가늘 가늘, 머리칼, 작은 체구에 비해 품이 큰, 하얀 셔츠 자락. 하늘색 도화지에 그림처럼 그려지는 그 하얗고 까만 것들에 숨이 막혔다.
내가 뽀뽀해줄까?
아직 그 정도는 아냐.
...뭐가 미친놈아.
「도ㄱㅅ.」
「..........?」
「있잖아 방금,」
「어?」
「그정도 된 것 같아.」
10.
"잘 지냈어?"
"놔줘."
"난 잘 못 지냈어."
"놔달라니까……."
"혹시 누가 너무 보고 싶어서 잠 못 이뤄 본 적 있어?"
"……."
"하얗게 밤 지새워 본 적 있냐고."
백ㅎ을 밀어내려고 기껏 힘겹게 끌어올렸던 경ㅅ의 양손이 툭 떨어졌다.
"나도 이번에 처음 해 봤는데 말야. 넌 그거 안했으면 좋겠다."
+번외
미완의 명작을 읽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번외 저 문장은 달아님 미래소년 첫화 첫문장인데 그 팬픽도 미완된 상태에서 홈펑됨 난 아직도 한맺혀있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들^3^♥♥
+) 나온 픽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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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호르몬 그래피
번외. 미래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