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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 |2020.05.19 01:28
조회 299 |추천 0

내가 이것밖에 안되서 미안해. 너를 좋아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너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너무 어리숙한 말들을 했던 것 같아.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조금 더 예쁜 말들로, 너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텐데. 정말 좋아했어. 내가 가장 힘들 때, 내가 가장 기쁠 때, 내 곁에 있어준 너를 정말 좋아했어. 따뜻한 말은 아니지만 무심코 뱉는 말에서 배려가 느껴져서, 그게 너무 고마웠었어.

너와 처음 만난 건 실용음악학원 정기공연 합주팀에서였어.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고, 내가 이 학원을 들어가게 된 이유는 예고 입시준비를 위해서였어. 나는 이전에는 다른 학원은 아무 곳도 안 다녀보고 어렸을 때 부모님들이 시켜서 피아노 똥땅거리는, 딱 그 정도였는데 그마저도 6학년 때 그만 뒀었지. (그 학원도 대규모 학원은 아니었어. 피아노와 보컬은 같은 연습실을 썼는데 연습실을 다 합쳐도 5개 뿐이었어.) 내가 입시준비하는 걸 알면서도 원장쌤이 정기공연을 하라고 해서 하게 된 거야. 그래서 나는 태어나서 합주라는 걸 처음 해보는 거기도 하고 합주실 분위기도 경험해 본 적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어. 그러다 너와 같은 팀에 배정되었는데 나는 너와 같이 하는 팀(아이들 위주의 팀), 그리고 세미프로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팀 두 팀을 배정받게 됬고 그 중 너와 같이 하는 팀의 리더가 됬어. 학원에 어린 친구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너는 네가 배정받은 다른 팀의 리더이기도 해서 합주를 처음 해보는 날 원장쌤이 리더로 배정시켰지. 잔뜩 긴장한 탓에 리던데도 안녕하세요, 여기 해볼까요, 다시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안녕히 가세요 딱 네마디 밖에 못했었어. 애들은 한번 터지면 정말 빨리 가까워지잖아. 다행히 팀원들과 공연 직전에 웃음보가 한번 크게 터져서 우린 정말 공연 2주 전부터 급속도로 빨리 친해지기 시작했어.

공연날이 되서 너는 학교를 자퇴한 고삼이라 친한 또래가 없었고, 나는 그냥 또래가 없어서 리허설 때 동떨어져 다니다가 네가 보여서 너랑 같이 다니기 시작했어. 리허설은 10시부터 15시까지 진행됬기 때문에 리허설 하러 무대 올라간 시간 빼고는 둘이 붙어다녔지.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 좋아하는 가수부터, 리허설 하고 있는 팀에 대한 얘기까지. 많은 말들을 나누고 나서, 공연이 시작되고 드디어 우리 팀 순서가 다가왔어. 내가(피아노가) 먼저 들어가는 곡이여서 너는 나를 향해 살짝 돌아선 시작하라고 끄덕이곤 곡이 시작됬어. 벌쓰 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싸비 전 그때였어. 너한테 반했을 때가. 솔직히 객관적으로 잘생기지도 않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빛이 났어. 반한거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자꾸 네 얼굴을 보면 두근두근 거려서 얼굴을 피했어. 뒷풀이 때도 자꾸 너의 눈치를 본 것도 그 이유고.

그 이후엔 나는 고입 준비로 바빴어. 바쁜 와중에도 너와 놀러다니고 싶어서 팀원들이랑 놀러갈 때 꼭 갔었어. 나는 결국 원하는 고등학교에 합격했고. 합격한 후엔 시간이 널널해져서 너와 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어. 입학 후에도. 그랬지. 너와 같이 있고 싶어서 같은 영화를 한달동안 영화관에서만 3번을 봤고, 평소라면 안할 것 같던 행동들도 정말 많이 했었어. 너의 생일선물을 고르는데 보름이 걸렸고, 남자친구가 있을 때도 만들어주지 않았던 발렌타인 초콜릿을 너에게 2년동안 만들어줬었지. 티 안 나려고 전날에 고군분투하면서 밴드 애들꺼까지 다 만들어서 나눠준 건 아는지. 하지만 결론적으로 넌 내게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더라. 그 자리에서 계속. 앞으로도 움직이지 않을 사람처럼. 정말 속상했어. 그리고 결심했지. 차라리 고백을 하고 차이면 마음을 접자-하고.

마음 먹었던 고백날, 부담스럽다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펑펑 울면서 집에 갔어. 그런데 그렇게 비참하게 차였는데도 마음 정리가 안되더라. 널 정말 좋아했나봐. 그 이후로 우리는 그냥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로 계속 그렇게 지냈고, 내가 대입으로 바빠지고 고2 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왔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애들이 다 원래 살던 곳에 있어서 가끔 동네에 놀러갔는데, 하루는 친구들이랑 놀고 집에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더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람. 돌아보지 않아도 너라는 걸 알고 있었어.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찰나에 나를 못 알아보고 내 옆을 지나치는 너를 봤어. 네 옆에 딱 붙어 같이 가고 있는 여자애도 같이. 그제서야 마음이 접히더라. 아니, 마음은 안 접히는데 머리는 접어야 한다고 하더라. 눈물샘이 고장난 사람처럼 계속 울면서 집까지 왔어.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무뎌지더라. 포기해야한다는 마음도 더 커졌고. 마지막에 널 그렇게 본 게 벌써 세달 전이네. 이제는 말할 수 있어.









안녕, 내 첫사랑.

내가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좋아했고,
가장 아팠던 사랑.

너와 함께 할 때 가장 빛났고,
행복했어. 고마워.

여전히 좋아해,
아주 많이.

그래서 네가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래.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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