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이나 진지하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정말 처음으로 이런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글을 게시하는 것이다 보니 여러모로 어색하기도 하고, 내가 지금 이렇게 바쁜 와중에 뭘 하고있나 이런 회의감도 듭니다. 우선 글의 목적을 밝히자면, 저는 현재 여전히 이슈가 되고있는 4명의 아이돌 중 한 명의 팬으로서 (그렇지만 이 사실이 전반적인 내용과 큰 연관이 있지는 않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어 참 어설프게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 18일자 디스패치의 보도로 인해 4월, 이태원 클럽 확진자 발생 10일 전 4명의 남자 아이돌들이 이태원에 갔었던 사실이 보도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보도가 있기 전에 정국의 이태원 방문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이에 소속사와 아티스트는 침묵했으며 오늘에서야 이러한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이 일은 엄연히 4명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잘못이 분명합니다. 심지어 4명 중 2명(차은우, 재현)은 비록 음성 판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유지하였고, 정국과 그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1차적으로 논란에 대해 대응하지 않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지적하고 비판할 대목은 ‘비록 상황이 호전되고는 있으나, 질변관리본부에서 지속적으로 안일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해달라고 한 것을 지키지 않은 점’입니다. 여전히 코로나 19에 대한 경계를 유지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비슷한 행위로 인하여 대중들의 질타를 받은 다른 연예인들 또한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4명의 소속사측은 모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으며 사과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입장문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충실히 동참하지 못한 점과 부주의했었다는 점에 대한 반성의 내용과 코로나 음성 판정에 대한 내용을 대체로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개된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의견을 밝히자면,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비록 상황이 호전되고는 있으나, 질변관리본부에서 지속적으로 안일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해달라고 한 것을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 4명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감수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 정말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하지 않았던 행동에 대한 비판을 명분으로 한 개인에 대한 분노 혹은 혐오의 감정을 표출하고 계시진 않나요?
근본적으로 우리가 이태원 클럽 확진자를 비판했던 이유는 이태원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했고, 이로 인해 무고한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전국적으로 개학이 또 연기되는 피해까지 발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보도된 이 사건은 위 사건 발생 일주일도 더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언론에 ‘이태원 아이돌의 정체’ 라는 프레임으로 보도가 되면서 마치 위 사건에 함께한 동참자인 것처럼 매도되었습니다. 또한 이들이 이태원 등지에서 했던 활동들은 윤리적 비판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공식 발표문에 따르면 음식점과 주점을 방문하였고,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상실했다고 비판할만한 성적업소 및 클럽에 방문한 근거는 현재 전혀 없습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를 대상으로 삼아 무작정 비판하고 계신 것은 아니신지요. 단순 비판을 넘어선 악의적 분노와 루머, 비아냥거림, 그리고 도를 넘어선 발언은 옳지 못함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요?
솔직히 말하면 이 커뮤니티에 직접 의견을 올리는 것은 처음이나, 꽤 오랜 시간동안 이 곳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오늘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또 신나서 좋아라하고 달려들며 욕을 하겠구나. 평소에도 근거없는 루머와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소한 이유로도 공격하고 욕을 하던 사람들인데 하물며 잘못한 일이 생겼으니 얼마나 많은 비난과 욕설과 조롱이 차고 넘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분명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혐오가 일상이 된 상태가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비단 이 사태뿐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하루에도 이곳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악성 루머와 악플과 사실 무관한 가십 거리들을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이 봐왔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그런 글들을 보면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셨나요?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내가 평소에 잘 알았든 아예 관심이 없었든, 싫어하든 말든 간에, 최소한의 지각 능력과 똑바로 된 가치관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무수한 일들이 결코 정상적이지 않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아니 알아야만 합니다. 또, (이 글의 핵심 사건과는 거리가 있는 주제지만,) 이곳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혐오 표현은 또 어떻습니까? 과연 여러분께선 이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이른바 딩초, 줌마, 맘충, 애비충 등과 같은 (솔직히 정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혐오 표현들이 특정 계층 모두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이로 인해 사회 갈등과 불화 감정이 파생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계신가요?
다시 이 글의 뿌리인 이 사건으로 돌아오며 이번에는 언론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처음 이 사건을 보도한 디스패치의 기사문을 살펴보면 논점은 이러합니다. 1. 물론 4월 말에 코로나가 안정 상태에 들어가고는 있었으나 정부는 안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 4명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지 않았다. 2. 가장 큰 문제는 그 후의 대처인데, 차은우와 재현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갔다와 놓고서는 그대로 활동을 했다. 3. 따라서 4명에게 잘못이 있다. 그러나 이 기사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정국, 차은우, 재현, 민규가 있었다"…이태원 아이돌의 실체는, '97모임'>. ‘이태원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실체’라는 단어를 의도가 너무나 명명백백하지 않나요? 이 제목은 누구나 처음 기사 헤드라인을 보았을 때, 당연히 “확진자가 발생한 그날 그곳 ‘이태원의 클럽’에 이 4명이 있었고 그 ‘실체’가 이제야 밝혀졌군.” 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이 4명에게 관심이 별로 없고 그래서 기사의 제목만 보거나 내용을 대충 읽은 사람들은 이들을 ‘이태원 아이돌’로 기억하겠죠. 심지어 이 기사에서는 “실제로, '97모임' 멤버들이 들렸던 B유흥시설의 경우 집합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이곳은 바와 클럽의 중간 형태. 밀도가 높아 거리두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라고 말하고 있고 이는 마치 정부가 접근을 금한 곳에 4명이 유흥을 위해 굳이 방문한 것과 같은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러나 정부의 집합 금지 명령은 이태원의 클럽 확진자 이후 떨어졌습니다. 이 사실은 정부24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연 디스패치가 이 힘든 시국을 함께 견디고 있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이 사태를 어서 빨리 극복하기 위해 경계를 낮추지 말자는 정의로운 의도를 가지고, 실망스러운 행동을 보여준 연예인들을 지적하기 위해 쓴 기사였고 담백하고 진실된 보도였다면 이와 같은 부풀림과 오해를 부를만한 워딩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또 여러분은 (비단 이 사건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실 계획이십니까? 비난할 거리가 생기면 상식과 도덕의 선을 넘나들며 신나게 욕을 하고 또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다시 혐오와 분노의 감정이 차오르면 익명성의 방패 뒤에 숨어 비겁하게 한 사람을 글로써 공격하실 생각이신가요? 이곳에 있는 많은 분들이 제 또래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실망스럽고 암담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 시대를 이끌어가고 문화를 만들어 나갈 세대라는 의무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간이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는 점이 정말 부끄럽고 걱정됩니다.
우리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제는 별이 되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상식이 있다면, 도덕과 양심이 있다면, 앞으로 긍정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아니 최소한 사람이라면,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반성하고 그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 그러지 않기 위해 다짐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이 잣대를 특정 사람들에게만 겨누고 자기 자신은 아직도 익명성과 스크린과 키보드 뒤에 숨어있는 건가요?
저는 이 글을 많은 분들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혹시나 잘못된 정보가 포함이 되었을까, 편파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지는 않았나 계속 고민하고 고치고 정보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조심스럽게 글을 올립니다. 모든 혐오와 갈등이 사라지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이 글로 하여금 이곳이 조금이나마 더 건전하고 즐겁고 유익한 소통의 장이 되고, 또 부디 더 이상 상처받는 이들이 없길 간곡히 비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