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5살 처음 알바라는걸 시작했다
전단지 알바
그당시 최저시급의 반도 안되는 금액
그 마저도 종종 떼였지만
어려운 가정 환경 탓에 일할수 밖에 없었다
알바비의 70%는 집에 주고
30%는 내 교통비와 용돈으로 썼다
그 30%가 친구들이 받는 용돈보다도 적다는거
알았을때
그때부터 속으로 친구들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철이 빨리 들고 돈 벌어서 부모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녀고
친구들은 부모님한테 손벌리고 부모님 카드를
긁고 다니는 철없는 애들
난 그들과 달라
나는 정말 착하고 예쁜 딸이야
부모님 자랑일거야
나는 철이 빨리 든 멋진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했다
고등학교때 야자를 빼고 빵집 알바를 시작했다
정상적으로 알바비를 받기 시작한건 이때가 처음
알바하는 곳 바로 옆이 예체능 학원가였는데
내 또래 애들이
부모님 카드를 가져와서 제일 비싼 샌드위치와
비싼 음료를 결제해서 먹었다
그것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나는 알바하는 빵집에서 식비나 간식을 일절 주지
않았기에 내 돈으로 사먹고 쉬는시간없이
손님없는 틈을 타서 욱여넣아야했다
매장서 가장 저렴한 단팥빵 천원짜리 하나도
맘 놓고 사먹지 못했다
하지만 예체능 학원 다니는 내 또래 아이들은
월~금 매일 저녁시간마다
빵집에 왔고
내가 일하면서도 한번도
먹어보질 못한
가장 비싼빵과 가장 비싼 음료를
아무렇지않게 부모님 카드로 결제했다
포인트 적립과 할인하는 카드를 알려줬는데도
그런걸 왜 하냐는듯 그들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만약 그때 그 친구들이 포인트 적립을 했더라면
10번 사먹으면 한번은 공짜로 먹을 수 있었을텐데
나로써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속으로 또 욕했다
나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철이 빨리 든 효녀고
쟤들은 수백만원 하는 학원비로도 모자라서
부모님 카드로 비싼 저녁을 먹는 철없는 애들
사실 나도 미술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몰래 간 상담에서 수백만원 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접어야했다
애써 현실에 타협하려 했다
대학에 올라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절대 대학에 못 보내준다는 부모님 몰래
코딱지만한 알바비 모은걸로 입학금을 내고
대출을 받아서 학교를 다녔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는데 내가 손을 벌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 나를 용서해주셨다
꿈만 같은 여대생
대학 캠퍼스 생활은 행복할줄 알았다
근데..
돈이 없었다
돈이 없으면 절대 행복할수 없었다
친구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좋은 가방 노트북 화장품 옷 등을 선물 받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이번달 알바비는 언제 주냐는 얘기만...
내 영원한 꿈이던 여대생이 되서도 나는
알바를 해야했다
과제에 치이고 알바에 치이고 수업에 치이고
친구들은 술도 마시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과팅이며 행사며 대학생으로써 재밌는것들을
잔뜩 누리고 사는데
나는 늘 삼각김밥 하나를 먹으며 열이 펄펄 끓는 날에도
일을 해야했다
나는 그래도 내가 옳게 사는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성인이되고 나서도 부모님 카드 없이 못살고
용돈 받는 친구들이 한심하다 생각했고
나는 철이 일찍 든 효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친구들에게는 티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늘 그들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친구들은 나에게 그렇게 힘든 알바를 어떻게 하냐고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쓰면 되는데
왜 그렇게 악착같이 사냐고 악의없이 물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사회경험 미리 쌓는거지~ 부모님도 하지말라고 하는데 내가 재밌어서 하는거야~ 내 스스로 벌어쓰는 재미랑 성취감도 있고
은근 알바하면 재밌는일 많이 일어나거든!
사실은 진상한테 치이는게 일상인데..
친구들앞에서는 즐거운척 했다
친구들은 학교도 빠져가며 놀러다녔고 나는 악착같이 학교 다니며 일을 했다
언젠가 쟤네 다 후회할거야
내가 더 높은곳으로 올라설거야
직장인이 되면 내가 더 잘나갈거야
내 노력이 보상받을거야
난 착한 아이였으니 미래엔 내가 더 행복해질거야
늘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내가 올바르게 살아온줄 알았고
친구들이 철없다 생각했다
근데....
아니였다
잘못 살아온건 바로 나 였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그걸 알수 없을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잘못되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온전히 사회에 나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평생 내가 무시해왔던 그 친구들을
이기지 못한다는것을....
같은 취업 시장에 뛰어 들었고 내 성적이 더 좋았음에도
그들은 사교성이 좋았고 든든한 부모님이란 울타리가 있었다
잘 놀아본 애들이 사회생활도 잘한다는거..맞는말이였다
나는 놀아본적이 없으니 어떻게 놀아야할지 몰랐고
일처리 능력은 누가봐도 내가 훨씬 뛰어났는데
고객 마음을 사로잡고 직장내 분위기를 좋게 만들던
내 동기가 먼저 승진을 할때
부모님 그늘이래서 월급의 대부분은 저축하고
해외여행 가는 친구들을 볼때
나는 아무리 모으고 허리띠 졸라매도 그들이 모으는것에 절반에 반도 안미친다는걸 알았을때
해외는 커녕 국내 여행 갈 여유도 없을때
나는 내가 잘못 살아왔다는것을 깨달았다
출발선부터 다른 그 친구들을 내가 어찌 따라잡을 수 있을까
나보다 공부 못하던 친구는
부모님 빽으로 좋은 회사도 들어가고 자기 이름을 건 브랜드도 런칭하고
비슷한 수준의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사는거
이제는 인정해야한다
나는 내가 올바르게 살아왔다고
믿고싶었던것 뿐이였다
그것마저 없으면 난 정말 무너져버렸을테니까
부모님이 돈이 없다고 징징거렸어도
너무 어린 나이에 알바를 시작하지 말았어야했고
상처받지 말았어야했다
눈치보며 미술학원 근처만 배회하지말고
빚을 내서라도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했어야했다
성적은 됐지만 취업만 보고 전문대에 가지 말았어야했고
부모님한테 대학도 못보내줄거 왜 낳았냐고
한번쯤 따져보기라도 했어야했다
그게 안된다면
적어도 알바비를 모아서...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한번 해봤어야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대학생활을 좀 더 즐겼어야했고
한번밖에 오지 않는 그 순간을
추억했어야했다
나는 내가 잘살아온줄 알았다
잘살아왔다고 믿고 싶었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친구들은
어느새 저 멀리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진흙탕에서 발을 못 빼고 있는
기분...
나는 너무 일찍 철 들었다
그러지 말았어야했는데
아이는 아이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어른한테 기댔어야하는건데...
바보같이 다 이해하고 다 받아들이고
다 혼자 떠안고 살지 말았어야했는데
내 인생은 어느새 후회 투성이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
여행을 가본적도
날 위해 무언갈 사본적도
그리고 돈도 써본 놈이 쓴다 했지
아마 난 앞으로도 날 위해 쓰지 못하겠지
떳떳한 남자와 사랑도 못하겠지
우리 부모님이 이모양 이꼴인것을...
어느 남자가 좋아할까
나같아도 싫을거 같은데
집안의 가장은 빼오는거 아니라 하던데...ㅎㅎ
지금이라도 부모님을 끊어내면
그럼 좀 달라질 수 있을까?
너무 오랜 세월
길들여졌는데
내가 뿌리칠수 있을까
뿌리친다해도 그들보다
아니
그들만큼 행복해질수 있을까
난 결핍덩어리인걸....
아무것도 가지지못했고 앞으로도 그럴거 같아서
너무 무서운 하루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걸
그 좋은 시절 그렇게 흘려보내지말걸
나는 참 잘 못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