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안보 전문가들 진단
“우리정부 마냥 끌려가는 구도
北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셈”
“이번 일로 北진짜모습 다시봐
강한응징 보여줄 기회 삼아야”
많은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무력행사가 계속되는데도 우리 정부가 무기력하게 끌려가기만 하면서 북한으로부터 ‘가스라이팅’(상황을 조작해 상대의 착각을 유도, 지배력을 강화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을 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비핵화’ 같은 희망적 사고를 멈추고,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한국 정부를 위협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을 냉정히 깨달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북한에 무슨 약속을 한 것인지, “정권 출범 후 지난 3년간의 대북 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통화에서 “앞으로 북한은 조금씩 원하는 방향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텐데 우리는 마땅한 대응 없이 끌려가는 구도”라며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했다. 국민 사이에 ‘우리 집 앞에만 포탄이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는 불안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이 도발하더라도 예령(예비동작)과 동령(실행동작)을 걸어 미리 알려주니 국민이 크게 불안해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우리 사회를 갖고 노는 전술, 사회·심리적 살라미 전술을 갖고 나왔다”고 했다. 김 교수는 “도대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무슨 약속을 했기에 북한이 이렇게 반발하는지, 이제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지난 3년간 해 온 대북 협상 내용의 공개를 주문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엄연한 핵보유국으로 보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핵을 가진 북한이 핵 없는 한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한국이 북한을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행동하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전 원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쇄한 북한은 앞으로 무력행동을 본격화하며 더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며 “핵보유국인 북한을 마주 보고 선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이번 일로 북한의 진짜 모습을 다시 보게 됐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특사를 보내겠다는 등 북한에 저자세로 일관하지 않나. 우리의 태도가 비굴할수록 북한은 더욱 우리를 능멸하고 조롱하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 전 수석은 “‘우리를 때리면 반응한다’는 걸 북한에 확인시켜 줄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을 강하게 응징해 다시는 이런 수법이 안 통한다고 깨닫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를 그들의 표현처럼 완전한 대적관계로 전환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남북관계를 통해 미·북 관계를 이끈다’고 하는 기존의 구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실제로 군사적 행동에 돌입한다면 한국군이 단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서는 만큼 한·미 연합체계 가동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