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에 앞서 저는 무교이고 종교에 대해 문외한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종교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별로 없어요 그 점을 감안해서 읽어주시길 바라요
친구랑 싸워서 감정 소모한 건 둘째치고...정말 문외한이라 친구가 기분 나빠하는 이유를 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30대 초반이고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 A가 결혼함
A는 정말 정말 독실한 크리스천임
모태신앙에 가족 친척 모두 크리스천이고, 어렸을 때부터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살다시피 해왔음(그래서 일요일에 약속 잡은 적이 거의 손에 꼽음)
나와 A를 포함해 5명의 친한 친구들 모임이 있는데, 나와 다른 친구 두 명은 무교, 한 명은 천주교임. A는 어렸을 때 우리에게 교회 다니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었음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말을 자주 하다 보니 살면서 관계를 손절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함
그래서 A도 성인이 된 후부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교회 나오란 얘기를 잘 안 하게 됨
A가 결혼을 하게 되었음
친구들 모두 신부대기실에 가서 축하해줌
A가 내 손목을 보더니 팔찌가 특이하다며 뭐냐고 물어봄
3가지 색깔의 실 3가닥을 꼬아서 만든 아주 얇은 실팔찌임나는 얼마 전 세계여행을 다녀왔는데(코로나 터지기 전에 떠났고 코로나 심해져서 돌아옴..ㅠ)
어느 나라에서 친해진 힌두교도인이 만들어준 것임
무슨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고 친해진 사람(나)에게 자기의 문화로 내 여행의 안전과 행복을 바라고자 하는 의미라고 함
나 역시 우정과 행운의 의미로 차고 다님
그 얘기를 했더니 A 얼굴이 빨개지더니 갑자기 아무 말이 없음
결혼식 내내 다른 하객들과 웃으며 잘 대화하던 A가 우리한테는 무뚝뚝하게 대함
우리는 이유를 알 수 없었음
결혼식 후 A에게 사진을 보내주며 오늘 예뻤다 행복해라 뭐 그런 얘기들을 함
A에게 바로 전화가 와서 나 오늘 솔직히 너 때문에 기분 상했던 거 알지? 라고 함
난 정말 몰랐기 때문에 아니 왜??라고 함
A는 기독교식 결혼(결혼예배)이었고 너네랑 회사 사람들 외에는 하객 대부분이 교인들이었는데, 그런 팔찌를 차고 오면 어떡하냐고 함
대화식으로 써보자면
나 : 내 실팔찌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이거 니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 아니야
A : 내가 교회 다니는 거 뻔히 알면서 차고 온 의도가 뭔데
나 :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냥 외국인이 여행 잘 하라고 선물로 준 거야
A : 힌두교인지 이슬람교인지 그런 사람이라며
나 : 그렇긴 한데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야.. 그 나라는 종교가 생활이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런 분위기야 자기네 종교 믿으라고 준 게 아니라니까
A : (갑자기 웃음) 너 말 웃기게 한다. 내가 전에 교회 다니라 했었다고 지금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외국 가본 적 없다고 좀 무시하는 거 같기도 하네
나 : 그런 말이 어딨냐?.....하 (할말 잃음)
A : 나중에 얘기하자
나는 종교적 의미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그냥 나의 행운을 빌어준 외국인 친구의 호의라고 생각한 팔찌였음..그리고 너무 얇아서 항상 차고 다녀도 딱히 차고 있다는 의식조차 안 드는 건데
친한 친구의 반응이 심히 당황스럽고.. ㅠㅠ
솔직히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이해가 잘 안 감..교회 다니라고 그랬던 건 어렸을 때 일이고, 항상 잘 지내왔기 때문에 이런 일로 틀어지고 싶지 않은데
뭐라고 하면서 풀어야 할지, 또 내가 어떤 부분에서 실수한 것인지도 지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후기 추가)
헐.. 자고 일어나니 톡이 되었다는 게 이런 건가요;;; 써놨던 것도 깜빡했다가 친구A에게 전화가 와서 생각났네요
댓글 하나하나 잘 읽어봤고 저 역시 주말 동안 생각해봤지만 친구가 저에게 실수한 게 맞는 것 같아요. 후기라고 하기엔 애매한데 어쨌든 아까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친구도 자기가 실수했다고 사과하더라고요
교회 가는 길이라면서 주말인데 넘 일찍 전화해 미안하다며,
본인도 본인 종교가 소중하듯이 남의 종교도 존중할 줄 알아야한다는 걸 아는데 갑자기 왜 그랬는지 본인도 모르겠다고 싸이코 같아 보였지?라며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최근에 너무 예민하고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결혼식날 하객이 너무 적어 그때까지 쌓여있던 예민함이 터져서 저에게 화풀이 한 거 같다고.. 본인도 별거 아닌거로 화냈다는 거 알더라고요;;
자세한 건 모르지만 본인 말론 청첩장 돌리는 과정에서 친구들에게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식에 친구들이 정말 손에 꼽을 만큼 적게 왔어요. 단체사진 찍을 때 신랑신부 친구가 전부 해서 11명 정도? 것도 친구 한명이 아이 둘을 데리고 나와서 11명
시국도 시국이니 만큼 결혼식에 온 하객이 제가 가본 어떤 결혼식 중에서도 적었고.. 댓글에도 어떻게 정신 없는 결혼식날 팔찌 얘기를 구구절절 다 했냐는 그런 내용이 있던데, 신부대기실에 있던 친구가 너무 썰렁해서 민망하다며 계속 옆에 있어달라고 해서 15분 정도 옆에 앉아 수다 떨었었어요. 그 15분 동안 인사하러 온 분은 거의 한두명?
친구도 그땐 그것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게 오래 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신혼여행 가서도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까 임신 초기였다고 하더라고요
변명으로 들리는 거 안다고.. 너무 미안하고 앞으로 조심하겠다 하면서 울먹이길래 알겠다고 너무 신경쓰지 말고 임신 축하한다고 했습니다
조심하겠다고 하니 앞으로 서로 예의 지키며 다시 잘 지내보려고요. 손절하라고 했던 분들이 많은데 고구마 후기가 되어 죄송하네요;;
저도 인연 끊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친구랑 오랫동안 잘 지내왔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성격이라... ㅠㅠ 아무튼 댓글 써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좀 풀렸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