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비슷한 시간에 마주치던 사람이 있다
이름도, 나이도, 목소리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매번 똑같은 출근길 이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한 사람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다들 바쁘게 걸어가는 그 길에 혼자 유일하게 느긋한
걸음으로 여유롭게 걸어오던 그사람.
항상 마주쳐서인가, 괜시리 반갑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내 출근길시계 같았다.
보이면 안늦은거고, 안보이면 "내가 늦은거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나날들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안보이면 괜히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보이면 너무 반갑고.. 수많은 사람들 속 저 멀리 걸어오는
그사람이 보이면 내 얼굴을 가린 마스크가
고마워질정도로 미소가 나온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이런 알수없는 기분을 느껴본적이 없다.
처음 묘한감정을 느끼게 해준 그사람이 신기했다.
왜 하필 출근길일까. 퇴근길에 마주치면 더 좋을것을..
지겹기만 하던 출근길이었는데, 어느 새 기대하며 집문을
여는 내모습이 참 짜증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막 튀는
스타일의 사람도 아닌데 왜 하필 내 눈에 박혀서..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의 체격과 짧은 머리..
느긋한 여유로운 걸음걸이일 뿐인데,
왜 그게 어느 새 내 출근길에 스며들었을까.
먼 훗날에 우연히 잠깐이라도 말을 건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그냥 고맙다.
칙칙하고 매말라 있던 내 감정선에,
그대가 의도한건 아니지만 알록달록 색을 칠해줘서 고마웠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나란사람은 당신이 걸어오던 그 출근길에
수많은 사람들 중 한명일 뿐이겠지만, 그 한명은
뻔한 그 출근길에 당신을 봐서 너무 기뻤다고..
그대는,
눈마주치면 괜히 피해서 먼산쳐다보고
비오는날엔 우산를 푹 내려써서 부끄러워하는 나를 알까요
좀 이기적인 말이지만,
오래오래 그 출근길을 이용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대를 보며 잠깐이나마 힘을 내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나이도, 이름도, 목소리도 모르는
그저 머리가 짧고 느긋한 걸음걸이를 가진..
너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