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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비가 오니까 니가 생각났어

넋두리 |2020.07.29 02:18
조회 243 |추천 1

처음 너랑 같은 반이 되고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널 좋아했어.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같은 반에 너랑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 말을 걸고 친하게 지내면서 너랑도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고 장난을 칠 수가 있게 되었어.

내 기억에 넌 참 장난기가 많은 아이였는데 네가 짓궂은 장난을 치곤 날 보며 네 특유의 표정으로 웃거나, 그런 사소한 네 행동 하나하나에 난 설렜고, 그렇게 너를 알면 더 알아갈수록 니가 더 좋아졌어.

난 계속 너만 봤는데 어느 순간 네 그 가장 친한 친구, 그러니까 내가 너와 친해지고 싶어서 학기 초 친하게 지냈었던 그 아이가 날 좋아하고 있다고하는 말이 들려오더라.

난 너를 좋아하는데 내 마음을 모르는지 자꾸 나랑 그 애랑 이어주려고 애쓰는 내 주변 아이들이 참 미웠어.

아직도 기억나 아침부터 비가 와서 해가 뜰 시간인데도 어둑 어둑했던 교실엔 그날따라 일찍 온 나랑 아침 운동 때문에 일찍 등교한 너 둘뿐이었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체육관에 가려던 넌 가야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랑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놀았었지.

이제 진짜 가야겠다며 나서려는 너를 붙잡고 분위기 탓인지 잠이 덜 깼던 건지 다짜고짜 내 마음을 다 쏟아냈었잖아.

조용한 반응에 용기 내서 올려다본 니 표정은 온갖 감정이 다 섞여있었고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조금 눈물도 흘리는 나를 너는 한참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잖아.

“정신 차려.”

아직도 그 말 하던 네 표정 목소리 눈빛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기억나.

어린 마음에 상처도 받고 쪽팔리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나서 며칠 뒤 밤에 네 친구가 한 그 고백을 덜컥 받아줬나 봐.

아마 너한테 복수같은 걸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네가 나한테 정신 차리라고 말했을 때 네 표정이 계속 아른 거렸거든, 상처받은 사람은 난데 자기가 상처받은 양 날 쳐다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그런 생각을 했어 아니면 그렇게 해서라도 니 옆에 있고 싶었던 걸지도 그날 이후로 넌 나 쭉 피했잖아.

근데 그 아이랑 넌 항상 같이 있었으니까 그렇게라도 아무 일 없었던 척 니 근처에 있고 싶었나 봐. 일부로 너 보란 듯이 그 아이한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고, 손을 잡고, 가끔은 일부러 니가 항상 운동 끝나고 나오는 시간에 니가 지나가는 곳에서 모르는 척 입도 맞췄다? 니가 멀리서 오는 거 보고 그러기도 했고 이렇게 보니까 못되기도 엄청 못됐네.

근데 있잖아 그 아이 너머로 보이는 니 눈빛이 흔들려서 내 생각이지만 조금 슬퍼 보여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 뭔가를 기대했던 것 같아.

안 될 거 알면서도 그냥 그랬어. 자기 위로? 그런 거 아니었을까.

그렇게 마음도 없는 애랑 거의 4개월을 만났어.

근데 있잖아 그때 왜 그랬어? 왜 비 오는 날 나한테 우산 씌워주고 넌 비 맞고 갔어? 왜 보건실에 누워있는 나 아무 말도 없이 계속 보다 갔어? 왜 나랑 그 애랑 입 맞추는 거 봤을 때 내 눈 마주치고 안 피했어? 왜 내가 친구랑 싸운 날 나 계단에서 울고 있을 때 안아줬어? 그때 학교도 끝났고 너 운동하고 있을 시간이었잖아 왜 나한테 계속 희망 주고 기대하게 만들었어? 그리고선 왜 비겁하게 인사도 없이 전학 갔어?

너 가고 얼마 안 가서 그 애랑은 헤어졌어.

그 애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더라고 내가 달라진 거.

울면서 나한테 서운한 걸 말하는데 그냥 계속 미안하다고만 했어 내가 미안하다고 그렇게 끝났어, 슬프지도 않더라 진짜 못됐었네.

다시 너 본게 두 달쯤 뒤였던가, 니가 네 친구들 보러 우리 동네 왔었잖아.

그때 네가 나 보고도 눈 피하고 모르는 척하는 거 보고 새삼 깨달았어.

우리 사이에는 진짜 아무것도 없었구나 하고 그날은 집 가서 하루 종일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 다음 날에는 아파서 학교도 못 갔어.

차라리 내가 그 애랑 계속 사귀고 있었으면 네가 억지로라도 나한테 인사하고 몇 마디쯤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도 했었어.

내가 너랑 친해지려고 그 친구한테 말을 걸고 친해질 게 아니라 처음부터 너한테 말을 걸었으면 뭔가 달라졌었을까? 아님 그날 내가 조금만 늦게 일어났더라면 그래서 그 이른 아침 내 마음을 너한테 고백하지 않았었더라면 그날 밤에 그 애 고백을 받지 않았었더라면, 우리 뭔가 다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냥 친구로라도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너는 여전히 못 잊겠어 보고 싶다.


보고싶어 정말 많이.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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