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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권하는 세상

리디머 |2008.11.13 07:39
조회 370 |추천 0
"오랜만이네요, 형."



25살의 박 모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이인 심 모씨의 면회를 왔다. 군 부대 면회같은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교도소 면회이다.



심 모씨는 상습 강간으로 얼마전에 정식으로 교도소에 들어온 28살의 건장한 남자이다. 그는 모든 죄를 인정했지만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 수법이 악랄한데다가, 피해 여성이 알려진것만 수십명이나 됐기 때문에 징역 8년의 중형을 선도받았다.



하지만 그는 중형같은건 전혀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잘 지내냐? 요즘은 뭐 하고 지내?"



"뭐 그냥 노가다 할때도 있고, 가끔 짐나르는거 도와줄때도 있고. 그렇게 지내요."



박 모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다. 군대를 갔다오고 몇 몇 군데에 취직을 해봤지만 그다지 적성에도 맞지 않았고, 윗사람들 눈치보면서 일하는것도 싫어서 모두 그만 둔 상태였다. 현재는 적당히 일하면서 돈 없을때는 가끔 집에 손을 벌리면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너도 이리로 들어와라. 자리 하나 마련해놓을게."



"에이, 형. 농담도. 나보고 그런 일 하라구요?(범죄를 저지르라고요?)"



"야. 농담아냐. 요즘 사회도 X같고 돈 벌어먹고 살기도 힘들잖아. 여긴 힘들게 일자리 구하러 다닐 필요 없이 세 끼 밥 꼬박꼬박 나오지, 잘 데 마련해주지, 월급도 주지. 이런 데가 어디있냐?"



심 모씨 역시 박 모씨와 비슷한 처지였다. 그도 적당히 일하면서 살고 있었으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적당히 일한다는게 너무 힘들다는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서 교도소에 들어가는 일을 택했던 것이다.



"밥 나와봤자 반찬이나 나와요? 그냥 콩밥만 달랑 나오는거 아니에요?"



"너 지금이 어느 시대인것 같냐? 여기서 영양 실조라도 생겨봐. 아주 그냥 확 뒤집어 질걸? 영양 고려해서 잘 나와 임마. 콩밥같은거 사라진지가 언젠데. 아마 짬밥수준은 될 거다. 게다가 조류 독감 퍼지면 닭고기도 많이 나오고 얼마나 좋냐?"



"…그렇다 해도 밥 먹을데 없다고 교도소로 들어가는 건 좀."



"뭐가 어때서 그래? 생각해 봐. 여기서 월급도 나온단 말야. 근데 그것도 세금으로 주는거 아냐? 그럼 공무원이지, 공무원. 국가에서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로 돈 받는게 공무원 아니냐?"



심 모씨는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에 어느정도 조사를 해 둔 상태였다. 생활은 어떤지 내부는 어떤지. 잘 판단해보고 살만하다 싶어서 들어간 것이다.



박 모씨는 공무원이라는 말에 왠지 조금 들뜨는 걸 느꼈다. 심 모씨도 그런 박 모씨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생각해봐라. 군대랑 비슷해. 밥 나오고 용돈 나오고. 근데, 훈련 안 뛰지, 보초 안 나가지. 군대보다 더 낫다니까? 사고 발생률도 더 적고. 아마, 사회에서 사는 것보다 여기에 있는게 안전할걸? 요즘 길가다가 칼 맞는 세상아니냐? 여기에선 교도대 애들이랑 직원들이 다 보호해 준다구. 교통 사고가 있냐 뭐 있냐? 사망률이 사회보다 더 낮을걸?"



박 모씨는 그의 말에 점점 말려들어가는걸 느꼈다. 이거 의외로 괜찮다. 박 모씨는 그에게 바짝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형. 솔깃한데요?"



"그치, 임마. 게다가 너 담배도 안 피잖아? 그럼 담배 문제도 없겠다. 너 언제까지나 집에서 대충 먹고 살 수 있을것 같냐? 결국 니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까 여기로 와서 한 몇 년 편하게 지내다가, 마음에 들면 종신형으로 말뚝 박으면 된다구. 싫다 싶으면 모범수 되서 빨리 나가면 되고."



"하지만, 들어가고 싶다고 맘대로 들어갈 수 있는것도 아니잖아요?"



그는 이미 들어갈 의사를 밝혔다. 심 모씨는 됐다 싶었다. 말 동무 하나 더 들어나면 당연히 나쁠 것 없다. 심심함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강간 해 강간. 좋잖아? 기분도 좋겠다, 범죄도 성립하겠다. 원래 강간은 고발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충분히 즐길수 있다구. 강간당한 년들은 쓰레기 걸레 취급받아서 제대로 말 할줄 아는 년이 얼마 없거든. 어차피 강간같은걸로 사형 죽어도 안 나와. 몇 번 한다음에 경찰한테 걸리면 잡히면 되는 거야. 그리고, 왜 그랬냐고 하면 '여자가 싫어져서 그랬다.' 고 말하면 돼. 그럼, 알아서 매스컴 애들이 소설을 쓴다고. 여자한테 차인 것에 대한 앙갚음이니, 여자한테 인기 없어서 그런 것에 대한 분노라니. 사회가 낳은 범죄라느니…. 그럼 어느정도 불쌍하게 여겨져서 인정 된다. 그리고 진술할때 막 횡설수설하고 그러면 재수 좋으면 정신병자로 판별되서 병원으로 간다고. 야, 솔직히 이 나라에 정신병 하나 안 걸린 새끼가 어딨냐? 맨 정신으로 범죄 저지를수 있을것 같아? 사회가 싫다, 인간이 무섭다 그렇게 말하면 무조건 정신병 확정이야. 그럼, '정신병자니까 이해해 줍시다.' 이런 바보들도 생긴다고. 병원은 진짜 천국이야, 천국. 거긴 자유도 있지 완전 보호되지, 무료지. 여자도 있지. 얼마나 좋냐?"



그는 그렇게 가르쳐준다음에 아차 싶었다. 병원으로 가 버리면 자기와는 만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걸 드러내선 안 된다. 그래서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다음 얘기로 넘어갔다.



"그리고, 사건 재현하라고 하면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재현해. 괜히 쫄으면 안 된다? 어차피 경찰이나 시민이나 너 못 괴롭혀. 범죄자의 인권이 있는데 짭새같은게 감히 어떻게 손을 대냐? 아, 그리고 절도는 비추천이다. 그건 능력 없으면 안 되거든. 차라리 형기 왕창 받으려면 살인으로 하던가. 어차피 이 나라는 피해자 인권보다 범죄자 인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절대로 사형 안 받으니까 걱정 말고. 운 좋게 사형 받으면 땡잡은거지. 어차피 이 나라 새끼들은 사형 판결만 내리고 절대로 안 죽이거든. 근데, 사형수로 판결되면 일도 안 하고 맨날 논다니까? 우리들은 일이라도 하지. 걔네들이야말로 진정한 땡보야." (땡보 : 군대 용어로, 엄청 편하고 쉬운 보직. 한마디로 이등병이라도 제대로 땡보 보직 걸리면, 병장만큼 편할 수 있다.)



"으음…."



박 모씨는 생각에 잠긴다. 꿈도 없고 할 것도 없던 그에겐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심 모씨. 면회 시간 다 됐습니다."



"뭐야? 벌써? 아, 좀만 더."



"죄송합니다. 시간은 준수하게 돼 있습니다."



"거 새끼. 열심히 하는척 하네. 야. 생각있으면 다시 한 번 와라. 이제 가 봐야 겠다."



"아, 네. 형. 다음에 또 봐요."



"그래. 될 수 있으면 교도소 안에서 보자."



그는 손을 흔들며 돌아선다. 당당하게 걸어가는 그를 바라보며 박 모씨는 부럽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박 모씨는 범죄를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방법은 살인. 살인하고 경찰한테 연락해서 그냥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다. 강간이고 뭐고 오랫동안 질질 끌고 다니기도 귀찮았다. 괜히 저항하다가 골치 아픈 여잘 만나서 칼이라도 맞으면 곤란하다. 그저, 빨리 편해지고 싶었다.



그는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대충 적당한 남자를 선택했다. 시간은 밤이었고, 골목.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그 날을 위해 준비해둔 흉기로 상대 남자를 공격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 남자는 저항도 제대로 못 하고 쓰러졌다. 숨이 끊어진걸 확인한 박 모씨는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연락을 한다.



"어이 경찰. 위치 추적 돼지? 여기 살인 났으니까 빨리 와."



"죄송합니다. 현재 경찰은 시민의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위치 추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뭐? 무슨 이딴 쓰레기같은 나라가 다 있어! 그럼, 급박하게 사건이 났는데 일일히 주소 부르고 앉아있냐!?"



"하지만 현행법상 경찰은 위치 추적을 실제 사건이 발생한걸 확인 후에…."



"야, 이런 병신 새끼야! 실제 발생한걸 확인한다음에 추적해봤자 뭐 해! 죽은 사람도 신고를 할 수 있냐?"



"바랄걸 바라셔야죠. 골목, 원룸가 범죄 발생 위험 지역에도 사생활 침해때문에 CCTV 하나 못 다는 걸요?"



"이런 강아지들! 그 놈들은 지들이 사건을 당할거라고 생각을 안 하니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박 모씨는 마구 화가 났다. 아니, 살인이 났다는데 뭐 이딴식이란 말인가? 장난 전화가 많아서 그런가? 그럼 그런걸 공무 집행 방해로 강력 대응하면 될 걸. 이딴 나라에서 경찰에 보호 받느니, 교도소에 들어가서 보호 받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화를 내며 위치를 일일히 가르쳐 주었다. 주소도 몰라서 설명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경찰은 한 3시간 후에 도착했다.



"야, 이 새끼들아! 왜 이렇게 늦어? 졸려 죽을 뻔했잖아?"



"인력이 부족한데 어떡합니까? 경찰서도 부족하고 파출소도 부족해서 동네 구석구석까지 출동하기가 쉽지 않단 말입니다."



"아, 변명은 집어 치워! 자. 내가 살인범이다. 빨리 체포해."



시체를 보고 망연자실해하는 경찰과는 달리 그는 의기양양했다. 드디어 꿈을 향한 한 발자국인가 싶었다.



그는 연행될때도 당당했다.



"어허! 빨리 옷으로 얼굴 가려줘야지! 빨리 살인범님의 인권 보호 안 해!?"







하지만 그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피해자는 국내 최고의 인권 단체인 인권 수호회의 회장 아들이었던 것이다.



여지껏 일어난 수많은 강력 범죄를 인권의 따스한 힘으로 감싸주고, 수많은 비참한 사건들의 범인들을 '그는 정신병자이고,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일으킨 범죄다.' 라는 감동적인 표현으로 구제하였던. 경찰에서도 그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는 준 정치 단체.



하지만, 그 회장의 아들이 살해당하자, 회장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박 모씨는 몇 번의 수사를 거친 결과 유죄인게 판별되었고, 재판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그리고, 판결.



피고는 피해자와는 아무런 원한 및 관계가 없었고, 평소에 생활이 어렵지도 아니하였음에도, 어떠한 동기도 없이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뇌우침이 없고 그 잔혹성을 보았을때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 이에 최고형인 사형을 선도한다.



그 판결이 내려졌을때 박 모씨는 눈 앞이 깜깜해짐을 느꼈다.



물론, 그에게도 어떻게든 재판에서 이름을 날려보고 싶은 몇 몇 생각 없는 변호사가 국선 변호사로 따라 붙었지만, 도저히 판결을 뒤집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판결 1주일만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형을 집행당했다.



곧, 인권 수호회는 해체되었고 회장은 '피해자를 생각하는 사람들' 이라는 단체를 결성. 이 후로 범죄에 대한 형벌은 2~5배 강하게 처벌되었다.



몇 년만에 사형이 집행되자 많은 사람들은 정부에 비난을 퍼부었지만, 전 인권 수호회장은 곧바로 매스컴을 매수. 모든 미디어에 '10년만의 쾌거. 범죄에 대한 전쟁 선포' 등의 기사로 박 모씨에 대한 사형을 높이 평가하자, 이 나라의 비평 의식 없이 매스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 많은 사람들은, 다들 매스컴의 의견에 동조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마된건 아니었다. 소수의 사람들은 매스컴을 비난하며 항의의 횃불 시위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대한 반발이 번질것이 두려워진 정부는, 며칠 고민하다가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외교 문제를 터트렸다. 왜냐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평소에는 자기들끼리 피터지게 싸우고 헐뜯다가도, 외국 얘기만 나왔다 하면 모든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외국 욕하기에만 바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든, 사형이 집행되든, 자기와 직접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매스컴 보도 종료 후 1달 안에 잊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예상은 적중해 나라의 시선은 모두 외교 문제에 쏠렸고, 결국 박 모씨 사건은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한편, 교도소의 생활 역시 나빠져서 심 모씨는 죽을 맛이었다.



"강아지. 그러니까 강간이나 하라니까. 그리고, 원래 정칙군 자식이랑 인권 단체 자식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불문율인데…. 멍청한 자식 같으니라구. 나만 X되게 생겼잖아!"



그는 박모씨에게 교도소 얘길 꺼낸것을 후회했으나 이미 늦었다.







살기 좋은 세상이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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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 여기에 등장하는 나라는 한국이 아닙니다. 항쿡(hangkook)이란 나라이며, 지구가 아닌 지구에서 수 억광년 떨어진, 지구에선 쳐다도 볼 수 없는 다른 별이 배경입니다. 이름이나 그런게 한글로 되어 있지만, 번역한 것이고 실제 한국과는 전혀 무관할 것임을 밝힙니다. 뭔가 한국과 흡사한 점이 몇 군데 있지만 그런건 세계 방방곡곡을 뒤져보면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에 대해 딴지는 하지 마시고, 저는 범죄따위 절대로 찬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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