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톡을 즐겨보는 29직장女예요.
제가 21살 때 소개팅으로 만난 동갑남자가 있었어요. 남자가 여드름 피부라 첫인상은 험악하게 보였는데, 얘기를 나누며 배려있는 행동을 보니까 참 괜찮은 사람같다고 느꼈어요. 남자는 술은 못 마신다고 해서 밥먹고 드라이브를 했어요. 차 있는 남자를 만나보기는 처음이라.. 운전하는 남자가 멋있어 보였어요.
브레이크를 밟거나 커브를 돌때면 제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고, 길을 걸을 때도 부딪히지 않도록 보호를 해주고, 제 의사를 물어보고 계산도 알아서 하고, 춥다고 하니까 코트도 벗어주고.. 여자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속으로 소리쳤고.... 어린 나이에 마음이 움직이네요.
하지만 사귄지 일주일만에 헤어졌어요. 저는 많이 좋아했지만 친구는 아니었나봐요. 그래도 알고 지낸 시간이 아깝다고 서로 친구로 지내자고 합의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2년 사귄 남친과 헤어졌다고 울면서 전화하니까 서울에서 냉큼 와서 위로를 해준 적이 있어요. 서로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안했지만... 서로 솔로일때는 종종 밥먹고 영화보고 드라이브도 했어요.
가정을 책임지는게 무서워서 혼자 산다더니... 결혼하게 됐다고 조심스레 얘길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알기때문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생각치도 못한 결혼소식에 한동안 멍하게 지냈어요. 이제는 만날 수 없다고 우울하기도 하고, 잘 됐다고 좋아하기도 했죠.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했고, 친구의 환한 웃음을 보니까 잘한 것 같네요.
2년이 지나고.. 어제 퇴근하는데 전화가 와서 놀랬어요. 듣자마자 그 친구라는 것을 알았어요. 서로 반갑다며 안부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재수씨는 잘 지내냐고 물었더니.. 친구가 한숨을 쉬면서 이혼하고 싶다고 토로하네요. 너무 당혹스러웠죠. 와이프가 외출하면 외박이고, 술먹고 들어오면 자는 사람 깨워서 시댁에서 해준게 뭐가 있냐고 괴롭히고, 열심히 벌어도 와이프 카드값을 매꾸기 바쁘고, 조금만 섭섭하게 하면 장인어른이 전화를 해서 한소리 하고, 처가가면 비교당하고 무시당하고,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면 술 취해서 주절주절 떠들어서 망신당하고... 울먹이더라구요.
기분이 착찹하네요. 더욱이 `우리**를 버리고 가서 내가 벌 받나보다`라는 친구의 말이 떠올라서 마음이 답답하네요. 소주 한 잔을 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털어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