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너와 헤어지기 하루 전

호잇둘리호잇 |2020.08.23 19:17
조회 1,017 |추천 2

안녕하세요, 판 애청자 여러분.

저는 평소에 판을 가끔 읽는 평범한 여자에요.

웃긴 글도 많고, 또 공감이 되는 글도 많았기에,

친구의 아이디를 빌려서 저도 한글자 적어내려 합니다.

그냥 끄적임이라 그 사람이 볼 리는 없겠지만요 ㅎ

혹여나 본다고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이곳에 글을 적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여기서라도

허심탄회하게 다 적어버리면 좀 웃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안녕!

지금 내가 여기에 글을 적는 이 순간에도, 넌 역시나.

연락이 되지를 않네. 뭘 하느라 그렇게 바쁜지.

아, 바쁜게 아니라 그냥 피곤한 거 일수도 있겠다.

넌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했지?

 

"내 삶의 중심은 타인이 아닌 내가 되야지. 근데 그렇다고

너무 타인을 쫒아내는 건 아니고. 적정선이 필요한거지.

그래서 나는 내 개인시간이 좀 중요한 거 같아. 이건 니가 이해해야 해."

 

그래.

이해하고, 이해하고, 또 이해하고.

이해가 그렇게 기다림이 되고

기다림은 점점 길어지더라.

나는 늘 널 이해하고, 기다리고, 애타고.

 

내가 그러는 동안에 너는 뭘 했을까?

친구들을 만나서 1박2일로 신나게 게임을 했고

드라이브를 신나게 다녔고

원없이 낮잠을 실컷 잤고

원하는 취미생활도 실컷 했지.

아, 니가 그렇게 아끼는 니 펫.

냥님들도 실컷 놀아줬다고 했고.

 

니가 그렇게 니 삶에서 너만 아끼는 동안

나는 늘 너를 이해하고 기다렸는데

어느날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삶의 중심이 니가 되어 버렸더라.

 

니 연락이 언제 올 지 몰라 늘 전전긍긍.

몸살이 나서 혼자 병원에 누워 링겔을 몇 시간씩 맞을 때도

손 움직이기가 어려워도 핸드폰 만큼은 절대 손에서 안 놓았지.

주중에 야근한 내가 너무 미안해서 주말에는 너와 함께 보내려고

무슨 옷을 입고 만날까,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갈까

어떤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재잘대고 이야기 할까 했던 나를

너는 주말에 약속이 생겼다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나와 먼저 선약은 우리의 주말을 무참히 내팽게쳤어.

 

넌 니 삶에서.

너만 소중했던 거야.

적정선이 있다고 했던 니 말.

아마 그 적정선 안에 나는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얼마나 너를 더 기다리며 울고,

연락 좀 자주 해달라는 말, 카톡.

그리고 내 눈물의 시간들.

그걸 다 합쳐도 나는 너의 그 적정선이라는 너의 삶,

아니 너의 생각 일부에도 들어갈 자격이 안 되는 모양이야.

 

그래서 내가 그냥 빠져주려고 해.

어차피 너의 생각 일부에는 없는 나라서

내가 빠져도 눈꼽만큼이라도 티가 날지 모르겠지만 ㅎ

그냥.

내가 널 놓아줄게.

 

니가 너만 챙기고 너만 생각했던 지난 3년처럼.

나도 이제는 나를 좀 아끼고 챙겨줄래.

 

니가 그렇게 질색했던

재봉틀 돌려서 옷 만드는일도 이제는 원없이 실컷 할 수 있어.

키 높이가 안맞아서 짜증냈던 너 때문에 늘 하이힐만 신어서

뒷꿈치가 까져서 들고다니던 밴드도 이제는 하나도 챙길필요 없이

낮은 운동화나 단화도 신을 수 있어.

그럼 더는 출근길에 발이 아파서 동동거릴 일도 없겠지.

그리고 이제는 반바지도 입을 수 있고, 짧은 치마도 입을 수 있겠다.

너가 좋아해서 늘 들었던 조용한 발라드 대신

신나는 아이돌 신곡도 맘껏 들으면서 다닐 수 있어.

 

좋을 것 같아.

나를 찾은 기분이야.

원래의 밝았던 나로 돌아갈 수 있어 이제는.

고작 너 하나를 놓았을 뿐인데

내 삶은 이렇게 많이 달라지네.

 

그저.

난 너와 헤어지는 거 뿐인데.

 

이제와서 왜 이러냐 하면 할말은 없어.

그냥 너한테 헌신했던 지난날을 후회하기는 싫거든.

내가 3년을 너와 보냈던건, 그저 내가 너를 많이 사랑했기 때문이야.

너를 그만큼 기다린 건, 나를 그토록 아프게 했지만

그렇다고 너를 놓기에는 내가 너를 너무 많이 사랑했던 것 같아.

 

이제는 너를 놓고 내 인생에서 천천히

하나씩 너에관한걸 지워가면서 그 자리를 나로 채워가 보려고.

 

이제 글 마무리하고

너를 곧 보러 가.

 

난 평소처럼 너를 기다리다 나가듯

잘 꾸미고 이쁘게 입을거야.

 

예상한다만,

넌 아마 자다나와서 배게에 눌린 자국이 가득한 얼굴에

트레이닝복이랑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오겠지.

슬리퍼를 신고.

 

온통 너만을 위한 차림으로.

 

그래. 넌 그렇게 너를 위해서 살아.

나는 그런 내 인생에서 out을 누를게.

 

곧 봐.

그리고 안녕.

 

니가 판을 질색해서 이걸 볼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널 위해 남긴다.

 

3년 동안 고마웠고, 미안했어. 잘 지내.

 

안녕, 정말로.

 

 

추천수2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