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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선에 있는 아련한 글 나도 쓸 수 있는데ㅠㅠ

ㅇㅇ |2020.08.28 06:42
조회 100 |추천 0
저 멀리 정자에서 양반집 여인들이랑 알록달록한 저고리를 입으시고 놀다 지쳐 잠들었는데 옆 모습이 화랑 못지 않게 겁나게 잘생긴 거야. 왐마, 어디서 본듯한 눈, 코, 입이니 계속 쳐다보았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왕의 아들 저하가 아니신가. 깜짝 놀래서 도망갈려는데 저하 도련님께서 날 부르는 시는 거야. 잠에 들지 않고 실눈으로 날 봤던게지. 이 어찌 심장이 잽싸게 빨리 뛰는지 죽는 게 아닌가 싶더군.




잠이 들어서 밤까지 정자에서 같이 자다가 도련님이 먼저 일어나니 주변 색동저고리 여인들은 없고 오전에 불렀던 딸래미만 내 옆에 있던게지. 그래, 아직 자고있는 딸래미 얼굴을 하염없이 쳐다보더니 깨우지 않고 먼저 떠나버린 거지. 뒤늦게 일어난 딸래미 연우는 꿈인가 생신가 한참을 멍 때리다 찾으러 온 가족들에게 의해 집으로 돌아왔어. 딸래미 연우는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도련님 생각이 났는지 창문을 활짝 열었어. 가볍게 아니, 가엽게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속눈썹을 얼마나 길고 예쁜지 눈을 뗄 수가 없더라구. 한없이 올려다보는 게 천박하기 짝이 없어서 가슴 한 쪽이 미어지더라. 왕의 아들이니 왕좌의 도련님이니 뭐니 하는 게 연우가 감히 올려다볼 수 있는 게냐. 창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어찌, 저 멀리 밖에서 투명하고 맑은 물에 빠진듯한 눈으로 연우를 하염없이 지켜보는 도련님이 서 계셨지.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기분이 어찌나 휘감던지, 내가 그 물에 빠질 것만 같았지. 도련님께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씁쓸한 표정으로 쳐다만 볼 뿐 한참을 자리를 뜨지 못했어.





아침에 일어나 연우는 창문을 급히 열었어. 허나 도련님은 없었지..강가에서 돌다리를 건너려던 중 이끼가 미끄러운 탓에 풍덩, 강에 빠졌지. 옷소매가 젖어서 비 맞은 생쥐 꼴이 웬 말이였지.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도련님이 나타난 거야. 연우가 넘어지려 해서 구해주려고 이렇게 헥헥대며 뛰어오신 건가. 풋, 연우는 모르게 웃음이 났지. 순간 이영의 얼굴은 달아올랐어. 뛰쳐온 이유가 들킨 듯하니 그때 이영은 화를 내며 연우를 일으켜 세웠어. 읏차. 물 먹은 옷소매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지. 이영은 그것이 안중에도 없는 듯 마음은 이미 연우로만 가득 차 있던게지. 알 수 없는 분위기는 이영과 연우를 이끌고 갔지. 저멀리 아주 저멀리.





집안반대를 무릅쓰고 이영은 문을 박차고 나와 빗 속을 뛰쳐나왔어. 이 얼마나 가엽기 짝이 없던가. 이영은 연우와 처음 만났던 그 장소로 무작정 뛰쳐나갔어.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거기에는 연우가 손을 뻗어 비와 함께 춤을 추듯 나를 반겨주듯 가볍게 웃으며 이영을 보았지. 눈물이 목끝까지 차올라 목이 메여 아파도 꿋꿋이 참았지. 연우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한없이 싫었던 게지. 연우는 그저 반갑게 그를 반겨주었어. 그냥 아무 말 없이 반갑게. 그것이 더욱 그를 참담하게 비춰줬지. 반갑게 맞이해주는 연우의 손은 날씨와 맞지 않게 따뜻한 손이였어. 이영은 눈물을 머금고 말했지. 나와 떠나자고. 허나 연우는 저는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았다고,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고 거절했지. 그렇지만 이영은 나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다고 언제까지나 기다린다고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지. 연우는 끝내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어. 이영은 몰라도 연우는 알았던 거야. 왕좌의 도련님과 한 푼없는 서민은 이뤄질 수 없다고. 운명은 참 가혹하셔라.




그 일이 있고 몇 년이 지났을까, 끝내 연우는 이영을 찾아가지 않았어. 짹짹- 아침새가 울려 퍼지고 어느 파랗던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시끌벅적한 거야. 그 소리에 따라 밖으로 나온 연우는 옆집 아씨 미향이에게 물었지. 뭐가 이렇게 소란인게야. 그러자 미향은 답했지. 곧 왕세자가 혼례를 치룰거래. 아아, 왕세자라면 이영 도련님 말하는 겐가. 연우는 얼마나 허무했을까. 그리고 또 얼마나 씁쓸했을까. 신분차이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은 또 얼마나 잔혹할까. 동쪽에서 올라온 저 해는 이제 내 머리 정수리에 닿았을까. 연우는 혼례하는 장면을 두 눈 어느 모자랄 것 없이 한 가득 담았지. 소년에서 이제 청년이 된 이영과 어느 이름 모를 여인은 다소곳하게 서로를 마주보다 인사하더라고. 환희 웃는 저 고운 여인이 얼마나 부럽던지. 차마 보지 못 하겠더라고, 이쯤 됐다하고 돌아가려고 할 때 이영과 눈이 마주쳤지. 몇 년만에 다시 보는 얼굴인가. 옛날의 그 앳된 모습은 어디가고 이제 훤칠한 모습에 괜히 낯설더라고. 우리 둘은 서롤 얼마나 마주봤을까. 저기 계신 저 이영 도련님은 연우가 끝내 가버려도 그 장소를 하염없이 봐라봤구나.




예전에 쓰다가 묻혀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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