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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비인기과" 전공의의 한탄

의사말고공... |2020.08.29 11:00
조회 198 |추천 1
안녕하세요. 저는 속칭 “비인기과”에 종사하고 있는 전공의 입니다.
대전협 지침에 따라 개별 SNS 활동을 삼가 달라 하여 제 전공 과목을 밝히지 않고 글을 쓰려 합니다만, 아마 이 글을 읽은 제 지인들은 제가 누구인지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래 내용 중에 현행 전공의법에 위반되는 내용들이 있어 병원과 전공과목은 밝히지 않으려 합니다.
글이 좀 길고, 쓸데없는 이야기도 섞이겠지만 부디 끝까지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전교 120명 중 2~30등 정도밖에 성적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도 일반 중학교에서, 절반은 공부 안 하고 놀러 다니는 친구들 사이에서 말입니다.

그런 제가 고등학교에 올라간 뒤, 속된 말로 후달려서 1학년 1학기 때 하루에 2~3시간만 자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 같은 곳은 당연히 아니었으며, 당시에 저보다 늦게 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한 학기만에 전교 1등을 차지하게 되더군요.
그 이후로는 별 거 없이, 쭉 전교 1등을 유지하며 입시를 보았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화학을 좋아했고 화학을 전공하고자 서울대 화학부와 포항공대 화학과에 원서를 집어넣었습니다.
제 성적이 아까워서인지 담임 선생님께서는 부모님을 설득하여 의대를 쓰자고 하였고, 이곳저곳 의대에도 원서를 접수했습니다. 결국 포항공대 화학과와 한 군데 의대에 합격을 한 뒤 저는 고민했습니다.

부모님과 장고 끝에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의대로 가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지원이 좋지 않은 현실이 여기서 또 드러나네요.
일반 이공계의 지원도 좋지 않은데 의과학자를 누가 하려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더 하지 않겠습니다.

의대에 들어간 뒤, 평소에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유급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실제로 시험 기간 동안 너무나도 걱정이 되어 68시간 동안 한 숨도 자지 않고 시험 공부를 한 적도 있습니다.
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공부하면서 말이죠.

원래 화학과에 가고자 했던 저는 전공 과목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만이라도 제 뜻대로 결정하고 싶었고,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의 이른바 인기과를 지원하라는 가족들의 바람을 등지고 “비인기과”를 지원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 바이탈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전공의가 된 뒤에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비인기과”라는 이유로 전공의는 저 하나뿐이었고 교수님들이 제 편의를 정말 많이 봐주셨으나 퇴근하고 나서도 환자가 안 좋으면 제 전화기는 항상 울렸습니다.
저녁 8시든, 새벽 3시든 상관없이 전공의가 저 하나뿐이었으니까요.
상황에 따라서는 밤에 응급수술이 생겨서 밤새 수술방에 있다가 나와서 또 일을 하느라 36시간 동안 연속 근무를 한 적도 너무나 많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정부에게, 청와대에, 문재인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현 제도를 지지하는 시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분들은 이 글을 안 볼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정말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말로, 시민 단체의 추천에 의해서 뽑힌 사람들이 68시간 동안 안 자고 공부하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준비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말로, 의무 복무의 형태로 “비인기과”를 시키면 저녁 8시에도 새벽 3시에도 퇴근하였지만 전화를 받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며 일하고 3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속 근무를 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여러분들이 말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의 곁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일했지만 현재는 길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뛰쳐나와서 다른 전공의 선생님들과 함께 공허한 외침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이기적인 놈이라고 부디 손가락질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비인기과”를 선택한 제가 후회스러울 정도입니다.
여러분의 지탄과 손가락질을 핑계 삼아서라도 전공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지난 1주일 간 잠들기 위해 누우면 가슴이 두근거려서, 심장이 떨려서 1시간 넘게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습니다.

어제, 지방으로 업무 개시 행정 명령이 떨어졌고 보건복지부에서 실제로 탄압하는 것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의 생명과 직결되며, 바이탈을 다루는 “비인기과”들입니다.
“비인기과”와 “지방 의료”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공표와는 정반대의 행보입니다.

저도 역시 “비인기과”의 일원이기 때문에 곧 업무 개시 행정 명령을 받고, 여차하면 고발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저를 고발하여 주셔서 힘든 “비인기과”를 그만두고 편한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정부에선 “비인기과” 육성을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말할 수 있겠지요.

긴 글, 불편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공공재가 쓴 글입니다.
추천수1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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