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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죽음

콩순언니야 |2020.09.01 04:34
조회 10,735 |추천 169
글이 많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13살된 푸들아이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조금씩 느려지고 늙어갔지만 그래도 나이치곤 깨발랄 귀엽고 예쁜 아이였어요
기관지가 좁아져 기침을 켁켁 거리긴 했지만 그외엔 잔병치레없이 잘 자라준 친구였어요

1살반쯤 키우던 집에서 이민을 가면서 저희집에 오게 되었고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해준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었어요

처음 만났던 그날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아버지가 데려오셨는데 문을 열자 왠 쪼꼬만 강아지가 툭하고 튀어나와 반겨주더라구요
처음 본 나에게 먼저 아는체를 하고 꼬리를 치던 녀석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저는 첫눈에 반해버렸고 그뒤로 우리는 절친이 되었어요

제가 무수한 힘든 일을 겪을때도 늘 곁에 있어준 유일한 존재였네요

그러던 아이가 지난 토요일 새벽 이상증세가 나타났어요새벽 4시쯤 헥헥소리와 우당탕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잠에 깼는데 자꾸 구석쪽에 들어가 머리를 박고 서있더라구요 꺼내면 또하고 꺼내면 또하고
근데 이미 많이 지쳐보였어요 제가 깨기전부터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그랬나봐요
다리가 힘이 없어보였고 이미 얼굴엔 침범벅 초점도 흐려보였어요
안아서 달래도 보고 토닥여봤지만 자꾸 발버둥치며 벗어나더라구요
아침 7시정도까지 계속 되었고 조금 안정된 사이 깜박 잠이 들었네요
아침이 오면 병원에 갈려고 9시반쯤 눈이 떴는데 주변을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거에요
놀라서 뒤져보니 신발장 구석지에서 고개를 쳐박고 간신히 잠든 상태더라구요
조심스레 안아올렸는데 온몸이 오줌 범벅이 되어 있었네요
급한대로 씻기고 이동가방에 넣어 동네 병원으로 갔어요
토욜 오전이라 이미 대기환자가 많았고 40여분 기다리는 동안 생전 배변실수 없던 아이가 4번이나 제다리에 소변을 봤어요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같이 닦아주시고..(그땐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주머니!) 진료를 받는데 지금 쇼크상태 같으니 큰병원 입원하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열도 너무 높고 아이 상태가 안좋다고..

최근 들어서 의미없이 자꾸 왔다갔다 하는 행동을 자주보이고 불러도 잘 못듣길래 노환으로 치매가 온건가 그생각을 하긴 했거든요 증상이 치매와 너무 비슷했어요
멍하니 있는 행동. 똥밟고 돌아다니는 행동. 의미없이 왔다갔다 하는 행동 등등

여튼 강아지를 안고 집에 들려 옷만 갈아입고 근처 큰병원에 갔어요 응급으로 처치가 들어갔고 한시간뒤쯤 피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이게 체온이 높아지면서 이런 행동이 나온건지
뇌의 문제로 체온상승이 같이 온건지 일단 입원시키고 체온을 정상으로 내려보고 알 수 있을거라고

아이를 입원시키고 잠시 면회를 했어요
축쳐져 잠든 아이를 보니 너무 미안했어요
전날까지 산책도 잘하고 밥도 한그릇 뚝딱 잘먹었는데..

집에 돌아와도 아무생각이 안들고 눈물만 나더라구요
저녁 7시반쯤 의사쌤과 통화하니 체온 많이 내렸고 배변도 했다고 근데 여전히 보행할때 비틀거린다며 뇌쪽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청천벽력 같았죠

차라리 치매였으면 좋았을걸
어떻게 이렇게 작은 애기한테 뇌문제가 생겼을까
눈치채지 못한 제가 너무 싫은거에요

토요일 하루 지옥의 시간이었고 아이없는 집이 너무 텅빈 느낌이었어요

일요일 병원에 다시 방문해 상담을 했고 사실 MRI를 찍어보는게 제일 정확하지만 지금 상태에선 마취로 깨어나지 못할 확률이 크단 말에 약을 지어 퇴원하고 집에 왔습니다

퇴원무렵 흥분상태가 지속되어 진정제를 맞춰 데려왔는데 축쳐져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집에 데려와 자는 아이를 토닥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막막함과 왜 이아이에게 이런 큰병이 생겼을까 하는 저를 향한 죄책감이 너무 컸어요

이틀동안 수액만 맞은 아이에게 깨어나면 먹이려고 고구마 브로콜리 당근을 삶아서 으깨고 준비해놨지만 그좋아하던 음식도 먹지를 못했어요
억지로 밀어넣던 저의 손을 처음으로 피가 날정도로 깨물었고 약때문인지 병때문인지 취해 잠든 아이가 그렇게 안쓰럽더라구요

11시쯤 잠든 아이를 확인하고 뒤척이는 소리에 1시반쯤 깼나봐요 그때부터 잠도 안오고 그냥 지켜보면서 버둥거릴때마다 자세를 고쳐주고 토닥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내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도저히 출근할 자신이 없어서 회사에 휴무를 조정하고 하루 더 지켜봐야겠다 생각하고 아침 7시쯤 깜박 잠들었는데 10시반에 숨소리가 많이 거칠어진걸 듣고 일어나 약을 먹이고 토닥였습니다
조금 진정된거 같아 캔도 조금 밀어넣어주니 겨우겨우 받아먹어서 너무 감사했죠
변도 봤길래 정성스레 닦아주고 말려주고 살겠구나 조금더 살자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11시반쯤 비명을 다섯번정도 지르더라구요
그때 그런생각이 들었던거 같아요
아 오늘인건가?

그때부터 품에 안고 어루만지면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하고싶었던 말들을 하나하나 얘기했던거 같아요
초점도 없이 헥헥 거리며 안겨있던 아이가 어느순간 제눈을 똑바로 마주치면서 쥐어짜내는듯한 외마디 소리를 들려주곤 무지개 다리를 건넜네요
마지막의 그모습이 언니 괜찮아 잘있어라고 대답한것만 같아요

눈도 미처 감지못하고 그렇게 떠난 우리애기..

정신없이 장례를 치루고 몇알의 스톤이 되어 같이 돌아왔어요 지난 3일동안 가시밭길을 걷는듯한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보낸건지 모르겠네요

가슴이 쥐어짜듯 아픕니다
이 고통이 언제쯤 괜찮아질지.. 너무 힘드네요..
장례를 치르면서 병원에 안갔음 그돈으로 제일 좋은 장례해줬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틀동안 120의 돈을 받아놓고 진정제 놔서 재우기만 한건지 퇴원후 오히려 상태가 더 안좋았졌어서..
그래도 병원안갔음 병명도 모르고 보냈을거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겠죠

반려견을 처음 보내봅니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갑자기 닥쳐올줄은 몰랐어요..
이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막막하네요..

사랑하는 내아가 토순아
지금쯤 그곳에 잘 도착했니? 언니는 널 보내고 너무 많이 힘들어 더 좋은거 많이 보여주고 싶었고 더 맛있는거 먹여주고 싶었어 근데 왜이렇게 빨리 가버린거야 언니 힘들까봐 짧게 아프고 간거니? 넌 마지막까지도 언니를 먼저 생각했네?
우리 아기 많이 아팠나보구나..
우리 2008년에 만나 12년을 함께 했네
언니 힘들때마다 함께 있어준건 토순이뿐이었어
정말 너무 고마워
언니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워
다음에도 언니한테 다시 와줄래?
너무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한게 많다
해주고 싶은게 너무 많았는데 이젠 넌 없네..
그곳에서 다른 친구들이랑 맘껏 뛰어다니고 잘지냈음 좋겠다 나중에 언니 갈때 마중나와줄거지?
아프지말고 밝고 건강하게 잘지내줘
너가 나에게 줬던 그 사랑 절대 잊지않고 간직할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던 내아가 사랑해❤
착한 우리아가 마지막 인사 해주고 가서 고마워
마지막 가는길 내품에서 보내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어 정말 너무 보고싶고 만지고 싶다

만질 수 없다는게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게 이렇게 큰 슬픔인줄 알았다면 더 많이 만져둘걸..









추천수169
반대수1
베플g히히|2020.09.04 08:49
아가, 이쁜아가 무지개동산에서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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