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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승희 출산기(2)

씩씩맘 |2004.02.19 00:31
조회 878 |추천 0

지난번 올린 글(8150)을 많이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출산전후의 상황들을 기억나는대로 더 적어보려 합니다.

예정일: 12월15일

실제 출산일:12월17일 오전 12시 38분


전 집은 대전이고 친정은 산본이어서, 임신4개월차에 휴직을 하면서 병원을 산본J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자주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결혼 7년만에 가진 아기 혹시 분만할 때 다돼서 병원 옮기면 의사선생님이 잘 몰라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찍 병원을 옮겼습니다.


그리구 병원을 옮겨 첫 진료하던 날, 저의 특이 사항에 대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6년전에 꼬리뼈를 다쳐 고생했었는데, 정형외과 선생님이 혹시 임신하면 출산할 때 아기가 머리를 다칠 수도 있으니 수술을 하라고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듣는 것 같았습니다.


9월 6일 당검사를 했습니다. 9월 8일 병원에서 결과를 알려왔습니다. 당수치가 높아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더군요. 바로 다음날 병원에 가서 다시 당검사를 했습니다. 한시간 간격으로 4번 검사해서 3번이상 수치가 높게 나오면 임신성 당뇨라고 하더군요. 검사결과 2번만 수치가 높게 나와 임신성 당뇨는 아니지만 먹는 것을 신경쓰라고 하더라구요.


11월 8일 35주가 되는 주였고 정기 검진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아기가 2.8Kg이라고 하더군요. 태어날 때 2.8Kg인 아이도 있다고 하면서 아기가 크다고 하더군요. 수술이나 유도분만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그리구 2주후 11월22일, 아기가 커서 수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출산 준비를 해가지고 대전에서 산본으로 올라와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습니다. 아기는 3.5Kg이고 골반이 그리 크지 않아 힘들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37주였는데 3.5Kg이라니, 예정일이 되면 4Kg이 훨씬 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정일 보다 일찍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첫아이인데다가 제가 뭘 알겠습니까. 주위에서 노산이라고 수술하라고, 꼬리뼈도 안좋으니 수술하라는 말도 많았지만 의사 선생님이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으므로 하라는 대로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의사말대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12월16일 이슬과 섞여 양수가 새는 것같아 그날밤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검사를 하더니 당수치가 높다고 했습니다. 그리구 원장으로 추정되는 남자의사가 들어와 당수치가 높다며 담당의가 아무말도 안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었더니 해보는데까지 해보는거죠. 뭐. 라고 하더군요.


다음날 9:10경 담당의인 고모의사가 회진을 했는데, 얘기 한마디 없이 촉진제를 투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날 아기 낳을 확률은 60%밖에 안된다고 한지 3시간도 되기 전에 진행은 90%나 되었구요.

그 사이 아기 심박동은 70까지 떨어지고 우리 아기 머리뼈는 깨지고 말았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는데 우리 신랑이 와서 아기 얼굴 옆쪽이 퍼렇다 못해 검게 멍들었고 귀도 눌렸다고 하더군요. 병원측에서는 몇일 있으면 다 없어질꺼라고 했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그저 출산과정에서 멍이 들었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그렇게 힘들게 아기 낳았어도 아기 안아파서 다행이라고 했었는데 3일째 되는날 아침 우리아기 얼마나 머리에 피가 많이 고였으면 피무게 때문에 뇌가 눌려 경련까지 일으켰을까요? 그리고 머리뼈가 부서질 때 얼마나 아팟을까요?


저 퇴원하는 날, 우리 아기 태어난지 5일만에 뇌수술했습니다. 제가 처음 본 아기 얼굴은 여기 저기 하얀 반창고로 붙인 산소줄을 끼고, 머리는 수술해서 배를 싸는듯한 하얀망으로 씌어져 있었으며 가슴엔 파란색 실로 꼬맨 플라스틱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 파란색 실이 살을 뚫고 들어간 부분엔 핏자국이 보이더라구요. 마취에서 깨어나는 중이어서인지 눈은 감고 있었습니다. 전 너무 우리 아기의 그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겨우 아기의 얼굴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손싸개에 싸여 있긴 했지만 처음으로 손도 잡아 볼 수 있었습나다. 아기 손을 만지는 순간, 아기는 엄마가 왔음을 알았는지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아기도 그 때까지 엄마 얼굴을 한 번도 못봤으니까요. 그 모습을 보니 차마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서 집으로 오는 내내, 그리고 집에 와서도 계속 나오는 눈물은 멈추어 지지가 않았습니다.


소아중환자실은 하루에 두 번만 면회가 가능합니다. 점심 12:00~1:00 그리고 저녁 6:00~7:00입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만 볼 수가 있습니다. 가까이서 볼 수 없어도 우리아가 면회시간에 아무도 안가면 너무 불쌍할까봐 매일 하루에 두 번씩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참고로 친정집에서 병원은 택시로 30분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전 몸조리는 거의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12월에 바깥 바람을 계속 쐬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뼈마디(특히 손가락과 무릅)가 시리고 아픕니다.


퇴원 후 집에 데리고 와서 보니, 수술하느라고 머리도 빡빡 밀었더라구요. 누가 밀어줬을까요? 우리 아기 태어난지 5일만에 엄마 없는데서 혼자 머리도 밀고 주사도 맞고....ㅠㅠ

손과 발에 주사바늘 때문에 난 자국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저도 병원에 있을 때 계속 주사를 맞아 손이 많이 붇고, 멍도 들어 많이 아팟는데 우리 아긴 얼마나 아팠을까...


MRI는 30년 넘게 살면서도 찍어본 일이 없어 몰랐는데 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잠들기를 기다려 찍더군요. 병원 퇴원 후 검사 받을 때는 수면제 먹고 잠드는 동안 내가 안고 있었지만 처음 병원으로 옮겨져 혼자 MRI찍었을 때는 어땠을까 상상하게 되더라구요. 어느 간호사가 아기 잠들기를 기다리며 안아줬겠어요? 혼자 누워 있었겠지!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이런 일이 다른 아가들한테는 다시는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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