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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 내사랑 1

독백 |2004.02.19 15:28
조회 980 |추천 0

우리식구와 고모네 식구, 반달곰네 식구와 함께 설을 보내게 되었다. 세식구는 모두 고모네 집
에 모여 앉았다. 물론 할머니도 이곳에 계시다. 어느때보다도 행복한 지금...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

 

"태양아, 이거 먹어-"
"야 다보는데 이걸 어떻게 먹어?"
"아잉- 다아는데 뭘."

 

반달곰은 나와 사귀기로 한 이후부터 애교가 부쩍 늘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난 달이 손에 들
린 산적을 얼른 입으로 받아 먹는다. 귀여운 우리 달이.

 

"이야- 이거 어디 눈꼴시려워서 보겠어? 어른들도 다 계시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해우녀석의 한마디에 어른들 모두 한바탕 크게 웃으신다. 녀석. 너 지금 질투하지?

 

"내가 달이를 본지도 벌써 꾀 되었구나. 근데 왜 아직 좋은소식이 없는거야?"
"좋은소식이라니?"

"할머니 소원이 뭐라고 했어. 우리 강아지랑 달이랑 결혼해서 알콩달콩 사는거 보는거 아니야."
"할머니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이제 스물셋이다 뭐."
"스물셋이 요즘에나 적은 나이지."

 

하,할머니 결혼이라뇨-!! 갑작스런 할머니의 말에 달이가 부끄러운듯 날 쳐다본다. 뭐야 그 미
소는...?

 

"어머니, 그래도 아직 태양이가 나이가 있는데..."
"어멈 또 그소리야?"
"어머님 달이도 아직 어리고 태양이도 어린데 어떻게 벌써 결혼을 시켜요."
"오서방 자네도 그소린가?"
"어머님도 참..."

 

아빠와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시고 할머니는 꿎꿎하게 말씀하셨다. 엄마의 고집은 역시 할머
니를 닮은거였군!

 

"아주 오늘 날을 잡자꾸나."
"네??"
"여기 사돈내외도 있으시고 태양이랑 달이도 있고, 다들 있으니 여기서 아주 날을 잡자구."
"할머니?"
"이 할미 죽기전 소원인데... 아무도 안들어주려나 보구나..."

 

할머니는 갑작스레 눈물을 훔치셨다. 그래도 이건... 난 아직 준비가 안됐다구요.

 

"아, 아니 할머니. 난 아직..."
"달이를 정말 좋아하긴 하는게야?"
"네?"
"아니고서야 이럴수가 있어?"
"할머니! 좋아하는 거랑 결혼이랑은..."
"좋아하는건 맞나보구나. 그럼 더 뜸들일 필요 있냐? 자. 어느날이 좋은가..."

 

할머니는 거실에 걸려 있는 커다란 달력을 보셨다. 그리고 한참을 손가락으로 무언갈 따지시고
는 이내 활짝 웃으셨다.

 

"옳지. 이날이 좋겠구나. 2월 20일."
"하, 할머니 한달밖에 안 남았자나-"
"한달은 무슨 2월 20일이 얼마나 좋은 날인데!"
"그날이 무슨날인데 뭐가 좋다는거야?"
"그날이 독백이 생일이자나. 그보다 더 좋은날이 있겠어?!"
"그런게 어딨어. 그사람 생일이랑 우리 결혼식이랑 무슨 상관이라구!"
"상관이 왜 없다는게야. 쓰는 사람 마음인 것을... 사돈내외는 어떻게 생각해요?"

 

할머니의 말에 달이네 부모님은 웃으시기만 하셨다. 역시 반대가 맞죠? 그렇죠? 아직 결혼은...
무리잖아요? 게다가 날짜두 딱히 마음에 안들고.

 

"어머나 날짜도 너무 좋고, 괜찮은것 같네요."

 

예상을 깨는 달이 어머니의 말씀이셨다. 괘, 괜찮다니요. 한달 밖에 안 남았다구요.

 

"사돈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요. 그럼 다들 불만 없을거라 생각하고 그날로 합시다. 태양이
랑 달이 불만없지?"
"어우-할머니-"
"우리 달이 하얀 드레스 입으면 얼마나 예쁠꼬..."
"헤헤-"

 

할머니 옆에 달라붙어 웃고 있는 반달곰. 야! 이건 아니야.

 


그리고 어느덧 결혼식 당일 2월 20일이 되었다.

 

"우악- 나 눈이 부었어."
"니가 그렇지. 어쩐지 어젯밤에 술을 독으로 들고 퍼마시더라."
"이해우! 조용히 해."

 

윗층에서 싸우는 해우와 달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내 결혼식 날이다.
달이의 방 열려진 창문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온다. 쿵쾅쿵쾅- 반달곰 살 좀빼.
난 아침일찍 일어나 창가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들고 여유있게 커피를 마신다. 새들도 반가운듯
날보며 지저귄다. 후훗. 안녕-? 반달곰이랑은 좀 대조적인가?

 

아침을 먹고 9시가 넘어서 미용실로 향했다. 구지 가기 싫다는 날 억지로 잡아끈 반달곰.

 

"미용실에서 머리를 해야 한다니까!"
"가만 있어도 멋진데 뭘 얼마나 더 꾸미라구?!"
"아이 진짜. 내가 하라는데로 좀 해라-어?"
"알았다구. 가고 있잖아."
"헤헤-"
"웃지마."
"피이-"

 

금요일 아침 시간이어서 그런지 미용실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언니 이거 앞머리 세워 주셔야 되요. 네. 올빽 말구요. 아 그럼 느끼하단 말이예요. 네. 네. 그
렇게요."

 

달이는 뭐가 그리 신난건지 내 옆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사사건건 내머리에 토를 달았
다. 그리고 난 보았다. 한 여자의 얼굴이 전혀 다른모습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두시간 여만에 달이의 변장을 마쳤다. 그리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달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도 예쁜... 너무도 예뻐져... 버린 달이... 후훗...

 

"어때?"
"미워."
"뭐?! 정말?"
"너무 예뻐서 밉다구!!"
"야아-"

 

내말에 살짝 심통이 난 듯 눈을 흘기는 달이. 달이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사실 달이는 내가 본 신부. 아니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런 신부일 것이다.
헌데 차를 끌고 오겠다던 해우녀석이 연락이 되질 않았다.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식은 한시였는데 어느새 시간은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러다가 정말 늦는다구.

 

"야야 미안. 안늦었지?"
"이해우. 왜이렇게 늦게와?"
"아 뭐 준비할게 있었다니까? 오- 곰탱이- 괜찮은데??"
"야 괜찮기만 하냐? 이정도면 퍼펙트 하지."
"웩-"
"우씨. 이게 결혼식날부터 왜이래-"

 

달이는 가차없이 해우의 등을 몇대 강타한다. 그리고 우린 얼른 찻길로 뛰어 내려왔다.

 

"오-이해우!"
"나랑 하늘이가 신경좀 썼다. 우리가 이정도야!"
"너무 감동이다. 역시 친구밖에 없다 야!"
"그치? 내가 이정도라니까? 야. 얼른 타. 출발하게"
"응"

 

해우가 차 외부와 내부를 멋지게 장식해 왔다. 짜식. 많이 신경 썼구나.
조금도 거짓없이 식장으로 오는 데 평소 30분 거리를 10분만에 달려왔다. 날라왔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해우녀석때문에 하마터면 결혼식 당일날 영혼결혼식이 될 뻔 했다. 니 결
혼식 때 두고보자!!

 

호텔안으로 달려 올라가자 이미 식장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낯선 사람들... 아마
도 아빠가 사업으로 인해 알게 된 사람들인듯...

 

"아빠"
"오 그래. 태양아. 인사하렴."
"축하하네- 오회장님 아들이라 그런지 인물도 훤하고, 잘생겼습니다."
"하하하. 무슨 그런 말을...들어가시죠."
"예."

 

아빠의 손님들은 대부분이 일본사람들이었다. 물론 한국쪽에도 아는 사람이 많았던 아빠의 손
님은 달이에게 미안하리 만치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었다.

 

"뭐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보고싶기도 하는 마음에 신부대기실을 찾았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달이의 웃
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달이의 옆에 서있는 네명의 남자들...

 

"왔으면서 왜 안들어와?"
"응."


"태양아. 얘네가 독수리오남매 멤버야. 봐봐. 얘가 중현이구 얘가 우식이구 얘가 규태야."
"안녕하세요. 처음뵙습니다."
"네. 축하드려요. 해우 사촌이라고 들었는데..."
"네. 감사합니다."

"야야 네는 무슨 네냐? 니들 다 동갑이야. 그냥 편하게 대해-"
"야 그래도 친구 신랑인데 어떻게 반말하냐?"
"아니예요. 편한게 좋죠."

 

신부 대기실에 있는 네명의 남자들... 왠지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게다가 하늘이도 보이지 않
는 것 같았다. 후훗. 너 지금 질투하냐? 오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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