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서울 일반고에 다니는 평범한 18살 학생이고, 딱 선선한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었어 그날은 시험이 1주밖에 남지 않은 날이어서 학교에서도 진도가 빠른 과목은 자습 시간을 줬음
2교시 세계사 시간은 자습이었고, 졸린 2교시를 커피로 겨우겨우 버티는 중이었어 그러다 결국 너도 모르게 졸았는데 난데없이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거야 깜짝 놀라서 눈이 번쩍 떠졌어 애들 다 웅성웅성거리고 반마다 한 명씩 꼭 있는 시끄러운 남자애가 ‘야 불 났나봐!’ 그러면서 자기 친구들이랑 장난을 치기 시작함
세계사 쌤이 다 조용히 하라고 한 뒤 반장인 너를 앞으로 불렀어 쌤은 누가 또 잘못 눌렀나보네~ 하면서도 일단 무슨 일인지 보고 온다고 함
너는 공부할 책을 들고 교탁으로 나갔는데 아까 그 시끄러운 남자애가 폰 보면서 ‘북한에서 쳐들어왔다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너도 설마설마 하면서도 폰을 꺼냈어 근데 네이버 메인 딱 들어가자마자 실검이 난리가 난 거야
1. 북한 2. 북한 미사일 3. 경기도 ㅇㅊ (문제될까봐 정확한 지명은 안 씀) 4. 전쟁대피요령
당황스러운 와중에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함
‘현재 경기도 ㅇㅊ 쪽에서 북한군과 작은 무력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우발적 사고일 가능성이 높고 사이렌은 경고 차원에서 울린 것이니 교직원 여러분과 학생 여러분은 다시 수업을 진행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드립니다…’
북한군이 미사일 쏘는 건 뭐 가끔 있는 해프닝이니까 너도 애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곧 교실은 다시 조용해졌어 그리고 조금 있다 쌤도 돌아오심
그런데 사이렌이 다시 울리기 시작함 그리고 다급하게 대피하라는 기계음이 사이렌이랑 같이 쨍하게 울렸어 애들은 시끄러워지고 너도 네 친구랑 진짜 쳐들어온거 아니냐고 불안해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쾅 소리가 들리는 거야
순식간에 다들 정적 되고 뭐야…? 이러는데 또 쾅 소리랑 총소리 같은 게 막 들림
몇 초 조용하다가 다들 난리나기 시작함 부모님께 전화 거는 애도 있었고 창문으로 얼굴 내밀면서 소리 난 쪽 확인하려는 애들도 있었고 친구랑 호들갑 떠는 애도 있었어 복도에 다른 반 애들 뛰쳐나와서 전쟁났다! 나라 망했다! 이러는 애도 있었음 그야말로 혼비백산 그 자체였어
그 와중에 너는 폰으로 전쟁 맞는지 다시 네이버 확인하는데 아무것도 뜬 게 없음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일단 부모님께 괜찮으시냐고 문자를 보냄
그리고 쌤이 핸드폰이랑 중요한 물건만 챙겨서 자기 따라 운동장으로 내려오라고 하셨고 1, 2층 쓰던 1학년 애들은 벌써 운동장으로 나가고 있었어 너도 핸드폰이랑 보조 배터리만 교복 안주머니에 넣고 후드집업 입고 친구랑 복도로 나감
복도 창문으로 보니까 진짜로 저 멀리서 검은 연기 피어오르는 게 보이는 거야 사이렌은 아직도 울리고 있었고 애들 떠드는 소리랑 겹치니까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어 친구랑 대화할 때 서로 귀에 대고 소리지르다시피 하면서 말함
그렇게 계단 중간쯤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쾅!!!!!! 그러면서 위층 계단이 무너지고 너는 거의 날아가다시피 아래로 굴러 떨어졌어 네가 있었던 쪽 다른 건물들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그 잔해들이 학교까지 날아온거야
귓구멍에 대고 스피커 틀어놓은 것 같았던 굉음 때문에 귀에서 이명이 들렸고 넘어지기까지 한 너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등부터 떨어진 충격 때문에 숨도 턱턱 막히니까 진짜로 죽을 것 같은 거야 고통보다는 공포가 먼저 느껴졌어
그 때 옆에 너랑 같이 넘어진 친구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고 후들거리는 팔다리로 겨우 기어서 친구 잡고 흔듬 다행히 친구도 살아있었고 둘 다 콜록거리면서 몸 추스림
연기 때문에 실루엣밖에 안 보이긴 했지만 아래쪽에서도 애들이 다 너네랑 비슷하게 몸에 검댕 같은 거 뒤집어 쓰고 기침하고 있었어 이대로 가다가 진짜 죽을 거 같애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친구 손 부여잡고 뛰기 시작함
1층 현관 쪽으로 와서 1학년 애들 있는 쪽으로 다가가는데 또 굉음이 들리면서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몸이 붕 뜸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뒤쪽으로 날아갔고 이번엔 건물 벽에 등이랑 머리를 부딪히고 정신을 잃었어 날아가는 와중에는 주마등? 그런 거 없었고 그냥 엄마 아빠 얼굴이 잠깐 생각났어
누가 부르면서 흔들길래 겨우 정신차리고 눈 뜨는데 몸에 아무 감각이 없는 것 같고 움직일 수가 없었음 진짜 나 죽었나…? 이 생각이 먼저 들었어
누가 몸을 계속 흔드니까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데 진짜 너무 아픈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단 하나도 없었음 머리 쪽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느껴졌어 떨리는 손으로 뒤통수 만지니까 피 묻어나는데 아프고 무섭고 이렇게 죽기는 억울해서 눈물이 나는 거야
나 대학 가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한 인생 살려고 놀고 싶은 것도 참아가면서 공부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싶어서 슬펐고 혹시 부모님이 잘못되시진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어 고통 때문에 괴롭고 무서우면서 죽기는 싫은 거야 정말 살면서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기는 처음이었음
그러는 와중에 너를 깨웠던 쌤께서 일단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천 쪼가리로 머리 지혈을 해주심 원래 이런 상황에서 물리적인 고통 겪고 살아남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던 너였지만 막상 실제로 닥쳐 오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일어나서 운동장이랑 무너진 건물 돌아보는데 진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는 거야 사방에 팔다리 찢겨서 떨어져 있고 정상적인 게 없는 애들 시체가 엄청 널려서 쌓여 있는데 헛구역질이 절로 나왔음
그렇게 정신 차리려고 노력하다가 끔찍한 광경 때문에 다시 눈물 쏟으면서 계속 토하는 와중에 쌤이 살아있는 친구들 2명을 더 데려오심 걔들도 다 너랑 상태가 비슷했어 이 폭발에서 사지 멀쩡하게 살아있는 게 기적이었지
핸드폰으로 부모님께 전화 드리려고 하는데 하나로 딱딱 맞춰진 사람들 발소리랑 군가 같은 게 들려오는 거야 공포에 질려서 친구들이랑 쌤 마주보는데 점점 소리가 가까워짐 너는 본능적으로 널려 있는 시체 속에 죽은 척 하고 숨었어 너를 본 다른 애들도 그렇게 하기 시작하는데 이쪽으로 오던 군인들 중 맨 앞 사람이 그만 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발견해버렸어
열 댓명 정도 되는 수였고 생존자 확인 차 들른 것 같았어
쌤이 나머지 2명 애들 지키려고 애들은 살려달라고 비는 소리가 들려왔어 정말 처절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고 살아남기 위해 눈물을 꾹 참고 쥐 죽은 듯이 있는데 총소리가 한 번 들리더니 쌤 목소리가 뚝 끊기는 거야
나머지 애들 2명이 비명을 질렀고 북한군은 걔네를 포로로 묶어서 데려가는 것 같았어 그리고 더 살아있는 사람이 없나 학교 건물을 뒤지기 시작함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에 진짜로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세상 모든 신들 불러가면서 기도하기 시작함 제발 못 보게 해주세요, 제발 저를 못 보게 해주세요…
그리고 다행히 군인들이 더 이상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학교를 나가기 시작함
너는 온몸에 힘이 빠져서 그냥 그대로 잠시 누워있으면서 충격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있었어 점점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드는데 동시에 다른 애들과 쌤을 생각하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은 거야 거기에다 몇 시간 전까지 같은 학교 친구였던 애들 시체 속에 파묻혀 있는 게 너무 끔찍했음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누가 네 왼팔을 콱 밟았어 콰드득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서라운드로 들렸고 갑작스런 고통에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비명을 질러버림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드는데 마지막으로 혼자 남아있던 군인이 네 팔을 밟으면서 너를 내려다보고 있었음
너는 결국 군인에게 끌려 일어났고 그 군인은 네 뒷덜미를 잡고 학교 교문 쪽으로 향함 그런데 네 눈에 자꾸 군인이 옆구리에 찬 총이 들어오는 거야
너네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