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대학생인데 페미니즘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중이셨거든. 난 골수 이과충이여서 그런 쪽에 별로 관심 없는데 언니는 고등학생때부터 매리 울스턴크래프트, 시몬 드 보부아르,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등 나는 이름도 잘 모르는 유명한 활동가들의 책들 읽어보면서 되게 관심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왔어.
문제는 올해 초반에 그 동아리 회원들끼리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팬션 놀러갔는데
그날 밤 우리 언니가 동아리 회장이랑 부회장한테 강간을 당했어.
여성 동성애자인 회장이랑 남성 이성애자인 부회장이랑 언니랑 셋이 있을때 이 악행이 벌어졌고 언니가 다른 부원들에게 도와달라면서 이 사실 알리니까 그 부원들은 또 하나같이 곧바로 회장한테 일러바치더라. 회장은 채 이틀도 안걸려서 우리 언니만 이상한 사람, 우파 가정 출신에서 페미니즘 동아리 위장잠입해서 명예 실추하려다 덜미 잡힌 스파이년, 페미니즘 동아리에서 강간이 일어나는건 애초에 말이 된다고 보냐 시전, 그리고 언니가 역시 고등학교때부터 항우울제를 복용해왔던 점을 트집잡아 우울증에 절어살아 망상증까지 걸린 미친놈의 거짓말이다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만들어서 언니의 입을 막았어. 결국 언니는 공론화하려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채 동아리에서 반 자진 반 강제로 쫓겨나왔고, 치밀하게 관계도 콘돔 끼고 해서 증거조차 안남고 증인도 없어서 사법체계의 도움도 별로 못받게 됐어.
물론 모든 페미니스트가 이런건 아니고 정말 선한 의도를 가지고 좋은 활동 하시는 분들도 많은건 알고있는데
난 생판 남 말보단 평생 같이 살아온 언니 말을 더 믿기에 비록 일회적인 해프닝이랄지도 그 운동권에 대한 내 신의는 완전히 추락해버렸어.
이 글을 왜 지금 쓰냐고? 방금 우리집에 검찰청에서 보낸 우편이 왔거든. 검사가 가해자들을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불기소 처분 내렸다고 통보하네. 이제 다 끝난거야. 우리 언니 이제 집 들어올텐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하지..? 진짜 몇달동안 혼자서 힘들게 싸우던 언니 결국 이렇게 끝나서 진짜... 그냥 너무 허무하고 안쓰러울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