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방탈 죄송합니다 가족사다보니 고민고민하다가 하소연이라도 하고싶어 올려요
진짜 이러고싶지 않은데, 동생에 대해 자꾸 안좋은 감정이 들어요.
저는 30대 초반 회사원이고 동생은 20대 중반입니다. 저와 동생은 나이차이가 조금 있는 편인데 어릴적 엄마 몸이 많이 안좋으셨고 아빠는 엄마 병간호에 올인하시느라 동생은 거의 제가 키우다시피 했습니다. 다행히 엄마는 지금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셨어요. 동생은 아주 똘똘하고 착하고 씩씩한 아이인데, 그것과 별개로 우울증이 찾아와 친구도 잘 못 사귀고 힘들어하고 있어요. 원래 이랬던 건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다시피 해서 그랬던건지, 이제는 동생이 절 집어삼키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어릴때부터 무조건 언니오빠 따라하는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건 압니다. 그 나이때는 손윗사람이 하는 건 뭐든 멋있어보이고 좋아보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이 나이 되서까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어딘가 꺼림칙해요. 동생을 너무나 아끼지만, 동생때문에 독립하고 싶어질 정도에요.
어릴땐 제가 하는것을 무조건 따라하는 게, 물론 어린마음에 달갑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저를 최고의 언니로 치켜세워주시면서 하는 말이 언니니까 참아라, 동생은 원래 다 그렇다. 였습니다. 어느정도였냐면 제가 학교에 내서 상까지 받은 레포트를 그대로 본인이 가져가 자신이 썼다면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을 정도였어요. 그 후로는 저를 가끔 사칭했습니다. 이때는 화를 크게 냈더니이후로는 안 그랬지만요. 좀 더 나이를 먹고나서는 제가 SNS에 쓰는 취향에 대한 글이나 힘내려고 보는 글귀들을 그대로 배껴써 자기것처럼 쓰더라고요. 예를들면 제가 가나초콜렛은 이러해서 좋고, 저러해서 너무 좋아. 라고 썼다면 다음날 동생이 가나초콜렛은 이렇고 저런점이 너무 좋아. 라고 쓰는 식입니다. 취향? 고작 글조각 좀 베낀걸 가지고 뭐라고 하기도 뭐하고. 괜히 치졸한 마음이 ㅠㅠ 들어 댓글에 네가 그런걸 좋아하는 줄 몰랐다 어쩜 나랑 똑같냐. 고 썼더니 다음날 지우더라고요. 그러더니 제가 배우는 건 무조건 따라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이면 운동, 미술이면 미술, 논술이면 논술… 그런데 이게 다 한 달을 넘긴적이 없네요.
부모님은 나름 저희를 평등하게 키우려고 노력하셨었기 때문에 이부분에 대한 불만은 없어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던 동생이 힘들어하는 부분때문에 동생을 무조건 두둔하려고만 하시고, 혼내거나 하는 걸 무서워하세요. 심약한 동생이 더 힘들어할까봐요. 동생에 대한 케어를 모두 저에게만 맡기려고 하세요. 어릴땐 저도 어느정도 동생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마냥 버겁습니다. 제가 못된걸까요, 인내심이 없는걸까요 ㅠ ㅠ...? 지금은 어떻게 되었냐면 심지어 전공조차 같습니다… ㅠㅠ 원래 다른 전공이었는데 애가 제가 명문대에 들어가는 걸 보더니 갑자기 전공을 틀었어요. 부모님이 원래 제 전공을 그리 달가워하시지 않았어서 제가 이 전공을 잡았을 때 크게 화내셨었거든요. 거의 두세달을 단식까지 해가면서 싸워서 공부하기 시작한 전공인데, 부모님은 제가 명문대에 들어가 나름 괜찮은 직장을 가진 덕분인지 뭔지, 동생이 전공공부를 하는것에 별 반대도 없으시더군요. 동생은 원래 공부를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때문에 기대와는 한참 못미치는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졸업한지 2년인데 아직도 백수에요.이런 모습을 보고있자니 어쩐지 조금 허무하기도 하고…..
기분이 착잡했습니다. 제가 인턴하고 알바한다고 휴학했을때도 아무이유없이 따라 휴학하더니 1년동안 그저 놀기만 하더군요... 2년제 전문대라 저보다 일찍 졸업할예정이었어서, 부모님조차도이땐 동생에게 네 나이가 어리니 차라리 일찍 졸업해서 취직하라고 하셨지만, 자기도 너무 힘들고 잠깐 쉰다는건데 왜 언니만 허락하느냐 얘길 해서 또 부모님이 두 손 드셨네요. 그러더니 자기는 더 오래 쉬고싶은데 주변에서 뭐라고 하는게 너무너무 싫다고 제게 하소연을 합니다… 지금은 백수로 2년째네요.
사실 그동안은 얘가 절 아무리 따라해도 조금 짜증이 났지만 참아넘겼습니다 아버지라고 언제까지고 직장생활을 하실 수 있는것도 아니고, 어머니도 슬슬 은퇴를 생각하고 계시는데, 부모님은 저희 도움을 받으실 생각이 전혀 없으시고 이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완강하시기때문에 동생만 경제적 자립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버지 용돈을 받는데, 제가 알바를 그만두고 취직한만큼 자기도 몇십만 원 더 받는걸보고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제 해외출장때문인데요
회사에서 영어를 그나마 하는 사람을 데려다 정기적으로 출장을보냅니다 하여 저도 출장을 하게되었구요. 이 포지션을 유지하려고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기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동생이 그걸 보더니.저랑 똑같은책을 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언제는 언니는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느냐 묻습니다
이런 거 못알려줄것없어서 다 알려줬더니 취준을 때려치고 갑자기 영어공부만 하네요. 심지어 제가 공부하고 스케줄 관리하려고 산 필기구 공책 등도 똑같은걸 사서요. 자기도 언니처럼 외국계 회사 갈거라면서요. 이때는 사실 안좋은 소릴 했습니다, 정말 부끄럽게도... 이미 취직한 날 따라할생각 말고 얼른 어디로든 취직해서 경력부터 쌓으라고요. 자소서든 이력서작성이든 도와줄테니 제발 사회생활부터 좀 해보라고. 그랬더니 이번엔 제가 취직하기전에 했던 펀딩 프로젝트를 그대로 따라하는겁니다... 솔직히 여기에서는 조금 소름이 돋았습니다 ㅠ ㅠ....
사사건건 따라하는걸 보니 조금 무섭기도 하고 절 집어삼키려는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께 조심스레 상담했더니 동생을 제대로 이끌어줄생각도 않고 기껏 정신차리려고 네게 물어본거 아니냐면서 동생이 너처럼 잘되면 좋은것 아니냐고 화를 내십니다.... 진짜 제가 졸렬한걸까요, 저는 막상 너무 무서운데... 동생에게 화내고 짜증내도 소용이 없습니다. 보통 다른 형제자매들도 다 이런가요???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