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쓸게 음슴체로 근데 생각보다 길어졌다
나는 20대 여자임. 외국에서 학교 다니다가 몸이 안좋아져서 들어옴.
최근까지도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었음. 퇴원하고 2일, 3일, 4일... 간격으로 통원치료 중임. 입원할 만큼 안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치된건 아님. 앞으로 1-2년은 더 치료 해야 됨.
근데 내가 입원하는동안 공부를 안함. 다인실에서 다 앓으시는 어르신들이 많아 집중도 안될 뿐더러, 내 병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하지마비가 와버리거나 할 수 있어서 옆에 보호자나 간병인을 끼고 있어야 했음. 맨날 피를 4번씩 뽑고 매일 각종 검사에.. 정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폐했던 시간이였음. 스트레스도 장난아니게 받고.
근데 그런 내가 퇴원을 했음. 어차피 바로 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지금 외국으로 돌아갈지 한국에 남아서 새 길을 찾을지 고민중임. 하튼 그러던 와중에 조금 더 시간을 가치있게 쓸 순 없을까 해서 봉사활동을 하려고 함. 내가 아파서 많이 걷거나 힘 쓰는걸 못함. 손떨림도 엄청 심해서 정교한 일이나 음식점 서빙도 못함. 그런 나에게 한 가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있음. 바로 교__사. 나는 흔히 말하는 교사가 꿈인 사람임. 중학생때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꿈이기에 정말 내 적성에 맞고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중임.
그래서 본격적으로 교__사 활동을 모색하기 시작했음.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았음. 내가 사는 지역은 모두가 이름 들으면 알지만 그렇다고 수도권도 아니고 광역시도 아니고 그냥 '시'야. 그러다보니까 애초에 봉사활동 자리가 상대적으로 인파가 많은 곳보다 적더라고. 거기다 단기, 하루 이틀은 많은데 장기적으로 하는 봉사가 없었음.
그래서 동네 커뮤랑 각종 sns에 글을 올림. 과외를 할려고. 페이는 없고 책값과 교통비만 받겠다 장소제공도 학생측에서 해라. 이런 조건으로 과외를 재능기부 겸 해주겠다고 글을 올렸음.
왜 무보수로 하냐면 나는 경력이 없음. 그렇다고 내가 경력 있는 사람들보다 공부를 못하는건 더 아니겠지만 그래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무보수로 해야겠다고 다짐했음. 그리고 혹시나 비싼 과외비나 학원비가 부담이라 다니고 싶어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을까봐. 몇 개고 보내주고 싶은데 형편이 안 되어서 가슴이 찢어지는 부모들이 있을까봐.
말했다시피 나는 교사가 천직이라고 여김. 그래서 이건 나를 위한 좋은 경험이기도 해서 연락 온 한분이 너무 반갑고 감사했음. 원래 남을 가르치려면 내가 배로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어쩌면 나를 위한 일이였음. 그런데도 어머니는 좋은 기회 주셔서 연신 감사하다고 외치는 겸손한 분이셨음.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음. 바로 날짜잡고 어머니와 학생을 만남. 아버지는 안 오셨음. 사전에 내 스펙을 대충 설명해드림. 근데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외국에 있어서, 한국 성적은 중학교까지가 전부임. 그래서 솔직히 내가 고등학교 성적 보여드리고 대학교 이름을 아무리 말씀드려도 모를게 뻔했음. 보통 일반인들은 외국, 그러니까 영국이나 캐나다 미국 대학교 순위 잘 모르잖아 애초에 대학 자체를 몇개를 모르는데. 그리고 특히 대학교는 네임드라도 있지 고등학교는 더욱 모를거고. 고등학교 성적을 본다고 해도 얘가 한국 성적으로 치면 얼마나 잘한건지 가늠도 안 되잖아. 나 외국 고등학교에서 English 과목 C- 받았어. 잘하는거 절대 아니야. 근데 난 중학교때부터 작년 수능 영어 문제 풀면 하나 틀리거나 다 맞았거든. 그니까 고등학교 성적은 내가 뭐 뽑을 수도 없고 하튼 본의아니게 못 알려 드리는데, 중학교때 성적은 지금 가서 뽑을 수도 있고, 전교 3등 안에 안 들어본적이 없다. 라고 했어.
뭐 어머니께선 나 중학교때 했던것도 안 바라신대. 그래서 내가 아이 성적이 어느정도냐고 물으니 30점이래 영어가 중학교 2학년이. 그러면서 어머니가 제발 내치지 말아달라고 하시는거야. 어머니 저 내칠 생각 없었다고.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음.
항상 내가 구상해왔고 실천해왔던 커리큘럼이 있어서 학생에 맞게끔 조금 수정한 다음에 보여드렸음. 수업을 어떤 방향으로 할 거고 테스트를 어떻게 볼 거고.. 내가 영수과 세 개를 맡음. 나는 이과고 물리교육 전공임. 또 그래서 내가 커리큘럼과 함께 문제를 몇개 추려서 들고왔음. 수업이 성사가 되면 확실히 레벨 테스트를 한번 거치겠지만 그 전에 수준 테스틀 위해서 몇 문제를 가져감. 나는 개인적으로 문제를 만드느라 개 힘들었음. 왜냐면 집에 있는 책이 전공물리책.. 내가 아이엘츠 준비중이라 영어책도 아이엘츠 책밖에 없음. 그나마 최근에 내가 수능을 볼 가능성도 있어서 수특 책이 있음. 근데 또 수특은 과학탐구는 못삼 물리랑 다른걸 골라야 하는데 못 정해서. 하튼 하다못해 집에 있는 유일한 보카책도 토익 토플 보카임. 도대체 참고할 만한게 없는거임..
인터넷에 중학 필수 영단어 이런거 치면서 참고해서 예문 만들고 문제 내고.. 중학교 2학년 과학 이런거 치면서 문제내고.. 중학교 2학년 수학.. 쳐서 뭐 배우는지 보고 문제내고 그랬음. 완전히 개 노가다였지. 차라리 과학 수학은 몇 문제 똑같이 넣음. 영어는 그냥 단어 문법 위주로 냈음. 웃긴게 한국말도 사람들마다 많이 쓰는 단어가 있는데 나도 그렇고 근데 그게 영어로도 그럼. 예문마다 내 말 습관때문에 같은 말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계속 빼고 고치고.. 오랜만에 무언갈 준비하면서 밤을 새다시피 함.
근데 애한테 풀어보라고 했지. 애가 하나도 못 풀더라 그냥 중학 수준도 못따라오는구나 아니면 내가 너무 어렵게 냈나 그냥 시중에 유통되는 교재로 테스트를 진행을 해야하나.. 오만 생각이 다 들었음. 근데 뭐 어쩌겠어 못 푸는 애를 보면서 그냥 설명해주면서, 내가 다시 만들어 오겠다고 미안하다고 했음.
그래서 뭐 간단한 테스트는 거의 무산되었지만 커리큘럼 전달 다 했고 학생 테스트도 뭐 끝냈음. 이제 일어나면 되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아이더러 딴데 가있으라고 시키더니 사적인 이야기를 시작함. 당연히 나보다 어른이고 내 집쪽으로 와주셨으니까 그냥 앉아서 좀 듣다 가자 싶어서 듣기 시작함. 근데 처음에는 단순한걸 물어보고 얘기함.
선생님 저랑 띠동갑이네요~ 이런 것부터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지 혼자 사는지 부모님은 뭐하시는지 형재자매 있는지 우리 OO시가 고향인지 OO동에 산지는 얼마나 됐는지.. 아니 난 이런걸 왜 물어보나 싶었음. 근데 내가 이 도시가 고향이고 이 도시에서 쭉 살았음. 부모님도 여기 계시는데 난 자취를 함. 이유를 말하자면 길고 하고 싶지도 않음. 그래서 걍 부모님이랑 같이 산다 함. 혼자 산다고 하면 부모님이 여기서 뭐 하신다면서 따로 살아요? 이럴 거 같아서. 근데 한참 그러다 자기 가정사 얘기를 꺼냄. 또 듣고 있었는데 상황이 너무 나같은거임. 내가 우울증도 심했고 자해도 엄청 많이 했고 매일 정말 간절하게 죽기를 바라고 악몽에 시달려서 잠도 못자고 그럴 때가 있었음. 그냥 공감만 해드리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함. 그래서 나도 입을 열게 됨. 나도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그래서 이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실은 지금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는다고 했음. 그랬더니 밥은 잘 챙겨먹냐고 자기가 요리엔 자신 있는데 챙겨주시겠다고 이런 말씀을 하셔서 나도 모르게 굉장히 찡해졌고 정말 사람 잘 만났다는 생각 함. 불과 5시간 전 까진.
5시간 전에 갑자기 전화가 옴. 카톡으로 하셔도 될 텐데 밥먹다말고 나감. 근데 내용인 즉슨 과외를 못하겠다는거. 나? 아쉬울거 없음 학생이야 또 구하면 되고 어차피 수익을 남길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근데 나는 나름 신뢰가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어서 내 가정사도 말하고 위로도 많이 받고 해드리고 어제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데 갑자기 하루 아침에 이런게 어이도 없었고 이유나 듣자 하는 심정으로 이유를 물어봄. 이유인 즉슨 '말이 너무 바뀌어서 신뢰가 안간다' ??? 내가 말이 바뀐건 부모님이랑 같이 안 사는데 산다고 한 것 밖에 없는데. 신뢰가 안 가신대. 그래서 내가 그랬지 '제 거짓말으로 기분이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하고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저는 제 가정사를 입밖으로 꺼내는걸 굉장히 꺼려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원래 과외 관련된 대화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대화는 일절 듣기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어머님께서 먼저 용기내어 주셨고 저도 감정에 복받쳐 말씀드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털어놓고 개인적으로 어머님께 위로도 많이 받았고 저희가 서로 공감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에 있어서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지 혼자 사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런 거였는데, 기분 나쁘셨다면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라고 일단 좋게 말씀드림. 근데 나더러 주민등록 등본을 떼어오라는거임. 나이도 구라 아니냐고. 재학증명서같은거 없냐고. 비자라도 보여달라고. 외국 갔다온건 맞냐고 믿을 수 있는건 아프다는거 뿐인거 같다고(내 병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함). 어이가 없었음. 요즘 엄마들은 과외할때 신분증 보여주고 시작하나? 아무리 사회 초년생이라지만 내가 나이 속여서 남는게 뭐가 있는지.. 외국 갔다온걸 속여서 또 남는게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도대체 요점을 파악하기 어려웠음. 내가 설마 중학교 수준도 못 따라오는, 찍어서 30점 맞았다는, 찍는 데에 재능을 보이는 댁네 아이를 가르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건지..
내가 아직 경력도 없고 어리고 미숙한건 사실임. 대치동 1타강사, 유명 인강 강사.. 그분들에 비하면 나는 한없이 작았음 나도 잘 알고 있고. 그런데도 난 한가지 자신있는게 있었음. 열정. 내가 이 아이를 진정으로 책임지고, 내가 부족한 만큼 다른 모든 선생님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그 열정만은 어쩌면 내가 더 넘치겠다 생각했었음.
근데 열정이고 나발이고 이런 엄마들때문에 정말 하기 싫어짐.
좋은 마음으로 정말 필요한 아이들을 돕고 싶어서 시작한건데 왜 항상 끝은 이러는건지. 내가 선의를 베풀면 분명히 그 선의를 받은 아이도 나중에는 선행을 베풀게 된다는걸 모르는건지..
참 내가 뭘 그렇게까지 잘못했나 싶고. 다른 아이를 구하게 되면 정말 과외 외의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아야 하는 건가 싶다.
그냥 갑작스럽게 괜히 실연당한 기분이 좀 들고 어이도 없고 그래도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이런 일에 속상해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면서, 내가 지쳤을때 한번 와서 '내가 이런 열정을 가졌었구나' 라고 생각할 걸 기약하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긴 글 이였는데 끝까지 읽어주신분들 너무 감사하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