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정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지 한가지 다짐한게 있었다
결혼하고 무덤까지 함께할 사람이 아니면 이성을 사귀지않기로
고등학생때야 취미활동이나 운동 공부로 여자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대학 진학 후 나름 스스로 꾸미기 시작한 뒤로는 어디를 가든 잘생겼다는 얘기를심심찮게 들었고 당연스럽게 여사친들도 많이 꼬였었다
친구가 마음을 얻기위해 쩔쩔매던 여자애도 나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어줬고 고백도 꽤나 받으며
이성을 사귄다는건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나는 24살까지 내 소신을 지키며끝까지 솔로경력=연령 이라는 철학을 맹세해왔다
대학교 3학년, 전공관련 자격증을 따기위해 휴학을 내고 공부와 휴식을 병행하던중돈이 궁해져 친구와 함께
집 인근 아울렛 보안팀에 지원을 하게되고
그곳에서 일하던 경리, 나보다 세 살많은,
그래 첫사랑 너를 만나게 됐다.
당시 무뚝뚝했던 나는 3개월간 일을 하며 유일하게
친하게지냈던 너에게 꽤나 호감이 있었지만
물론 내 소신이 깨질만큼은 아니었지
매번 장난스레 술한잔 사줘요 하던 말이 신경쓰였던지 어느날 우연히 같이 퇴근을 하게되고너의 친구들과
한 두잔 기울이다 어느새 만취한 우리 둘만 남은
10월 초가을 새벽이상하리만큼 영하와같은 기온에
우리는 할수없이 벤치에앉아 휴식을 취하다
왠지모를 감정에 이끌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
입맞춤을 하게됐다
나는 실수였다고 생각하고 다음날 평소처럼
출근했지만 너는 이미 우리가 사귀는것으로
생각하고있었지 아직 얼마나 내가 일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색하고 민망해질까 두려워
너와 나는 그렇게 얼떨결에 사귀게되었어.
첫 연애의 서툶, 아직은 호감뿐이던 내 감정, 나 자신이 우선이었던 당시의 나와사귀는 것을 너는 많이 힘들어했어. 그리고 나는 너로인해 차차 변하기 시작했지
나를 바로잡아주고 내 감정을 이끌어내주고
나를 표현하게 해주며 사랑이 뭔지 알려주면서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게 만들어주었어
점차 세상의 중심이 나 혼자가 아닌 너와 내가되어가고 곧이어 내 모든것은 너가되었어돈이 별로 없는
학생때부터 졸업후 알바를 할때에도 너는 그런 나를
항상 이해해줬지나역시도 네가 일베하는 것도 일을 그만두는 것도 애해했다
근 200일간 관계를 갖지 않았어도 우리는 서로를
끔찍히도 사랑했어 600일이 넘게 우리는 경주 부산을 비롯한 국내와 동남아 서양 등 해외를 오가며
나는 정말 너가 아니면 안 될정도로 결혼을 결심하게됐어
그런데 누나는 그게 아니었나봐
어느샌가 너는 연락이 뜸해지고 권태기같다는 얘기를
하기시작했지 그건 당연한거라 생각했어
사랑은 불타오르다가도 식을 때도 있는거고
감자가 뜨거울때만 감자가 아니라 식어도 감자라는 것을 나는 알고있었으니까
그러다 어느날 너는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며 며칠 연락이 없었어 눈치도 없는 나는 평소 한두번 다투던 것처럼 조금 기다리다보면 누나가 괜찮아질줄 알았지
그리고 너는 처음으로 내게 눈물을 보이며 이별을 말했어 그 눈물은 나에게 태풍보다 더 무거워 내 가슴을
비수처럼 꽂아버렸어
자기는 원래 뭐든 일찍 질리는 사람이라고
애초에 5년넘게 한번씩 만나오던 남자가 있었고
그사람도 함께 정리할거라며
나에게 너는 정말 잘해줬으니 나같이 바람피는 여자말고 더 좋은 여자 만나라며 등을 떠밀었어
이미 내 인생에 너가 전부인 사람인데
아직 해준것보다 못해준게 너무도 많은데
모두가 힘든 코로나시기에 좋은 직장에 취직하게 되면서 받은 벌일까 이제서야 돈에 구애받지않고 너에게 더욱 많은걸 바칠수 있게됐는데
너는 뭐가 그렇게 급했던건지
벌써 너를 못본지 수개월이 넘었어퇴근하면 매주 술을 마시면서 지내고있어 술값만 한달에
100만원이 나가더라
이 돈이면 취직전에 너에게 못해준 명품가방을 충분히 장만할수있을텐데
자존심따위 다 버리고 울면서 매달려봐도 소용이없다는걸그 따뜻한 눈빛과 목소리가 그토록 차갑게 변했을때 알게됐어
절망이 극에달해 나쁜선택의 방법이란 방법은
다 생각했었어 내 삶에 기댈수 있는 희망이 모두 사라져버렸으니까
뉴스를 보면 사람이 참 쉽게 세상을 저버리던데 나는 그게 왜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이따금씩 여자친구에게 이별통보받고 무서운짓을
저지른 뉴스기사들을 보며공감이 되기 시작하는
내가 두려워
이제는 나를 차단해놓고 서로에게 눈길한번 주지않아
나는 차단된 빈 우리 톡방에 이따금 내 공허한 마음을
남기는데 너는 한번씩 차단을 풀고 우리 톡방을 확인하러 들어오지 너는 몰래 들어왔다고 생각하지만 그거 다 보여 1이 항상 사라지거든
나한테 미련 남은게 아니라면 희망고문 하지마
인스타도 부계로 몰래 엿보는거 다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거야
딱히 요샌 더이상 삶에 의미가 없어
비록 너때문만이 아니라 내 자신의 매너리즘때문에,
죽어도 천국이 있다면, 아니 사후가 비록 무無일지라도 그것이 지금보다 더 편하겠지
어쨋든 너는 이미 나에게 과거가 되었고 더 돌이킬 수
없는 내 젊은날의 추억이다.
이제부터 나는 진정어린 내 미래를 찾고 과거는 잊고
살아가겠지 서로는 서로의 길이 정해져있는 것이었고
결국 서로의 인연은 하늘의 순리에 있을테니
먼 훗날 그 어떤 먼곳에 가서라도 나는 홀로 기다릴게
이윽고 네가 온다면 나는 뛰어가 하느님앞에서 너를 포옹하고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가 오시안의 시를 읽어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