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모님을 둔 성인 자녀입니다.
부모님 사이의 문제는 결국은 두 분이서 해결해야 할 일이겠지만,
제가 행동 주체가 되지 못하면서도
자식으로서 그 사이에 껴있을 수 밖에 없고...
그 와중에 상황은 1년째 어떤 방향으로든 진전이 되지 않아
너무 버겁고 힘들어서 조언 구해봅니다.
<엄마 입장>
- 2n년간 남편의 가부장적 마인드
+ 맞벌이에도 가사 독박
+ 시부모 정기적으로 봉양(했으나 '니가 한 게 뭐 있는데' 소리)
+ 이기적인 태도
(나름 논리를 선보이나, 결론은 나는 되는데 너는 안 돼 / 내 말이 맞고 너는 틀렸어)
+ 무시하는 발언 등등에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참아옴.
- 나이 들어서 이제는 버거우니, 그저 소소하게 배려하는 행동을 바랐을 뿐임.
하지만 변화없는 남편의 행동과 태도에 지쳐서 먼저 대화를 걸지 않고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일들에 협조하지 않게 됨.
(여기에 지인들과의 약속 빈도 증가 외에는 이전과 같이 하고 계십니다.)
(*)바란 행동 예시 : 밥 알아서 차려먹기(반찬, 밥 다 준비O), 퇴근 늦어도 인상쓰지 않고 이해해주기, 모든 일을 함께 할 것을 강요하지 않기(안하면 인상씀...)
- 몇 달 간 남편이 자꾸 대화를 시도하여 얘기해본 결과,
결국엔 '내 말이 옳다,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 '내가 그렇게 죽을 죄를 지었느냐, 그냥 풀고 살아라'며 주장하므로
아무것도 함께 하고 싶지도 않고 이제는 대화조차 하고 싶지 않음.
- 그 몇 달 간 남편이 대화하잡시고 말로 괴롭혀왔던 일들이 자꾸 떠오르고, 지난 삶이 억울하고, 본인의 태도와 마음가짐의 변화 없이 '척'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 존재 자체가 싫음.
- 그냥 안 건드리면 참고 있겠는데, 수용적 태도를 강요하면서 내로남불인 태도가 황당하고 울화가 치밀어 오름.
ex. 남편은 술먹고 자유롭게 새벽에 들어오지만, 나는 야근이든 약속이 있었든 저녁시간 지나서 들어오면 늦은 거임. 안 됨.
- 본인의 태도 변화 없이 자꾸 자식들, 친인척들, 지인들에게서 해결책을 구하고, 가정 밖의 일에서 문제점을 찾는 게 화가 남.
(누가 조언해줘도 따르지도 않음.)
<아빠 입장>
- 가족은 모든 걸 함께 해야 함. 가장의 말을 잘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
- 아내가 갑자기 변한 게 이해가 가지 않음.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함.
- 지난 날 잘 해주지 못한 것은 미안함.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다보니 그랬던 거고 어쨌든 미안하게 생각함.
- 미안하긴 하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그렇게 죽을 죄를 진 건가 싶고,
현재 본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므로,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함.
(*)최선의 예시 : 집안일 돕기, 종종 혼자 밥 차려먹기, 대화를 거부하므로 대화시도 하지 않기(라고 하지만 합니다. 빈도 줄어들긴 함)
- 맞벌이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아내는 가정주부이므로 가정주부로서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함.
여기까지가 부모님 각각 두분의 입장이고,
두 분 각각으로부터 제 귀로 직접 들은 말들을 적은 것입니다.
엄마는 아빠랑 어찌 됐든 떨어져 있고 싶어 하시는데,
아빠가 분명 이혼이든 별거든 완강하게 거부할 거라면서 회의적이시고.
아빠는 엄마없이 못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실제적인 태도 변화는 없으며 엄마의 행동에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으십니다.
저도 아빠와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만,
대화도 설득도 전혀 통하지 않고
결론은 '아빠는 노력하고 있는데, 엄마가 받아주질 않으니 니가 엄마를 설득해봐라'여서
저 또한 최근에는 아빠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타지에 있으면서도
매일 엄마를 살피고 얘기를 들어 드렸는데,
최근 들어서는 곧 뭔 일이라도 날 것 같이
정신적으로 유독 많이 힘들어하시고 하소연하셔서...
지켜보는 자식입장으로서 너무 불안하고 걱정돼요...
들어주는 거 외에는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뭘 해야 할 지...
혹여나 비슷한 상황을 겪으셨던 분들이 있거나,
지혜로운 분들의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글 적어봅니다.
마음 불편한 글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
어느 순간 댓글이 불어나 있어서 놀랐네요.
더 한 일들도 있지만,
딸이라고 편파적으로 쓴 거냐고들 하실까봐
최대한 핵심적인 것만 쓰고 중립적이게 보이게 해보려 했는데,
아무리 그렇게 하려 해도 실상이 보이나봐요.
엄마한테도 저러는데, 자식이라고 뭐 달랐을까요ㅋ...
아빠한테 소리지르면서 화도 내보고
이성적으로 차근차근 설득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결론에는
늘 '니가 뭘 아냐. 니가 엄마 본인도 아니면서 어떻게 아냐.
너는 엄마편이다, 엄마입장에서만 생각한다.
그러니 니 말은 틀렸다'라고 했거든요.
제가 절대적으로 엄마 편인 건 맞는데,
하도 저러니 억지인 거 알면서도
객관적으로 확인받고 싶었던 맘도 은연중에 있었던 거 같아요.
여러 분께서 말씀하시는 갈라놓는 일.
제가 제일 바라고 있어서 늘 얘기하고
엄마도 역시 바라고 계시지만,
엄마가 오랜시간 그렇게 순응하고 사셨어서 그런지
깨고 나아가는 게 어려우신 거 같아요.
그간 자존감도, 자신감도 많이 잃으셨고요...
구체적으로 준비하거나 행동하지 못하고 계시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하고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나 싶기도 하면서도
섣불리 부모님 일에 끼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글을 쓰게 되었어요.
(화해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한 건 아닙니다ㅠ )
역시나 댓글이 이 두 의견으로 방향이 갈리네요.
혼란스럽지만 모두 참고하여 깊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인이라지만 미성숙하다는 핑계로
말만 앞서고 들어주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는데,
댓글들 읽으면서 반성하게 되네요.
한편으론 소름 돋게 똑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또 있다는 댓글들이 여럿이라는 게 참 놀랍고요.
시간 내어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