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주의] 그저께 수능 본 고3들 다들 수고했어
ㅇ
|2020.12.05 21:31
조회 196 |추천 3
진짜 오랜만에 판 들어와본다.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수능 플래카드 보면 눈물부터 왈칵 났는데, 이제 조금은 괜찮아지더라.하지막 아직도 기억은 생생해.나는 항상 스카이만이 살길이라고 가르치던 강남8학군에서 고2때까지만 해도 빌빌 기다가 고3때 모의고사로는 10등 안에 있었거든.그래서 다들 기대가 컸어. 부모님도 나한테 항상 아픈 동생을 책임져야한다는 식으로 말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그런 환경에 있는 나로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을 수밖에 없더라.그래서 경찰대도 써보고 했는데 아쉽게 떨어지고 나서 정시에 집중해서 이대 의대 문과계열 지원하려고 했는데수능이 지진때문에 일주일 미뤄진거야 ㅋㅋㅋㅋㅋㅋ몸이 예민해져서인지 소파에 누웠을때 지진도 느꼈다?ㅋㅋㅋㅋ하 근데 웃긴건이상하게 수능에서 다른 과목 다 평소대로 봤고 등급도 나왔는데,맨날 만점받던 사회문화 하나가 죽쒀버려서....수시 논술밖에 믿을게 없어서 미친듯이 논술치러 다녔는데,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문과논술은 정말 로또잖아. 난 심지어 차선책으로 평소에 학원까지 다니면서 준비했는데나는 정말...다 떨어지고 그냥 준비 안한 애가 운좋게 붙었더라고.나는 너무나도 큰 상실감과 그동안 겪었던 중압감, 그리고 부모님은 나에게 기독교 신앙 들먹이며 아픈 동생 책임지라는 식으로 평생 노래를 불렀으면서 이제와서 자신들이 언제 부담줬냐고 시치미떼는 모습에 느낀 배신감 등등 때문에 더이상 살 이유를 찾지 못했고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지만 샤이니 종현씨 돌아가신거 보고 ‘저 사람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에 약을 털어먹고 자살시도를 했고며칠만에 깨어났어. 다시 추스리고 다른 사람들은 배부른 소리한다고 욕하겠지만 겨울방학때 고심끝에 이대 가서 계열을 바꾸고 피트를 쳐서 약대를 가기로 결심했어. 사람들이 다 무모하다고 했어. 어떻게 문과출신이 그걸 하겠느냐고.동창들이 나를 “수능 망해서 피트로 도망친 애”로 낙인찍었어.대학 들어가기 전 겨울에 토익부터 시작하면서 다시 일어났고, 대학에 들어가서 딱 두달만 미친듯이 놀고 공부만 했어.약대 원서는 2학년 수료예정이거나 2학년 이상 수료한 사람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2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2학년 1학기땐 피트시험 준비도 병행했고, 공부하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까지 와서 피트를 망쳐서 휴학을 하려다가 맨땅에 헤딩한다는 생각으로 2학년 2학기때 원서를 준비했어. 토익도 더 올리고 자소서도 쓰고 학교는 학교대로 다니고...너무 힘들어서 매일밤 자기 전 믿지도 않는 신에게 죽여달라고 기도했어. 덕분에 기적적으로 합격해서 가능한 가장 빨리 약대에 들어가게 됐어.난 그때이후로 수능이 절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닳고 또 깨닳는 중이야.내 친구들은 정신없이 놀다가 학벌 말고 쌓아놓은 스펙이 없어서 막막해하더라. 요즘은 워낙에 취업도 잘 안되고, 고시는 고인물이 많아져서 더더욱 빡세지니까.글이 길어졌네. 자랑할려고 시작한 글이 아니었는데 자랑이 돼버렸어.지금 수능 잘 본 친구들도 있고 생각보다 안나온 친구들도 많을거야.결과가 어찌됐든 올해는 코로나때문에 1년 내내 고생했을텐데 다들 그래도 잘 끝내서 대견하고 너무 수고 많았어.수능 잘 본 친구들 축하하구, 안나온 친구들도 너무 상심하지마.사실 마음에 잘 와닿지 않는다는 거 아는데, 근데 진짜 겪어보니 대학 와서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미래가 또 많이 달라지더라.그니까 이제부터 시작이야. 대학 가서도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하나씩 쌓아나가면,아무리 취업이 힘들다해도 살 길은 충분히 열리는 것 같아. 내 친구도 스카이 아닌데도 열심히 살더니 코로나 초반에 인턴도 잘 붙더라고.오히려 스카이 간 친구들 중에 생각없이 놀다가 미래 걱정된다고 나한테 피트 물어보는 애들도 있고.수시 다 치르고 나면 다들 맘 놓고 좀 쉬어. 그리고 나서 어떻게 살지 생각해봐. 남들보다 빨리 자기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앞서나가는거더라. 물론 나도 약대 왔다고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할거야. 물론 열심히 하는 거랑 잘하는 건 다른 얘기지만 그래도 잘할 수 있는 것도 열심히 쌓으려고. 다들 홧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