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화보 잘찍는다 정말
못하는 건 뭔가? 뭐든 당신이 못하는 걸 쭉 읊어보면 좋겠다.
-못하는 거 많지. 우선 몸 쓰는 일을 진짜 못한다.
카이, 하면 몸인데 정말?
-정말. 춤추는 거랑 이렇게 화보 찍는 거 말고 몸과 관련된 건 못한다. 운동도 못하고, 뭘 잘 망가뜨리고. 잘 흘리고 다니고, 잘 잃어버린다. 내가 평소 복잡한 거 별로 안 좋아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무심하게 사는 편이라.
11월 30일, 데뷔 이후 첫 솔로 앨범인 <KAI>를 발표하고 한창 활동 중이다. 타이틀곡 ‘음(Mmmh)’에 대한 소감을 말하자면… 듣고 보고 있으면 좀 야하다(웃음). 뮤직비디오 중간중간에 이질적인 풍경이 등장하는 게 특이했다.
-‘음’이라는 소리 하나가 다양한 경우와 뜻으로 쓰인다. 살면서 무의식중에 자주 뱉는 말이다. 조금 전에도 말하다가 ‘음’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뭔가를 생각하는 타이밍이나 알아들었다는 신호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 ‘음’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뮤비에 그렇게 표현해봤다. 디스토피아적인 느낌도 넣었고, 미래인지 어딘지 다른 세계로 이동하기도 하고, 다양한 세상과 사람을 만나가는 내 존재를 신처럼 나타낸 내용이다.
엑소나 슈퍼엠에서 보컬 쪽 멤버는 아닌데, 데뷔 후 처음으로 혼자 앨범의 모든 노래를 소화했다.
-앨범 만드는 데 약 8개월 걸렸다. 물론 연습생 시절부터 노래 연습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연습했다. 그런데 내가 솔로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춤을 엄청 잘 추는 가수’, ‘노래를 잘하는 가수’처럼 특정적인 하나는 아니다.
그럼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나는 카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모든 걸 도구로 활용하고 싶다. 단순히 퍼포먼스를 잘하는 아티스트, 옷 잘 입는 아티스트 같은 타이틀은 내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름 앞에서 사람들이 느끼고 떠올리는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카이’라고 하면 카이가 또 뭘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 이번 앨범 활동에서든 다음 활동에서든 내가 보여주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때마다 10년 가까이 가수 생활하면서 쌓은 것, 구찌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느낀 것, 기타 그 무엇 중에서 적절한 걸 가져다가 표현 도구로 쓰고 싶다는 거다.
아티스트 카이는 왠지 빈틈이 안 보이는 느낌이다. 하기로 한 게 있으면 독하게 완성해낼 것만 같다.
-독한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그저 필요한 것을 한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예전 인터뷰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춤으로 끝판왕이 돼야지’ 하면서 정복하려는 마음으로 뭘 하고 싶지는 않다. 생각하는 그림이 있으면 그 그림을 위한 노력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하려고 한다.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베스트인 상태의 그림을 생각할 테니, 할 건 최선을 다해 하겠지.
늘 ‘적절한’ 답을 찾으려는 사람인가?
-그렇다. 독하게, 내 마음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사는 건 옛날에 이미 해봤다(웃음). 그렇게 살아서 안 좋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에 이젠 그 길을 갈 필요가 없다. 이번에 앨범 내면서 3사 방송 무대를 돌았다. 솔로 무대를 발표하는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이 있었던 셈이지. 첫째 날에 뭔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힘들었다. 둘째 날 당연히 만회하려고 노력했고, 셋째 날에는 만족한 것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처음보다 점점 나아진 상태였다. 그런 흐름. 그 정도면 된다. 여기선 이렇게, 저기선 저렇게 외우고, 카메라가 지금 나를 어디서 잡고 있고,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하진 않는다.
어릴 땐 미련할 정도로 열심히 하기만 했다면 프로가 되고 성숙해지면서 적정선을 찾았다는 말로 들린다. 그건 태도와 마인드의 문제 같다. 그럼 그 외에 당신처럼 처음부터 잘했던 사람은 어떻게 레벨업을 할 수 있었나?
-내가 여덟 살 때부터 발레를 했으니 춤에 있어선 클래식부터 시작한 경우다. 재즈랑 발레를 하다 어번 댄스라는 걸 처음 배웠을 때 굉장히 놀랐다. ‘아, 이런 게 있구나.’ 가수 생활이 그런 식의 놀라움과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무대 위에서 열심히 춤추고 노래 부르면 될 것 같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 아무래도 춤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가사가 감정을 담듯이 춤으로도 가사를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그림도, 음악도, 춤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무대를 향한 사랑이 커지면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점점 늘어난 셈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뭔지, 목표가 뭔지 정확히 알면 그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하면서 자연스레 레벨업을 하는 것 같다.
너무 현명해서 할 말이 없네.
-뭐 내 경우는 그랬다. 그런 식이 아니라 단지 ‘춤 잘 추고 싶다’, ‘노래를 더 잘하고 싶다’ 식의 레벨업을 바라면 더 괴로울지도 모른다. 재미도 없고.
춤과 무대가 지긋지긋한 적은 없나?
-없을 수가 없다. 괴로움이 클 때도 있고. 나는 어떤 때 괴로웠냐면, 스스로 만족을 못했을 때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 그게 가수 생활뿐 아니라 인간 김종인을 좀먹는 기분이었다. ‘이건 건강하지 않다’고 여실히 느꼈다. 덜어내야 했다. 그 이후 혹시나 괴로움이 온다고 딱 인지하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먼저 따져본다.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살려고 한다. 그 다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여기서 덜고, 저기서 덜고.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사람 같다.
-아껴야지. 스스로를 아끼며 살아야 한다. 그게 잘 안 되는 분들은 극한을 한 번 느껴보면 그 계기로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그런 경험하기 전에 달라지면 제일 좋고. 우리, 행복하려고 사는 거 아닌가? 나는 행복도 노력해야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늘 내가 추구하는 건 행복이다.
팬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티스트는 팬덤과 어떤 식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는지 궁금하다. 공동 운명체 같은 느낌일까?
-그런 면이 있다. 같이 간다는 것. 지금 같이 갈 뿐만 아니라 그 길에서 우리의 과거를 돌아볼 수도 있고. 콘서트를 할 때 관객은 무대라는 그 결과물을 보고 느낀다. 골수팬들은 결과물뿐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같이 즐긴다. 처음엔 그저 관객이었다가 무대를 보고 팬이 되고, 그다음에는 관심을 갖고 아티스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점점 아티스트의 과정을 함께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콘서트를 봤을 때 팬 자신이 그 무대를 해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간 자신이 서포트해왔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오늘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이 ‘행복’이다. 그래서, 요즘 카이는 행복한가?
-행복하다. 그리고 재밌다. 재미, 이것도 중요하지.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 보면서 더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