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넘어가. 다음..."
"그...래... 다음. 규태."
"음... 둘다... 첫사랑이야...?"
규태의 말에 나도 달이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다섯명이 정말 친한 친구라면... 해우는 몰랐
더라도 주위에 있던 친구들은 알지 않았을까... 달이가 해우를 좋아했던 사실을...
"...아니"
달이의 짧은 대답에 다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이해우. 이녀석만 모르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내 첫사랑. 반달곰...
"아니."
내 대답에 다들 그럴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달이 역시 인정한다는 뜻인지 애꿎은 볼만
부풀렸다. 조금은 서운하단 뜻인가...? 그래도 응이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랬더라면... 달이
가... 많이 미안해 하겠지...? 아니... 조금이라도...
"야- 분위기가 왜 이래? 다들 첫사랑 아니래잖아. 그러니까 이루어 진거지. 달이는 어렸을 때
옆집 살던 개똥이 좋아했고, 태양이는 옆집 누나 사쿠라 좋아했대- 됐지. 자 다음 내 질문!"
우식이란 녀석이 크게 웃으며 분위기를 살려보고자 큰소리를 쳤다. 달이 말대로 정말 다들 성
격이 좋은 듯 했다. 규태란 녀석은 조용했지만 나쁜 이미지는 아니었다.
"음. 오케 그거. 첫키스!!"
우식이의 질문에 모두의 눈빛이 빛났다. 사실 어둠속에서 빛날리 없지만...;
하지만 이거 역시 할말이 없었다. 우린 아직... 첫키스도 못해봤기때문에... 내 잘못이라고 해야
할까...
"없어."
달이의 나즈막한 목소리에 다들 놀란 듯 했다. 첫날밤은 그렇다쳐도 첫키스도 못했다니 말도
안된다며 해우가 소리 쳤다. 하지만 우린 정말 남들 다 하는 아니 만난지 한시간 아니 십분만에
도 한다는 첫키스 조차 못 해봤다.
"거짓말탐지기 강우식 삐리비리비- 걸렸습니다."
"야. 장난하지마 진짜 못해봤어."
"그럴리가 있냐? 아깐 첫날밤은 그냥 잤다며. 첫키스도 못했다구 하면 우리가 믿겠냐? 반달곰
자꾸만 튕긴다?"
"튕기는거 아니라니까!!"
이번에도 중현이가 집요하게 물어댔다. 달이가 난처해보였다. 사귀기로 한 첫날 했어야 하는건
데... 반달곰. 너때문이야. 니가 자꾸만 다리 아프다고 집에 간다고 하는 바람에...
"정말 없었어. 우리가 사귀기로 한날이 작년 12월 25일 스키장 아니 병원에서 였는데 그날 새
벽에 바로 집에 왔지. 게다가 태양이는 할머니 건강 안 좋아지셨다고 갑자기 연락와서 일본 갔
다가 1월 21일에 왔는데 그때도 결혼 정해지고 대학 3년만에 졸업하느라고 바빴다. 그리고 우
린 결혼식 전날 만났어... 그날 밤도 해우랑 하늘이랑 술펐잖아. 이해우. 김하늘 니네가 증인이
야. 나 취해가지고 너네가 나 데려다 줬다며."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래도 오태양 너무 실망이다."
다른사람도 아닌 해우녀석에게 저런말을 듣다니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았다.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만... 그자리에서 달이의 입술을 덥쳐버렸다.
"첫키스 오늘! 됐지?"
"어...어. 그래..."
내 행동과 내 말 한마디에 우식이 녀석이 벙찐 표정을 하고 대답했다. 후훗. 녀석들...
사실... 난 굉장히 떨고 있었다. 여자와의 키스... 창피하지만 처음이었다...
"자. 다음. 하늘이."
"으응... 상대에게 들은말 중 가장 기분 좋았던말... 한마디씩만 해줘."
하늘이의 질문은 의외로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니가 제일 나. 니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 달이가 병원에 있을때 억지론지는 모르겠지만 소리
치면서 해줬던 말이야. 이때 표정도 말투도 상황도 잊을 수가 없어. 달이가 해준말이잖아..."
"그래... 좋았겠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너... 일본에서 한국에 오는 날만 기다릴거야... 자주... 올꺼지? 라고
굉장히 귀여운 표정 지으면서 그랬어."
"설마..."
"진짜 그랬어."
"아니. 굉장히 귀여운 표정을 지을수 없잖아. 반달곰이..."
내말에 해우가 믿을수 없다는 듯 장난스레 말을 했다. 때문에 달이는 해우를 보고 눈을 흘겼고,
나와 모두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제 달이... 태양이가 한말 중에 뭐가 제일 기분좋았어?"
"음...솔직히 내가 이런말 하면 안 어울린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이자리를 빌어서 해야겠다.
태양이가 내게 해준 어떤말도 다 기분 좋았어... 내겐 다 멋있게 들렸구..."
달이의 말에 흐뭇해진 난 미소를 지으며 달이를 보았고, 달이 역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야- 이거뭐 닭살 돋아서 계속 하겠냐? 솔로는 죽어야지!"
"중현아. 넌 그래도 너 좋다고 쫓아다니는 애가 있잖냐. 휴우- 내가 죽어야지- 접싯물에 확 코
박고. 죽어 버릴거야-"
"야야-우식이 넌 왠만한 접시로는 안될껄. 니 얼굴 싸이즈를 봐라. 엄청난 다라에다 물 받아야
가능할거다. 큭큭..."
해우의 한마디에 우식이가 정말 충격받았는지 둘은 한참을 티격태격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해우의 질문...
"살다보면 더 멋진 상대가 나타날수도 있는데... 바람 안피울 자신 있어? 둘다."
"야. 뭐 그런걸 물어. 우리 어제 결혼한 신혼부부다. 그게 신혼부부한테 할 소리냐? 바람피우라
고 부채질 하는거 같다?"
"부채질까지야. 그래서 대답이 뭔데?"
"뭘 물어봐 그런걸!!"
"응."
내 짧은 대답에 해우와 달이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바람 안피울 자신 있느냐고 했잖아. 난 응이라구."
"어우- 닭살. 오태양 너 왜그러냐. 진짜 변했다."
"난 자신 있어. 솔직히 앞으로 달이보다 더 멋진 상대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거에 대해서는 그
럴수도 있다고 생각해. 달이보다 멋진 여자는 있을수 있어. 하지만 난 달이 하나뿐이야. 달이만
있으면 돼."
"물어본 내가 미친놈이지. 닭살이다 오태양. 어우- 대패좀 줘봐."
해우는 양팔을 비벼댔다. 하지만 난 진심이었다. 앞으로 어떤 멋진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날지 모
르겠지만 내 인생에 여자는 달이 하나 뿐이라고 맹세했다. 달이도 그러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지
만 달이도 그렇다면 더이상 바랄건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