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각시타령(舌閣氏打令)
에고에고 설운지고.
뎨 가는 처자야. 너는 어디서 온 누구더냐.
소녀 밀양 박씨 33대손 박 대감 집 차녀 되옵고 성인식을 치루지 못한 채 역병에 휩쓸려 생을 마감하여 아직 쪽을 틀지 못하였으니 살아생전 강호에 몸을 의탁한 적도 없거니와 서방님 될 분 얼굴도 못 뵌 실정이옵니다. 이승 사람들은 제 혼이 혀에 나타나 괴롭힌다 하여 설각시(舌閣氏)라 부르고 있답니다. 아아 억울하옵니다. 이리도 일찍 이승에서 발걸음을 떼고 싶지 않습니다. 비록 여인의 몸이었을 지라도 이 미천한 것에도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았답니다.
동네 사람들 동네 사람들 이 처자 좀 봐주시오. 경자년 역병에 저기 저 화단의 꽃이 폭풍우를 맞듯 한겨울 엄동설한을 견디지 못하고 눈에 푹 파묻혀 꺾여버린 꽃처럼 유명을 달리했다우.
소녀의 모친은 안녕하십니까. 소녀의 동생들은 무사합니까.
모친께선 약하신 몸으로 소녀를 비롯한 동생을 셋 이나 더 낳으셨으니 역병에 걸리신다면 동생들을 돌봐줄 사람도 없거니와 그 어린 것들이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간단 말이옵니까.
이른 시절에 돌아가신 부친을 대신하여 소녀가 이집저집 돌아다니며 품삭을 받으며 일하곤 하였는데 이제 누가 모친과 동생들을 돌본단 말입니까.
갖은 욕을 먹어가며 설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데도 소녀의 가족들은 보이질 않사옵니다. 거기 가는 도령님 알려주시오. 거기 가는 아씨 좀 알려주시오.
효심이 지극하도다. 옥황상제는 물론이오 부처님과 천지신령도 탄복할만한 효심일지어다 그러나 설각시야. 그 깊은 마음은 알겠다만 사람들을 괴롭히면 네 지극한 효심이 무용지물이 될지어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알겠으면 내 혓바닥에서 꺼져 이 혓바늘 새끼야)